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격변기를 겪은 2025년이 저물고 있다. 교육계도 다사다난했다. 충남, 제주 교사 사망사건은 교권 침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했다. 강원 현장체험학습 교사에 대해 법원은 유죄를 선고해 교사의 책임을 물었다. 하반기에는 교실 내 몰래녹음·CCTV 설치법안 추진으로 교원들의 사기를 꺾었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과 신임 교육부 장관이 ‘교권 보호’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아직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교육당국의 정책도 현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지난 정부가 현장의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추진한 AIDT는 결국 교육자료로 격하됐고, 학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출발한 고교학점제는 큰 논란을 가져왔다. 현장 의견을 외면한 채 추진하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에 대한 요구도 해결되지 못하고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대한민국 교원들은 현장을 외면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애타게 바랐다. 실제로 지난 6월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에 모인 이들은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2025-12-22 09:10벌금형은 전과로 남고, 2년 동안 신분상에불이익이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형사처벌이다. 그런 벌금형 200만 원을 충북의 40대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지난 14일 선고받았다. 교사에게 인정된 혐의는 ▲지난해 11월 교실에서 1학년 학생 2명이 덧셈·뺄셈을 잘하지 못하자 딱밤을 때리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5~10분간 시킨 행위 ▲휴대전화 게임을 하는 학생에게 욕설을 한 행위였다. 재판 결과를 교직 사회는 ‘남 일 같지 않다’는 안타까움과 ‘학교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라며 허탈해하고 있다. 물론 언론 보도만으로 사건의 진상은 모두 알 수 없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러나 판사의 판결대로 ‘아동들의 학습 능력이 향상되길 바라는 마음에 의욕이 앞선 행위며, 범죄 전력이 없고,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참작했다면 너무 과한 처벌이 아닐까? 수업을 방해하고, 학칙을 어기는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교사의 제지 행동이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라는 비수로 돌아오고, 제자의 학습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교사의 열정을 인정해주는 따듯한 법정이 사라진 사회를 우리는 또 목격했다. 교사의 교육적 목적을 위한 언행 중 작은 빌미만 있으면
2025-12-22 09:10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고, 신뢰와 존중을 체험하는 첫 공동체다. 그 안에서 교사의 권위는 학생에게 안전과 배움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교권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1학기만 해도 교육활동 침해 건수가 2189건을 기록했다. 수업 방해, 민원, 제한된 제도적 지원 속에서 교사는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과 마주한다. 교육에 전념할 필요충분조건 교사의 권위는 교실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제도가 교사를 보호하고 지지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온전히 교육에 전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지켜주기 위해 어떤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까? 우선, 폭언, 수업 방해, 부당한 민원 등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법적·행정적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 현재는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교사가 홀로 대응해야만 한다. 어려운 상황에 방치된 교사는 학생·학부모 앞에 떳떳하게 나설 수 없다. 교사를 신속하게 지원할 절차와 시스템을 마련해야 권위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교총이 요구하는 ‘교권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둘째, 교실 안팎에서 학부모와 지역사회도 책임감을 인식해야 한다
2025-12-22 09:10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Michael Young)이 1958년에 처음으로 주장한 능력주의(meritocracy)는 재능을 바탕으로 한 현대의 지배적인 이념으로 개인의 사회적 지위가 신분이나 성별이 아니라 성과와 능력에 따라 공개 경쟁에 의한 평가로 결정돼야 한다는 사상이다. 현재 능력주의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엘리트 교육을 강조하며 유능한 인재 등용에 노력하고 이에 따른 교육열도 매우 높다. 우리도 이들 나라 못지않게 경쟁에 의한 인재 선발과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계층·계급 간 불평등 심화 능력주의는 입시나 취업에서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게 공정한 평가와 선발의 중요성을 제도적으로 강조하고 실천한다. 능력이 우수한 집단이 학력이 높고 소득도 증가하는 것은 대졸자가 고졸자에 비해 소득이 50% 이상 많다는 사실에서 잘 나타난다. 그리고 2019년 이코노미스트(Ecoomist)의 보도를 보면, 부모들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10대 자녀의 경쟁을 지원하기 위한 과외수업도 치열하게 시키고 있어, 영국 10시간, 중국 12시간, 한국 15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능력주의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배층은 능력이 뛰어나 현재의 지위를 달성했다
2025-12-22 09:10
어느덧 학기 말이다. 학교는 생활기록부 마감과 진로·진학 상담으로 분주하다. 졸업식 준비는 물론, 벌써 2026학년도의 학사일정을 계획하느라 여념이 없다. 미래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 교육 현장의 발목을 잡는 무거운 소식이 들려왔다. 몇 년 전 발생한 속초 현장체험학습 초등생 사망 사고와 관련한 2차 공판(항소심) 결과다. 재판부는 여전히 인솔 교사들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기조를 유지했다. 교육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이번 판결은 교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현장체험학습, 과연 이대로 유지되어야 하는가?"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에 대해 교사 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상 적극적인 교육 활동을 포기하라는 '경고장'과 다름없다. 체험학습을 떠나기 위해 교사들은 수많은 사전 답사와 행정 절차를 거치고,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러나 실제 사고는 불가항력적이거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결과적 책임까지 교사 개인의 과실로 몰아간다면 이는 참으로 가혹한 처사다. 교육부는 학생 인솔과 안전 관리를 교사 개인이 아닌 전문 업체에 위탁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침을 마
