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교육 현장은 끊임없는 디지털 전환의 파도를 맞아왔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상세계와 현실이 융합된 ‘메타버스’와 ‘생성형 AI’ 등 첨단 기술이 교실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디지털 교육은 단순한 ‘스마트 기기 활용 수업’의 차원을 넘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삶의 생태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과거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고 텍스트나 영상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에 집중했다. 메타버스와 초연결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체험형·참여형 공간에서의 윤리적 주체성’과 ‘디지털 시민성’을 지도하는 능력으로 확장돼야 한다. 가상세계와 새로운 윤리적 도전 메타버스 환경에서의 미디어는 단순히 시각이나 청각으로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다. 아바타를 통해 공간에 직접 개입하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경험을 ‘생성’하는 주체적인 활동이다. 예를 들어, 독도 문제를 다룰 때 기존 수업이 독도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기사를 읽는 방식이었다면, 메타버스 수업에서 학생들은 아바타로 독도 지형을 탐험하고 직접 전시물을 배치하는 등 공간적 체감을 경험한다. 이때 교사는 가상세계에서의 경험이 현실의 가치관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2026-10-23 13:59수업 시간, 교사의 설명이 멈추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한국어가 서툰 중도입국 학생을 위해 쉬운 단어로 다시 풀어내거나, 개별적으로 안내하는 사이 교실의 흐름은 잠시 멈춘다. 이 짧은 단절이 반복되면서 전체 학생의 몰입도는 떨어지고, 때로는 학급 전체의 학습 진도와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는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에서 비이주배경학생들이 매일 겪고 있는 뼈아픈 현실이다. 다문화 교육 정책이 현장에 자리 잡아가면서 이른바 ‘역차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이 특정 학생들에게 집중될 때, 일반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는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학교에 배치된 튜터나 협력 강사들의 지원이 주로 이주배경학생에 집중되다 보니, 정작 기초학력 보장이 필요한 비이주배경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방과 후 기초학력 교실조차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비이주배경학생이 겉돌기도 한다. 그 결과 학습 태도가 우수한 비이주배경학생들의 전출이 이어지며 학교 전반의 학력 저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단순히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나 이기심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공교육 안에서 모든 학생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질…
2026-10-23 13:58
지난 9월 발표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은 2.9%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이는 2020년의 세 배가 넘는 수치이며, 초등학생은 무려 5.7%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신체 폭력과 집단 따돌림 비중도 늘었다. 반면 가해 응답은 줄었다. 가해 이유 1위는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였다. 맞은 아이는 폭력으로 기억하고, 때린 아이는 장난으로 기억한다는 뜻이다. ‘합의’라는 단어에 숨겨진 그늘 온라인 미디어에서 비롯된 ‘야차룰’은 보호장구나 규칙 없이 맨몸으로 맞붙는 길거리 격투 방식을 뜻한다. 학생들은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거나 구두 합의를 맺은 뒤 공터나 주차장 등에서 주먹을 휘두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를 지켜보는 무리가 휴대전화로 촬영해 SNS에 올려 조롱거리로 만들거나, 패자에게 굴욕감을 주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서로 동의하고 한 대결인데 왜 학교폭력인가요?”라고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착각이자 위험한 합리화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야차룰은 결코 ‘합의된 대결’이 아니다. 그 기저에는 또래 집단의 암묵적인 위계와 권력관계, 그리고 대결에 응하지 않으면 겁쟁이로 낙인찍히는 ‘보이지 않는
2026-10-19 10:54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교실에 앉아 있다고 해서 같은 출발선에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주배경 학생에게는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이들에게 한국어 교육과정은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에 참여하고 학습권 실현을 돕는 공교육의 기초다. 이주배경 학생 크게 증가 초·중등 교육에서 이주배경(다문화)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이 처음 고시된 것은 2012년이었다. 이후 현장의 적용 사례들을 검토 보완해 2017년에 교육과정이 개정·고시됐다. 고시 후 10년이 지난 지금, 교육과정 적용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교육부 교육통계서비스(KESS)의 자료에 의하면,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은 2017년 대비 2025년 약 85% 증가했다. 전체 학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9%에서 4.0%로 2배 이상 높아졌다. 학생 수의 증가와 더불어 출신 국가, 입국 시기, 가정의 언어 환경과 이전의 학교 경험에 따라 교육적 요구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편, 일반 교과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다. 학생 변화와 교과 교육의 변화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한국어 교육과
2026-10-19 09:10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다. 1900년 고종 황제는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를 반포해 울릉도를 울도군으로 승격하고, 관할 구역에 ‘석도(石島)’, 곧 독도를 명시했다. 관보로 공포된 이 칙령은 근대 국제법상 영토 주권을 대내외에 선언한 결정적 사료다. 올해로 반포 126주년을 맞는다. 교육계 전반에 공감 이어와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왜 허구인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1904년 2월 러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대한제국에 한일의정서를 강제로 체결하게 했다. 일본은 “군략상 필요한 지점을 임기 수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앞세워 한반도 곳곳을 군사적으로 점유했다. 독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듬해 2월, 일본은 전쟁의 와중에 시마네현 고시로 독도를 슬그머니 편입했다. 독도 침탈은 정당한 ‘무주지 선점’이 아니라 한반도 침략의 첫 희생이었다. 이 역사를 교실에 되살려 온 것은 교육계의 꾸준한 노력이었다. 한국교총은 2010년 민간 최초로 전국 단위 ‘독도의 날 선포식’을 열었다. 이후 해마다 기념행사와 계기교육 캠페인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전국 교원이 4행시 공모로 마음을 모았다. 최우수작의 “도도히 서서 바다를 지키는 수호의 섬”이라는 구절은 현장 교사들의 마
