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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린이의 호기로운 글, 오래 기억하고 싶었죠”

<어린이의 문장> 저자
정혜영 경기 청수초 교사

 

20여 년간 초등 글쓰기 지도해

순수한 글 읽으며 되레 위로받아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어

현재의 나, 다정하게 대해주길”

 

읽고 쓰는 게 좋았다고 했다. 한창 공부해야 할 때 문예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할 정도로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국어’ 교사를 꿈꿨지만, 좌절했고 그 길로 글쓰기를 놓아버렸다. 앞으로는 절대 글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수십 년간, 쓰지 않던 그의 마음을 돌려세운 건 코로나였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여 년간 함께 한 아이들이 글감이 됐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아이들과 단절됐던 그때, 아이들이 쓴 글이 유난히 크게 보이더군요.”

 

그렇게 엮은 글은 카카오 브런치가 주최하는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어린이의 문장>의 저자 정혜영 경기 청수초 교사 이야기다.

 

<어린이의 문장>에는 정 교사가 아이들을 글쓰기의 세계로 안내하면서 마주한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뭉클하며 때로는 호기로운 어린이들의 문장’으로 가득하다. “일상의 루틴이 깨져 스스로 위축돼있을 때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요동쳤고 위로받았다. 지나면 사라져버릴 아이들의 문장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썼다”고 했다.

 

특히 그의 마음을 흔들었던 건, ‘학부모 공개수업’을 주제로 쓴 글들이다. ‘내 부모님이 안 오실까 봐 걱정했다.’ ‘수업을 듣는데 난 자꾸 엄마 쪽을 힐끗힐끗 보았다.’ ‘계속 엄마만 보고 싶었다. … 뒤에 계신 엄마를 보니 눈썹이 약간 길어진 것 같았다.’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글에 울컥했다. 아이들은 그 짧은 순간에도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 엄마, 아빠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8년째 2학년을 담임하다 보니,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어요. 저학년은 교사의 부재에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정작 우리 아이의 공개수업에 거의 가보지 못했어요. 반 아이들의 글을 보면서 우리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알고 나니… 미안했죠.”

 

교직 23년 차인 그는 초임 시절부터 아이들과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다. 그 이유를 책에 이렇게 썼다. ‘아무거나, 아무렇게 써도 시인이 되고 작가가 되는 순수한 글쓰기를 이때 안 해보면 언제 맘껏 해볼 것인가’라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쓰게 한다. 3월 한 달 동안 매일 한 줄 쓰기로 거부감을 줄이고 나서, 4월부터 두 줄, 세 줄로 길이를 늘인다. 대신 일주일에 두 번 쓴다. 글감은 아이들의 경험을 반영해 함께 정한다. “기존에 하던 것에서 하나를 더했을 때 배울 만하다, 도전할 만하다고 느낀다”며 “마음속으로 정한 최종 목표는 한 페이지 쓰기”라고 귀띔했다.

 

철칙도 있다. 첫째, 아이들의 글은 내용만 본다. 즐겁고 자유롭게 쓰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둘째, 아이들의 글에 꼭 코멘트를 남긴다. 교사가 궁금해할수록 아이들은 더 용기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셋째, 아이들의 글을 읽어준다. 아이들은 ‘나와 너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만 쓰는 것과 교사나 부모가 함께 쓰는 것은 천지 차이”라고 했다. 쓰는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어서다. 시간이 없다, 여유가 없다, 쓰지 않을 이유는 많지만, 한 줄 쓰기부터 시작해볼 것을 권했다.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어요. 어른이 어린이의 마음을 만난다는 것은 각자의 어린 시절과 만나는 것과 같죠. 아이들의 문장을 통해 각자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현재의 자신을 좀 더 다정하게 대해주면 좋겠습니다. 글을 허락해준 아이들과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 학부모님들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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