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단편 ‘소나기’는 교과서에도 나오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소나기’에 마타리꽃이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년과 소녀가 산 너머로 놀러 간 날,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 준 꽃 중에서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마타리다.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꽃 한 옴큼을 꺾어 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마타리꽃은 여름에 피는 대표적인 꽃 중 하나다. 늦여름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언덕 여기저기에서 황금색 물결로 흔들리는 꽃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마타리 무리다. 꽃은 물론 꽃대도 황금색으로 강렬하기 때문에 시선을 끄는 데다 한번 보면 잊기 어렵다. 마타리는 1미터 넘게 자라 다른 풀 위에서 하늘거린다. 그래서 바람이라도 불면 하늘거리는 모습이 애
2017-08-01 00:00요즘 미국 대중문화, 특히 영화계를 보면 내적으로 융성기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말하는 블록버스터들 안에 담겨 있는 세계관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영화판의 스케일이 커지면서 영화의 ‘원작’역할을 하는 소설 작가들의 세계관도 점점 넓어지는 모습이다. 기성세대들이 ‘설계’해 놓은 판 안에서 젊은 세대들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묘사한 ‘헝거 게임’, ‘다이버전트’, ‘메이즈러너’ 등은 그 자체로 현실에 대한 훌륭한 은유가 된다. 뭘 한 번 해보려 해도 가진게 없어 쉽지 않은 청년세대의 딜레마가 바다 건너에서도 똑같이 유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기성세대에 갇힌 청년의 고단한 삶 2008년 5월 ‘아이언맨’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승승장구 중인 ‘마블 시리즈’에도 드디어 ‘청년 캐릭터’가 등장했다. 어느 날 거미에 물려 특수한 능력을 얻게 된 10대 소년 피터 파커, 이른바 스파이더맨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10년간 수 십 편의 영화를 쏟아내는 동안 스파이더맨이 등장하지 못한 데에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다.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소니픽처스가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계약관계 때문에 청년이 등장하지 못했다니 그것마저도 은유
2017-08-01 00:00각국의 대입시험 문제들만 직접 비교해 봐도 그 나라가 무슨 능력을 기르고 있는지가 보인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고 객관식 정답 찾기 시험에만 전력질주하는 한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 저출산, 실업률, 경제난, 인성 부재, 자살률 증가 등 많은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과 해결책은 ‘교육’에 있다. 그간 교육개혁을 위한 노력이나 시도가 없지 않았다. 국가교육과정도 수도 없이 바뀌었고 대입제도도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사태는 점점 악화될 뿐이다.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던 것은 바로 시험 즉, 평가 기준이다. 시험에서 어떤 능력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어떤 능력에 고득점을 부여하는지에 따라, 학생들의 공부법, 교사들의 교수법, 교육의 거버넌스, 사교육 시장까지 달라진다. 교육 관련 구성원들의 모든 행동 방향을 조종하는 시험, 그 시험을 바꾸지 않으면 다른 무엇을 바꾸어도 대한민국 교육은 바뀌지 않는다. 2009년 국가교육과정의 첫 번째 목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창의적 인재 양성’이었다. 2015년의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이것이 ‘창의 · 융합형 인재 양성’으로 바뀌었다. 핀란드가 국가교육과정을 10년에
2017-08-01 00:00
마트에 가면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한 부류는 늘 먹던 것, 늘 쓰던 것만 고집하는 반면 다른 한 부류는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매번 신제품을 찾아 집어 든다. 남편과 난 절대적으로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익숙함에서 느껴지는 편안함보다는 처음 보는 것, 알 수 없는 것,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과 설렘에 더 크게 반응한다. 세계 여행이라는 큰 결심을 하게 된 것도 일상에서는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갈망 때문이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새로웠다. 하지만 여행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조금씩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느새 가이드북에만 의존한 채 앞서간 여행자들의 길을 답습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수록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앞에 선 어린아이의 설렘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다. 계획에 없던, 아니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베나길(benagil)’로 향하게 된 것은 우연히 보게 된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반원형의 해식동굴 안에는 금빛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동굴 천장의 한가운데에 동그랗게 나 있는 커다란 구멍 사이로 조각난 하늘이
2017-08-01 00:00영화 ‘태양은 가득히’가 생각나는 정열의 계절 8월이다. 해운대 백사장에 펼쳐진 파라솔과 푸른 바다. 검게 그을린 구릿빛 청춘남녀의 어깨에서 태양의 종족을 실감한다. 8월의 소중한 시간을 가족과 함께 피서로 보내는 이들도 있고 연수를 받는 교사, 보충수업을 하는 교사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여름방학은 기다리던 ‘바캉스’다. 어원인즉 그 무엇 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머물기 보다 직접적인 기쁨과 만족의 세계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휴식도 휴식이지만 어느 정도는 직무연수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연수라고 하면 지루해하고 시간을 때우는 식이 많은데,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형 직무연수를 신청한다면 보람이 있다. 교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유·무료 원격연수기관은 다음과 같다. 한국교총종합교육연수원(www.kftaedu.or.kr), 한국교원연수원(www.hstudy.co.kr), 통일교육원(www.uniedu.go.kr), 각 시 ·도별교육연수원, 평생교육학습관(www.gglec.go.kr),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www.kyci.or.kr), 에듀니티행복한연수원(happy.eduniety.net), 중앙교육
