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9월 초 공개된 GPT-6 Astra는 우리에게 또 한 번 거대한 지적 충격을 안겼다. 3년 전만 해도 'AI에게 질문을 잘해야 좋은 답을 얻는다'며 단순히 질문이 강조되었다. 이제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글을 쓰고, 자료를 분석하며, 사용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까지 제안한다. 그렇다면 AI를 잘 다룬다는 것은 곧 AI에게 일을 잘 시킨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이 질문의 시대가 끝났다는 뜻이 아니다. 잘 시키는 힘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스스로 묻는 데서 시작된다. 시키기는 질문의 다음 단계일 뿐이다. 오랫동안 교실에서 질문수업을 해 온 교사로서, 나는 여기에 두 가지 힘이 필요하다고 본다. 열어서 맡기는 힘과 좁혀서 요구하는 힘이다. 맡기는 힘, 좁혀서 요구하는 힘 질문수업에서 학습지를 배제하고 빈 공책을 스스로 채워 나가게 하는 이유는, 학습지라는 틀, 곧 교사가 정해 놓은 틀 안에 아이들의 생각이 갇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AI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방향이 아직 서지 않았을 때가 있다. 이때 억지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면 오히려 내 좁은 생각 안에 결과가 갇힌다. 이럴…
2026-11-06 14:01시·도교육청의 교육활동 보호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다.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악성민원에 직접 대응하는가 하면 교권침해 행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등 대응 방식도 다양해졌다. 서울교육청은 교권정책과와 학교법률지원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는 교권보호전담관을 운영하며 법률 개정을 촉구했고, 충남은 교권침해 행위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 기준을 마련했다. 전북도 악성민원에 대한 퇴거와 출입 제한 등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지역별 여건에 맞춰 보호 방식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제도 마련만으로 교권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전담인력이 얼마나 신속하게 개입하고 교육청이 악성민원과 법적 분쟁에 끝까지 책임지는지가 중요하다. 피해 교원의 회복 지원도 충분해야 한다. 조직 규모보다 교사가 체감하는 보호 수준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지역별 지원 격차도 줄여야 한다. 교육청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도 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모호한 정서적 아동학대 판단 기준, 현장체험학습 사고에 따른 교사의 법적 책임 문제 등은 법률과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국회는 입법에 속도를 내고 사법부도 정당한 교육활동의 특수성과 교사의 전문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2026-11-02 09:10
우리나라 고교 직업교육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의 교육 확대에 기여하며, K-교육의 우수성을 알리는 매력적인 수출 모델이 되고 있다. 자동차 정비, IT, 요리, 간호 등 분야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파독 간호사의 도전정신 이어야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의 도약이라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간호 분야의 확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파독 간호사 91명이 고국을 방문해 서울 영락의료과학고에서 고교 간호과 교사·학생들과 워크숍을 열었다. 60년 전 한국 간호의 첫 해외 개척자들이 보여 준 전문성과 도전 정신이 AI 헬스케어 시대를 준비해야 할 우리 학생들에게 이어졌다는 평이다. 1960~70년대 낯선 타국 땅 독일로 향했던 그들의 헌신과 전문성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일군 밑거름이자, 한국 보건의료가 국제적 신뢰를 쌓아 올린 출발점이었다. 그들은 간호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 현장에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간호 전문직, 의사, 보건행정가 등 보건의료 전문가로 성장해 나갔다. 그들의 삶은 ‘성장형 직업교육’의 살아 있는 본보기다. 이제 우
2026-11-02 09:10개정 초·중등교육법이 지난달 29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악성 민원의 무거운 짐을 학교와 교육청이라는 기관이 나누어 맡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민원 대응의 책임이 ‘교사 개인’에서 ‘기관’으로 옮겨진 것이다. 교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은 물론이고, 학생 학습권까지 침해하는 악성 민원 해결의 첫 단추가 꿰어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법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현장에서 작동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법 시행과 더불어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학교가 요청한 민원에 대해 관할청이 학교에 책임을 되돌리는 관행이 중지돼야 한다. 최근에도 전남광주 목포에서 학교 요청을 외면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교육부도 학교민원 대응지원팀의 설치 여부, 전담 인력 규모, 예산 확보 현황, 학교의 지원요청 처리 절차 마련 등 각 시·도교육청의 법 시행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만약 미진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시정을 요구하고, 그 결과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민원의 시작을 처리해야 하는 학교에도 부담감을 줄여줘야 한다. 긴급 조치의 범위, 조치 후 기록·보고 방법 구체화, 정당한
2026-11-02 09:10
제40회 한-아세안교육자대회(ACT+1)가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Navigating Our Future: Steered by Teachers; Anchored in Relationships; Propelled by AI’. AI 시대의 교육을 하나의 항해에 빗댄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학교 현장에 깊숙이 들어온 AI 세부 주제 역시 ‘키(The Helm)’, ‘닻(The Anchor)’, ‘기관실(The Engine Room)’, ‘나침반(The Compass)’이라는 항해의 요소로 구성됐다. AI라는 강력한 엔진이 등장했지만 배의 목적지를 정하고 방향키를 잡는 것은 여전히 교사이며, 교육의 중심에는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개최국인 싱가포르의 교육 현장을 직접 살펴볼 수 있던 점도 뜻깊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를 보이는 국가답게, AI와 디지털 기술은 싱가포르 학교 현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아세안 각국의 발표에서도 AI를 수업 설계와 피드백, 교원 업무의 효율화, 학생의 행복감과 관계 형성, 평가의 윤리와 신뢰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한 사례가 공유됐다
2026-11-02 09:10
