'밝고 맑게'. 중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 우리 반 급훈으로 정한 것이다. 교직을 시작 할 때부터 머리 굵은 녀석들만 상대하다가 처음으로 어린 학생을 대하면서 제일먼저 떠 오른 게 이 단어였다. 고등학생정도면 체격에 있어서도 제법 어른 티가 날 뿐만 아니라 자기 앞일에 대해서도 어는 정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시기인지라 어른 흉내를 내는 사고를 치기도 해 적잖이 상대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내내 그런 아이들만 접하다가 처음 마주친, 그것도 갓 초등학교 졸업한 신입생들…. "어떻게 해요?" 하면서 달라진 환경에 새롭게 적응하려는 그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느낌을 받는다. 조그만 실수도 절대로 그냥 보아 넘겨주지도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것을 채우려는 녀석들, 자기들 깐에는 열심히 했다고 우겨대는 그래서 빨리 검사하고 집에 보내 달라는 청소도 아직 뒷손이 가야 정리가 된다. 소유개념이 확실치 않은 탓인지 분실물 함에 자기 물건이 들어있어도 찾아 갈 생각도 하지 않는 녀석들에게 매일 물건을 돌려주어도 보관함에는 안에는 또 주인을 기다리는 물건이 있다. 그러나 자기 것이 아니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물건이라도 탐을 내지 않은 조그만 마음이 순수해서 좋다
2004-04-22 14:484월 들어 초·중·고교의 봄소풍이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교가 소풍의 본래취지인 야외현장학습, 자연관찰, 체력단련은 외면한 채 일정한 장소에 집결해 출석을 점검하고 잠깐 자유시간을 주었다가 도시락을 먹고는 해산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들은 그저 '하루 수업 않고 쉬는 날'로만 인식하고 있다. ,70년대 소풍은 '원족(遠足)'이라 하여 자연을 벗해 야외관찰을 하면서 급우들과 오순도순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먼 거리를 걷곤 했다. 그런데 요즘 소풍은 차를 타고 집결지에 모여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고 노래자랑, 장기자랑을 벌이다가 오후 1,2시면 해산해 버린다. 일찍 소풍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영화관에 가거나 전자오락실, 유흥장에 가기도 한다. 교사들도 자기들끼리 모여 회식이나 하고 일찍 마치려 해 소풍의 원래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 각급 학교에서 보다 유익하고 알찬 행사계획을 세워 실행한다면 교육적으로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특정한 식물이나 동물에 대한 관찰, 우리의 전통적인 씨름이나 제기차기, 축구, 야구 등 운동경기, 반대항 장기자랑, 고적답사, 보물찾기, 백일장 등 다양한 행사가 있다. 또한 주변의 쓰레기나
2004-04-22 14:47어느 해 봄날, 경로잔치 겸 학예회를 하던 때였다. 프로그램은 노래와 춤, 효행 편지 낭독, 연극, 악기 연주 등 다양했다. 나는 저학년 학생들을 남녀 짝을 지어 꼭두각시 공연연습을 시켰다. 학생들은 뽑혔다는 자부심에 귀엽게 잘도 따라했다. 음악에 맞추어 고갯짓, 발짓, 너무너무 귀여웠다. 한복 준비도 잘 됐고 순서도 잘 익혔다. 발표 당일엔 예쁘게 화장하고 오라고 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다른 애들은 다 하고 와도 아마 명수는 맨얼굴로 오겠지?' 명수는 귀엽고 똑똑하고 나무랄 데 없는 남자 아이였지만, 명수 어머니는 화장을 하고 학교 오는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나가 있어서 명수 어머니가 학교에 드나드는 걸 몇 년 동안 목격했지만 언제나 학생 같은 단발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얼굴밖에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내심 명수에게 화장을 해주려고 몇 가지를 준비한 터였다. 그러나 발표 당일, 나는 기절초풍을 하고 말았다. 다른 애들은 성의 없게 화장을 하고 왔는데, 명수만은 온갖 색조 화장까지 다하고 립스틱이 지워질까봐 입술을 벌린 채 쉬잇, 쉬잇 하고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그란 눈이 더욱 커보이고 빨간 입술을 장난
2004-04-22 14:46지난 20일은 24회째 맞는 장애인의 날이었다. 해마다 장애인의 날이 되면 각계 각층에서 기념행사를 갖고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관심들을 표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이 심하다. 장애인 편의시설 미비 등으로 장애인 삶의 질도 취약하기 그지없다. 다행히 이번 제17대 국회에 심한 지체부자유자와 시각장애인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어 앞으로 장애인 문제가 제도적으로 개선되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보다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 근래 정부에서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에 대해 완전 무상 교육을 실시할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장애인 고용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 가족이나 우리 특수교육 관계자들에게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서벽지와 시설에 있는 장애아이들 중 상당수가 아예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또한 장애인 자신이나 가족들은 장애에 대한 수치심과 열등감 때문에 한사코 장애를 감추려고만 하고, 비장애인들의 편견 때문에 장애인들의 삶은 여전히 어렵고 고달프기만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각기 얼굴이 다르듯이…