2026-10-19 09:10중간고사가 끝나고 맞이한 3일간의 황금연휴 첫날인 9일 개최된 전국 교원집회. 일부에서는 ‘별로 모이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했다. 그러나 2만여 명에 달하는 교원이 한 자리에 모였다. 모처럼 맞이한 연휴에 쉬고 싶은 마음도 전국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참석자들은 ‘무분별한 아동 학대 신고로부터 보호해달라’, ‘마음 편히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 ‘시민권적 기본권을 보장해달라’, ‘교육재정 개편·유보통합, 초등 3시 하교, 서·논술형평가 등 현장 외면 정책 중단하라’라며 2시간 내내 목이 쉬도록 외쳤다. 지난해 6월 14일 광화문에서 제주교사 추모 집회에 이어 1년 4개월 만에 이뤄진 대규모 교원집회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보여준다. 거리의 아스팔트가 아닌 학교와 교실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교육과 미래를 꿈꿔야 할 교사가 왜 1년마다 거리에 나서야 하나?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커 법률 개정 서명 동참도 시작해 국회의원약속 반드시 지켜야 정부와 국회는 이럴 수밖에 없는 현실과 원인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다행히 행사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
2026-10-19 09:10
현재 학교폭력은 학교 안팎에서 일어난 신체, 정신,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학교 내에서 일어난 학교폭력은 교사와 전담 조사관이 조사해 순리대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밖에서 일어난 학교폭력은 범위가 너무 넓고, 다양해서 학교에서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교사는 경찰공무원처럼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CCTV도 확보할 수도 없어서 설령 조사를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사에게사법기관 역할 맡겨져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맞닥뜨리면서 느끼는 점은 교사가 경찰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경찰 등 사법기관의 역할을 처리해야 하는 과정에서 괴리감과 회의감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개별 학생을 상담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수업 시간에 다정했던 선생님이 경찰의 역할로 변경이 될 때 학생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심리적으로 매우 큰 부담을 갖는다.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전담 조사관이 학생을 조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너무 광범위한 학교폭력의 정의를 ‘교육활동 중’으로 한정해야 하는 이유다. 학원, 교습소,…
2026-10-12 09:10
가끔 ‘교원단체가 실제 학교 현장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교원단체에 가입해 있으면서도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던 때가 있었고, 굳이 가입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던 적도 있다. 제도 변화 혼자서는 불가능 하지만 돌아보면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러 제도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생활지도 관련 제도다. 교원이 교육활동 과정에서 학생을 지도할 수 있고,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오인되지 않도록 법적 보호 근거가 마련됐다.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생겼다. 학교장이 민원처리를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 역시 법률에 담겼다. 이러한 변화를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단체의 성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장의 교원들이 어려움을 이야기했고 여러 교원단체가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이어졌고 국회와 정부의 입법 과정이 더해졌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현장사례를 모으고, 정책을 제안하고, 국회와 정부를 찾아가 설명하고, 필요할 때는 거리에서 함께 목소리를 냈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제도가 바뀌어 왔
2026-10-12 09:10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교원이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된 후 무죄 판결이나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아동학대행위자’ 혹은 ‘사례관리대상자’라는 명목으로 국가 시스템에 정보가 고스란히 입력·관리된다. 여기에 무죄 확정 이후에도 당사자가 직접 복잡한 삭제 청구 절차를 밞아야 하며, 거부될 경우 다시 힘든 행정·사법적 불복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무고한 교원에게 평생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를 새기고 정신적 고통을 강요하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다. 한국교총이 헌법재판소에 이를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같은 기본권 침해는 당장 멈춰야 한다. 헌재의 전향적 판단과 신속한 법률개정이 요구된다. 교원을 대상으로 한 기본권 침해는 비단 이번 사례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헌법이 보장한 정치기본권도 봉쇄돼 있다. 만 16세 고등학생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지만, 정작 그들을 가르치는 초·중·고 교사는 퇴근 후에도 정당 가입은커녕 단돈 1만 원의 소액 후원도 할 수 없다. 개인 SNS에 특정 정치인의 글을 공유하거나 공감 표시를 하면 징계 대상이 된다. 여기에 같은 공무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직 공무원과의 차별도 분명히 존
2026-10-12 09:10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교육위에는 교육활동 보호와 교원 수급부터 고교학점제, 지방교육재정, 돌봄과 유보통합, 대입과 AI 교육까지 현안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교육활동 보호의 실질적인 진전이 요구된다. 서이초 사건 이후 각종 대책이 이어졌지만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민원, 소송의 두려움 없이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도를 얼마나 만들었느냐보다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 교총이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와 악성민원 대응, 모호한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현장체험학습도 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과도한 법적·행정적 책임이 돌아가는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 교육활동에 나설수록 책임과 위험까지 더 떠안는다면 어떤 정책도 뿌리내리기 어렵다. 교육정책에는 여야의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들이 많다. 정책을 치열하게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역할이다. 그러나 진영논리에 갇혀 정쟁만 벌이다 현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국감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교육 문제에는 진영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다른 현안도 마찬가지다.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교원과 교육재정을 줄이
2026-10-12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