교사들이 가장 걸기 어려운 전화 중 하나가 있습니다. 학급 학생이 반 친구를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 아이의 학부모에게 거는 전화입니다. 수화기를 들기 전부터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짐작하게 됩니다.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닌데요”, “집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아요”, “저쪽에서 먼저 뭐라도 했겠지요” 이 세 마디를 들을 각오를 하며 번호를 누르는 교사의 마음은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를 권합니다. 자녀가 다른 아이에게 해를 끼쳤다는 소식 앞에서 당황하지 않는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가 잘못한 사실을 들었을 때 바로 수긍하는 것은 부모에게 어려운 일입니다. 자녀가 그런 아이일 리 없다는 반응은 자기 아이를 지키려는 본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방어입니다. 교사가 이 사실을 미리 인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학부모의 첫 반응에 지나치게 상처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육하원칙에 따라 사실 전해야 그렇다고 이 당황스러움에 끌려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교사가 지켜야 하는 자리는 분명합니다. 피해 입은 학생의 보호가 가장 우선이고, 그다음은 괴롭힌 아이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일입니다. 예전에 2학년 담임을
2026-10-30 13:54
‘또 시작이네….’ 학생의 문제행동이 반복될 때 교사는 여러 감정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걱정됐던 마음이 점차 답답함에서 짜증으로, 화도 났다가 종국에는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게 무뎌지기도 한다. 교사가 지치는 이유는 행동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다루는 과정에서 감정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어렵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와도 억누르고 표면 감정만 드러내게 된다. 이렇게 실제 감정과 표면 감정 사이의 부조화가 커질수록 정서적 고갈은 심해진다. 이뿐만 아니다. 교사는 온종일 학생들의 감정을 살피며 수업과 생활지도, 학부모 소통까지 여러 관계를 다뤄야 한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며 감정 소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직업적 특성과 연결된다. 어차피 소모될 수밖에 없다면 덜 쓰이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알아차림’이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무시하고 버티면 오히려 예민해지거나 포기하고 싶은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억누르지 말고 알아차려야 상담에서는 감정을 없애거나 통제하기보다 먼저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때 도움…
2026-10-30 13:54고교학점제가 시행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학생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던 약속은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 학생은 내신의 유불리를 따져 과목을 선택하고, 교사는 늘어난 과목과 기록 업무에 허덕인다. 교육 당국은 거듭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현장 혼란은 여전하다. 제도의 안착을 말하기에 앞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가장 큰 모순은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면서 정작 평가제도가 그 선택을 제약한다는 점이다. 현실은 진로·적성보다 내신 등급이 과목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적어도 진로·융합선택 과목은 절대평가로 환원해야 한다. 교사의 시간도 되찾아줘야 한다. 과목이 세분화 되고 다과목 지도가 늘면서 학생부와 세특 작성 부담은 가중됐다. 학생 성장을 기록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작 학생을 가르치고 살필 시간을 빼앗고 있다. 선택과목까지 세특 기재량을 적정화해야 한다. 미이수제와 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 역시 재검토가 시급하다. 학습 지원이라는 명분과 달리 형식적인 보충지도와 평가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미이수에 대한 부담보다 실질적인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하다. 교원은 늘리지 않으면서 더 많은 과목 개설과 개별화된 수업을 요구하는 점도 바로잡
2026-10-26 09:10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교육활동 보호와 교원 수급, 고교학점제, 대입과 AI 교육에다가 특히 올해는 교육재정 문제까지 현안은 산적했지만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는 않았다. 문제 제기와 질의는 이어졌으나 기대했던 구체적인 합의나 확정된 개선 조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교육활동 보호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 국감 기간 교총을 비롯한 교원 3단체가 국회 앞에 모여 법 개정을 촉구했지만 이를 해결할 구체적인 입법 합의나 확정된 조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교사들의 절박한 요구가 또다시 과제로 남았다.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와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 개선, 악성민원 대응 강화 등에 대해서도 더 이상 국회는 필요성을 확인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장체험학습 교사의 법적 책임 문제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입법과 제도 개선으로 답해야 한다.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교육정책의 출발점이다. 다른 현안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교학점제 운영에 따른 문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란 등 학교 운영과 직결된 사안들이 나열됐지만,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았다. 대입의 공정성과 미래 교육
2026-10-26 09:10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정답을 내놓는 시대에, 정답을 고르는 능력만으로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실제 교실에서도 학생들은 질문을 깊이 탐구하기보다 정답을 빠르게 찾는 데 익숙하다. 사고 과정과 논리적 표현 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은 분명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아직 준비 안 된 교실 그러나 서·논술형 평가를 운영해 보면 정책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피드백이다. 서·논술형 평가의 핵심은 학생의 사고 과정을 살피고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며 성장을 돕는 데 있다. 하지만 고교 교사 1명이 여러 학급에서 100명이 넘는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 학생의 답안에 10분만 써도 100명 기준 16시간이 넘는다. 지필평가와 수행평가가 반복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결국 피드백은 사라지고 점수만 남는 평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채점과 민원도 현실적인 벽이다. 같은 문항을 채점하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기준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학생들의 답안은 예상보다 다양하다. 수학 서술형만 해도 풀이 방향은 맞지만 계산에서 실수한 답안, 정답은 맞지만 논리가 비약된 답안에 몇 점을 줄
2026-10-26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