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겸손 그 자체였던 현승종 선생님
제24대 한국교총 회장이었던 현승종 전 국무총리의 부음을 접하면서 머리에 우선 떠오른 것은 ‘겸허’ 또는 ‘겸손’이었다. 필자는 자신의 분에 넘치게도 적어도 30년 가까이 선생님을 가까이서 모시고 일하며 배운 경험을 여러 차례 가졌는데, 그 과정에서 “세상에 이렇게 겸손이 몸에 밴 분이 또 어디 있겠는가”하는 느낌을 갖곤 했다. 자신보다 수십 년 아래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차 심부름이나 전화 심부름하는 젊은 여성에게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언제나 존댓말을 썼다. 자신을 내세울 일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선생님이 자기 자랑하는 말을 들어본 일이 없다. 거기에서 위선의 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의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 전형적인 훌륭한 선비의 몸가짐이었다. 필자는 선생님의 겸손에 접할 때마다 그러하지 못한 자신에게서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다. 이 대목에서 잠시 도산 안창호를 떠올리게 된다. 선생님과 같은 평안도 출신의 항일독립운동가 도산은 어느 무엇보다 ‘인격혁명’을 내세웠다. 조선인 또는 한인 모두가 끊임없는 인간수양을 통해 인격혁명을 성취하는 것이 독립의 지
-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
- 2020-05-28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