2004-04-22 14:46학교교육에서 당사자간의 갈등과 대립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법인과 학교간, 법인과 교원간, 학내 구성원간의 심각한 갈등은 장기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사법적 쟁송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학분쟁해결을 위한 법제도와 정부의 대처수단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 부터 있었다. 지난해 국회에서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 법률을 제정 한이후 교육에서의 대체분쟁해결제도 수립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사학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법적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사학분쟁조정법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법률 제정의 필요성은 이미 학계와 교육계에서 여러차례 제기하였다. 교육부의 법률제정 계획을 환영하는 바이다. 이 법의 제정은 사학분규해결을 위한 법적제도를 마련하여 사학의 안정과 교육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과 둘째, 사법재판으로 가기 전에 대체적분쟁해결 절차를 통하여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당사자간에 파국적 인 결과가 되기 보다 상호 양보타협하는 해결을 통하여 상방이 교육적 신뢰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제도 수립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본다. 교육분쟁의 경우 사법적 재판으로 가게 되면 재판절차가 엄격하고, 소송비용 부담이 크
2004-04-19 10:024. 15 총선이 막을 내렸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했거니와 각 당에서는 겸허하게 국민의 뜻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각 정당에서는 활발한 득표활동을 벌이면서 다양한 공약들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한나라당 등에서는 유아교육, 공교육 내실화, 고교 평준화, 대입제도, 교육여건 및 환경조성 등에 관한 의욕적인 공약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교원 처우와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비롯해서 사학과 대학, 실업 및 직업교육, 교육재정, 교육자치 및 교육행정 등을 포괄하는 내용들도 담고 있다. 특히 사교육비 경감 및 공교육 내실화 과제와 고교평준화제도 보완, 그리고 대입제도 개선 등과 관련된 과제들은,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사항 일뿐 아니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인 과업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평등성의 기저 위에 교육의 질적 수월성을 추구하는 공약들이 제시되어 있다. 한편, 민주노동당에서 제시한 평등구현과 차별철폐, 복지향상과 무상화 실현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상의 내용들은 자유 민주국가의 기본가치인 평등과 자유를 교육분야에서 더욱 심화·정착시키려는 내용으로서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2004-04-19 10:01최근 교육부는 사학분쟁조정법을 제정하여 사학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법적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사학분쟁조정법 제정은 두가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며 이를 환영하는 바이다. 첫째 사학분규해결을 위한 법적제도를 마련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사학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과 둘째, 법원의 재판에 의한 사법적 분쟁해결 방법을 활용하기 전에 대체적분쟁해결 절차를 통하여 재판에 소요되는 과다한 비용과 시간의 절약, 교육관계에서 당사자간의 파국적 결과 보다 상호 양보타협하면서 교육적 신뢰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지도감독차원에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했으나 법적근거를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적극적인 분규해결에 한계가 있었다. 