2025-12-18 16:20연말입니다. 선생님들께 따뜻한 차를 대접하고 싶지만 일일이 뵙지 못해 아쉽습니다. 부득이 돈으로 준비했습니다. 바로 ‘1000만 원’ 입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적어야 한다는 겁니다. ‘적자생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뜻이죠. 저는 이걸 ‘적으면 1000만 원’으로 개량했습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지금부터 제 사례를 찬찬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적는 습관에서 답을 찾다 얼마 전, 보일러가 고장 났습니다. 즉시 고객센터에 문의했죠. 상담원께서 해결법을 알려주셨습니다. 하지만 서투른 저는 일만 키우고 말았습니다. 결국 수리 기사님께서 직접 방문해 주셨습니다. 결국 2명의 기사님께서 3번 방문해 주신 끝에 4일 만에 녀석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며칠 뒤, 보일러가 다시 뻗었습니다. 하지만 걱정 없었습니다. 이럴 줄 알고 적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제 블로그에 보일러 수리 후기를 남겼는데, 그걸로 직접 해결할 수 있었거든요. 다른 예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세금 이야기입니다. 많은 선생님께서 ‘교사는 세금과 관계없다’고 생각하십니다. 대체로 맞는 말입니다. 교사는 보통 연말정산만 하면 됩니다
2025-12-18 16:20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어떤 소리나 행동을 낱낱이 포착할 수 있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개개인을 감시하고, 오랫동안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익숙해 버린 미래 사회를 그린 작품이다. 1949년 발표된 미래 예언 소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본다. 범죄 예방과 사건·사고의 잘잘못을 따지는 문명의 이기지만 그러한 긍정적인 면에는 초상권과 음성권이라는 기본권 침해가 숨겨져 있다. 교실 내 ‘몰래 녹음 허용법’, ‘CCTV 설치법’이 논란이 되고 절대다수의 교원이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교육의 존재 이유와 근간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교실은 교사가 학생에게 올바른 것을 가르치고 잘 자라도록 돌보는 소도(蘇塗) 같은 공간이다. 믿음과 사랑의 장소다. 신뢰가 깨진 사제관계, 학부모와 교사 관계에서 신뢰의 교육이 있을 수 없다. 또 대법원은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제3자가 몰래 엿듣고, 교육적 목적과 과정은 생략한 채 특정의 표현만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남이 녹음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고…
2025-12-15 09:10역대 최연소 회장이라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출범한 한국교총 40대 회장단이 취임 1년을 맞았다.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강주호 교총회장은 ‘젊은 교총’ ‘행동하는 교총’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또 안타깝게 숨진 교사 유족들과의 만남, 6·14 추모 집회, 제자에게 흉기로 공격받아 입원했던 교장 병문안 등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올 한 해도 학교 현장에는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각종 갈등과 혐오, 불신이 학교에 스며들었다. 그 속에서 강 회장은 역대 어떤 교총 회장보다도 많은 현장을 다니며, 현실을 마주했다. 그리고 타 교원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통합의 길을 걸었다. 이젠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교원들을 대변하는 일이다.악성 민원과 교육활동 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학교, 안전사고와 몰래 녹음에 두려워하는 교사들, 학생을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 등으로 무너진 교육계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더욱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강 회장은 이를 위해 낡은 리더십을 단호히 거부하고, ‘통합의 리더십’,…
2025-12-15 09:10
최근 등장한 에이전틱(Agentic) 인공지능(AI)은 스스로 작업을 기획·조정하며 인간 업무를 협업 형태로 수행하는 새로운 차원의 지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영유아 교육 현장에도 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에 맞는 교사 능력 요구돼 교원의 역할과 전문성 또한 ‘AI 활용 능력’을 넘어 ‘AI를 교육적으로 해석하고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판단 역량’이 요구되는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 즉, 이제 영유아 교사의 전문성은 AI 시대에 적합한 교수학습 환경을 설계하고 아이들의 건강한 디지털 경험을 안내하는 역량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유아 교사의 AI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교원 교육체계의 재설계가 시급하다. 에이전틱 AI 시대의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 사용법’이 아니라 ‘AI 리터러시’다. 이는 AI의 작동 원리 이해, 데이터 편향과 윤리 문제의 인식, AI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 등을 포괄한다. 교사 양성과정과 현직 연수 프로그램은 이러한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모듈화되고, 실제 보육 및 교육 상황에서 AI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사례 기반 학습을…
2025-12-15 09:10
최근 교육계의 안타까운 징후는 젊은 교사들의 대규모 이직 현상이다. 미래를 담당할 주역들이 학교를 떠나는 것은 교육 시스템의 깊은 상처를 드러낸다. 또 우리 사회가 교육에 부여했던 신뢰와 사명감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등이다. 교사 대상 사회적 신뢰 붕괴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무방비 상태의 교권 침해와 과도한 민원 스트레스다. 교사는 마땅히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 전문가로 활동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무분별한 민원과 법적 다툼의 잠재적 위험에 노출된 방어자가 됐다. 이는 교사를 교육 주체가 아닌 책임 추궁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불신의 투영이다. 제도 위에 있어야 할 학교 공동체의 상호 존중이라는 신뢰의 기반이 붕괴했음을 방증한다. 또 오직 학생과의 교감과 수업 연구에 에너지를 쏟아야 할 교사들이, 복잡다단한 행정 잡무와 학교 운영 전반의 만능 해결사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교육 철학자들은 교육의 본질을 인간과 사회를 잇는 성장의 과정으로 정의했지만, 현재 교실은 성장이 아닌, 잡무의 회오리 속에 갇혀 교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박탈당하고 있다. 최근 교사들이 느끼는 또다른압박감은 ‘민원과 안전사고의 모든…
2025-12-15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