2017-08-01 00:00구전 민담과 설화들이 채록되고 묶여 지금의 동화가 되었다면 신화는 조금 다르다. 오래도록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해졌다는 전승의 역사는 조금 비슷할 수 있지만, 굳이 동화와 신화로 구분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목적성이다. 누구에게 읽히는가?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이 목적성에 의해 동화와 신화는 매우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가능하면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물론 이야기의 시작도 다르다. 보통 애써서 역사적 연원을 밝히려는 것이 신화라면 동화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어느 시간, 어느 장소를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갖는다. 실제로 대부분의 동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옛날 옛적에, 아주 오랜 옛날에 어느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끝맺는다. “그리하여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동화를 듣고 읽는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심리적 불안과 고통, 문제들을 자신의 문제로 착각하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아이들은 부지불식간에 동화 내용을 자신의 문제로 동일시하는 심리적 역동을 경험하게 된다. 만약 이것이 진짜 자신이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어느 마을, 어느 아이의 문제라면 성장 과정
2017-08-01 00:00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수업시간에 따른 단위(unit)제를 채택하고 있어 일정량의 수업시간을 채우면 졸업을 하게 된다. 반면 학점(credit)제 하에서는 낙제(F)가 존재한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면 낙제점 부여 기준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의미로 통용되지 않고 있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학생 개인별 이수과목 선택제’즉, 학생 개개인에게 이수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정책을 의미한다. 즉, 낙제점 부여는 장기적 과제일 뿐, 현재의 고교학점제는 사실상 ‘개인별 수강신청제’를 의미한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 학생 개인에게 이수과목 선택권을 주는 것이 보편적이다. 심지어 중학교 시절부터 일정한 과목 선택이 이뤄지고, 고등학교에 가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편의상 직업계열을 제외하고 논의해 보면, 독일,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대륙 국가들의 경우 문·이과 대신 4~6개의 보다 자세한 계열을 선택하고, 그 계열 안에서 이수과목을 선택한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은 아예 계열을 구분하지 않고 폭넓게 이수과목을 선택하도록 한다. 한국의 고교학점제는 유럽 대륙보다는 영미 계열의 제
2017-08-01 00:00
한나라 때 사상계를 보면 재밌는 게 있습니다. 보통 유학하면 공맹(孔孟)이란 말을 많이 합니다. 공맹지도(孔孟之道)라고 하지요. 공자와 맹자의 학문이고 사상이 라는 것이죠. 공자 그리고 맹자로 적통이 이어지고 나중에 주희가 그 적통을 계승 한다. 보통 이런 인식이 많은데 한나라 때를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외려 순자(荀子)야말로 공자 사상의 적자라는 인식이 강했고, 한때 사상계에서 활약했던 내로라하는 학자들을 보면 순자의 색채가 강하죠. 그런 경향은 후한 말(末)까지도 계속됩니다. 후한 말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삼국지가 떠오르실 텐데요.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글줄 꽤나 읽었다는 학자들도 보면 순자 냄새가 나는데 특히 제갈량이 그러하지요. 순욱과 순유, 공융이라는 대학자도 순자적 색채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인데, 어쨌거나 한은 망해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순자적 유학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고 수당(隋唐)시대가 되고 북송시대 사대부들의 시대가 오면서 맹자의 유학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공자 사상의 적통이 순자가 아니라 맹자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지요. 맹자가 대세가 되면서 순자에 대한 공격, 특히 학자라면 해서는 안 되는 저열한 인신공격까지 틈틈이
2017-08-01 00:00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부문 공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고교학점제 도입이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2018년부터 도입·확산하겠다고 함으로써 교육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공약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 학교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가 무엇인지, 그 시행에 대해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답답한 것 투성이다. 알다시피 고교학점제는 대학의 수업방식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고 수업을 받는 것이다. 첫 번째 부딪히는 과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엄연히 속성이 다름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느냐 하는 점이다. 예컨대 학점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학생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해서 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수강한 과목의 성적이 저조할 경우 낙제를 한다는 점이다. 학점제와 낙제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 시행과 함께 고등학교에서 낙제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교육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은 불 보듯 하다. 우선 낙제 기준에 대한 교사들 간의 의견 차이가 클 것이다. 또…
2017-08-01 00:00
1982년은 야간통행금지의 해제로 시작되었다. 1955년에 제정된 경범죄처벌법으로 인해 무려 36년 4개월, 그러니까 일제 강점기 기간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시민들은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외출이 금지되었다. 밤 12시에 사이렌이 울린 이후에 통행하는 사람은 경찰서에서 잡혀 있다가 새벽 4시에 풀려났다. 국제선 비행기도 기상 여건 악화 등으로 12시를 넘기는 경우에는 김포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일본이나 홍콩, 심지어는 알래스카나 하와이 등으로 회항해야 했다. 부처님오신날과 크리스마스만 예외였다. 이날만큼은 야간 통행이 허용되었다. 자유가 그리운 청소년들에게 일시적 통금 해제는 엄청난 선물이었다. 이런 야간통행금지 조치는 1982년 1월 5일에 해제되었다. 야간통행금지 해제에 이어 1982년 1월 15일, OB 베어스를 시작으로 MBC 청룡, 해태 타이거즈, 삼성라이온즈, 삼미슈퍼스타즈, 롯데자이언츠 등 프로야구팀들이 줄줄이 창단되었다. 본격적인 프로스포츠 시대가 열린 것이다. 어두웠던 밤이 밝아지고, 심심했던 일상이 깨어나는 시절이었다. 이 시절 유행하기 시작하였던 완구 중 하나가 ‘스카이콩콩’이었다. 스프링의 탄력에의해 자연스럽게 튀어 오르는 완구이며
2017-08-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