사학분규해결을 위한 법령규정과 교육부의 대책수단을 보면 개별 분규사학의 상황을 분석하여 학내 구성원간의 자율적 해결을 유도한다는 원칙하에, 자율해결을 촉구하는 조정·중재단계, 행정지도 단계, 행정감사, 정원감축 등 행·재정적 제재, 임시이사 선임, 총·학장 해임요구 등 행·재정적 조치, 법인해산 및 학교폐쇄조치 등의 단계적 대책을 시행해 왔으나 분규에 대한 대처수단이 구체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2004-04-19 10:00얼마 전 여고생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충격을 주더니 최근에는 체벌과 관련, 조사를 받던 교사가 자살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체벌은 일제시대의 잔재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체벌로 교육적 효과를 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혹자는 대화보다 한 대의 매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매가 무서워서 잠시 복종한 것뿐이지 마음까지 선도된 것은 아니다. 교사가 먼저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학생들을 대한다면 감화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매도 맞아 본 사람이 때린다'는 말이 있다. 요즘 학원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도 사실 학교 체벌에 그 원인이 있다. 어려서부터 체벌을 자연스레 보아 온 아이들이 아무 죄의식 없이 그것을 흉내내는 것이다. 폭력은 반항심을 불러일으키며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게 만든다. 7∼8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나 또한 체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당시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체벌의 불쾌한 기억들이 아직도 수치심이란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폭력 교사 때문에 전체 교사가 매도돼서는 안 된다. 지금도 열악한 교단을 지키며 호주머니를 털어 장학금을 주
2004-04-14 13:58중등학교는 몰라도, 초등학교에는 아직도 '보결수업부'라는 시커먼 장부가 있다. 이 장부는 어떤 교사가 아프다거나, 긴급히 출장 갈 일이 생겼을 때 동학년 교사를 투입 대체수업을 하도록 해 놓은 장부이다. 그런데 문제는 보결수업에 들어가는 교사가 남의 반 어린이 가르치자고 자기 반 어린이들을 자습시켜놓는다는 사실이다.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해 자녀가 자습하는 모습을 본다든지, 또는 담임이 이웃반 보결수업을 들어간 사이 사고라도 날 경우를 예상해 보자. 누가 책임을 저야 할 것인가. 문제는 또 있다. 말로는 책임지도로 기초기본 학력을 올리고 교육과정을 정상화한다고 한다. 수요자 만족교육으로 신뢰받는 학교를 운영하라고도 한다. 그러면서 정작 학교수업을 보결수업으로 하게 하고 있다니 이래도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한번 묻고싶다. 곧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이럴 때면 늘 보고 들어왔던 정책이나 구호가 난무하기 일쑤이다. 스승존경, 교육 살리기 등 사회전반에 호소하는 절박한 교육입국에 대한 구호도 많이 나올게 뻔하다. 그러나 누가 그런 미화된 교육구호를 믿고 마음에 담아두겠는가. 당연히 메아리 없는 외침일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교육계는 정부가 한
2004-04-14 13:57최근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내년부터 2008년까지 9만6천명의 교사를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년간 해마다 초등학교 4천명, 중학교 1만500명, 고등학교 9천500명 등 2만4천명씩 총 9만6천명의 교사를 증원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2003년 기준으로 교사법정정원 확보율은 초등학교 96.6%, 중학교 83.4%, 고등학교 86.5%이다. 얼핏 길게 잡아 4년만 참고 견디면 표준수업시수 (초등학교 18, 중학교 18, 고등학교 16시간)에 맞는 질 높은 수업 등 그야말로 살맛 나는 학교근무가 이루어질 듯싶지만, 그렇게 믿는 교사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선 과거 정권에서 번지르르한 발표와 달리 제대로 실현된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지난해 당초 약속한 1만7천명 증원의 1/3도 안되는 5천명을 뽑는데 그친 것을 들 수 있다. 교육부가 본의 아니게 '사기'를 친 것은 십분 이해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교육부는 국가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예산처와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늘어놓는 행정자치부의 반대에 밀려 번번이 '국민대사기극'의 연출자가 되고 만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지금 교사들은 과중한 수업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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