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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3]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 ‘한글’

 

정보화 시대 한글의 우수성 더욱 빛나

한류 타고 한국어 배우는 세계인 늘어

올해 10월 9일은 575회 한글날이다. 한글, 즉 훈민정음은 만든 사람과 만든 날짜가 정확하게 알려져 있으며 만든 원리를 적은 기록이 전해져 내려오는 세계 유일의 문자라고 한다. 1997년 유네스코는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해 한글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또한 유네스코는 세종대왕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지구촌에서 문맹 퇴치에 뛰어난 공적을 쌓은 사람이나 단체에 ‘세종대왕상’을 수여해 오고 있다.

 

한글의 우수성은 무엇보다 독창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점이다. 세계 언어학자들은 한글을 최고의 문자라고 극찬한다. 미국 하버드대 라이샤워 교수는 “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세계에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 문화학자 존맨은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칭송했다.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 대학의 플로리안 쿨마스 교수 역시 “한글이 가장 좋은 문자”라고 밝혔다. 미국의 언어학자 로버트 램지도 “한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문자의 사치이며,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문자”라고 극찬했다. 

 

세종대왕은 인터넷 시대, 정보화 시대까지 헤아리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일까? 한글의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구조가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맞아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정보화 시대 언어 소통의 우열은 속도와 정확성으로 판가름 난다. 이 두 측면에서 한글을 따라올 문자가 없다. 세종대왕은 아마도 지금의 문자 메시지 시대, SNS 시대까지 고려해 한글을 창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글은 글자를 쉽게 조합하거나 축약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정보전달의 효율성이 뛰어나다. 정보화 시대의 생명인 콘텐츠의 양과 속도에서 한글의 우수성과 차별성이 돋보인다. 일본어와 중국어가 자판을 사용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한글이 얼마나 뛰어난 문자인지 알 수 있다. 비슷한 정보량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입력하고 전송하는 데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에 비해 한글의 속도가 7배나 빠르다고 한다. 

 

트위터를 사용해 보면 이러한 점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트위터에서는 글자 수가 140자로 제한되는데 이렇게 제한된 공간에서 한글은 영어나 일본어 등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어떤 언어보다 글자를 빠르게 입력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영어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지만 한글은 붙여 써도 이해가 가능하다. 각각의 철자마다 고유한 발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속도와 정확성에서 한글을 따라올 문자가 없다.  

 

요즘 한류 열풍을 타고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 곳곳의 대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강좌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각국에 개설된 세종학당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강생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인도 등 일부 국가에선 한국어를 제1 또는 제2 외국어 과목으로 공식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한글의 우수성이 알려지고 세계적으로 인기가 올라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들은 일상적으로 말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우리말에 무관심하다. 우리말을 올바르게 구사하고 있는지 스스로는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우리말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무엇보다 문자 메시지에서 유통되는 언어가 문제다. 나 역시 아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이러한 점을 실감한다. 아들의 문자 메시지에는 받침이 없다. “밥 먹었어?”라고 물어보면 ‘머거써’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뿐이 아니다. 아라써(←알았어), 어떠케(←어떻게), 그러케(←그렇게), 마너(←많어)를 비롯해 시러(←싫어), 조아(←좋아), 조타(←좋다), 마니(←많이), 아라요(←알아요), 부지러니(←부지런히), 깨끄시(←깨끗이), 꼬따발(←꽃다발)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어쩔 수 없이 받침을 적는 경우에도 제대로 표기하는 법이 없다. ‘꺽엇어’ ‘안 햇어’ 등처럼 쌍시옷(ㅆ)이나 쌍기역(ㄲ) 받침이 사라졌다. 최소한의 표기와 발음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생파’ ‘생선’ ‘마버’ ‘엘베’처럼 지나치게 줄인 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두가 편리성과 속도를 중시하다 보니 생긴 말들이다. 아이들에게서만 받아보던 이러한 말들이 이제는 어른들 사이에서도 그대로 유통되고 있다. 한글 자체가 속도가 월등한 문자임에도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오늘도 우리는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속도를 중시하는 문자 메시지나 인터넷 세계에서 이 정도 채팅 용어가 뭐 그리 문제냐고 할지 모르나 언어의 본질상 이들이 그곳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런 용어의 일상화는 우리말을 올바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식을 둔화시켜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경시하고 파괴하며, 국적 불명의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글 문법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외계어가 유통되기도 한다. 세대간뿐 아니라 같은 세대에서도 서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신조어가 계속해 만들어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문자 메시지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막을 수는 없다. 이런 곳에서는 무엇보다 속도를 중시하기 때문에 약어의 효용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곳에서 유통되는 언어들은 신기하게도 대부분 의사를 전달하고 이해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한글의 속도와 정확성을 따라올 문자가 없다는 것이 여기에서도 증명된다. 그러나 단순 일탈과 유희를 넘어 새로운 언어가 되다시피 한 이러한 문자 메시지에 걱정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외래어 남용도 문제다. 요즘 ‘~센터’ ‘~바우처’ ‘~거버넌스’ 등 공공언어나 정책용어를 비롯해 ‘업그레이드’ ‘힐링’ ‘챌린지’ ‘언박싱’ 등 일상 언어까지 외래어가 넘쳐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나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외국어가 우리말을 밀어내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남용한다면 민족문화와 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우리말은 점점 밀려나고 말 것이다. 

 

스스로 지키지 않는 영토는 남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듯이 스스로 관심을 갖지 않는 언어는 언젠가 소멸할 수밖에 없다. 국제화 시대가 되면서 소수 언어는 더욱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 연구기관인 월드워치는 세계 언어의 50~90%가 금세기 말께 소멸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면 영어나 중국어 등과 같은 주도적 언어에 동화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언어나 문자 언어에 대처하고 외래어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문자 메시지에서는 한글의 우수성에 의한 속도와 효율을 살리되 학교에서는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균형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즉 통신언어와 공적 언어를 철저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모두가 이를 인식한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한다면 세종대왕도 백성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즐기는 동시에 한글의 소중함을 깨닫고 아끼는 것에 대해 흐뭇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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