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3 (수)

  • 맑음동두천 -0.9℃
  • 맑음강릉 2.1℃
  • 구름조금서울 1.3℃
  • 맑음대전 1.0℃
  • 맑음대구 1.6℃
  • 맑음울산 3.6℃
  • 맑음광주 2.8℃
  • 맑음부산 6.3℃
  • 구름조금고창 -0.2℃
  • 구름많음제주 9.5℃
  • 구름조금강화 1.6℃
  • 맑음보은 -2.9℃
  • 맑음금산 -1.8℃
  • 맑음강진군 2.5℃
  • 맑음경주시 0.9℃
  • 맑음거제 5.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파란만장 학부모 상담] “왜 아침마다 전화해대는 거야?”

작년에 집 근처 마트에 갔는데 한 청년이 저에게 아는 체를 했습니다. 처음엔 전혀 못 알아보겠던데 자세히 보니 17년 전에 가르쳤던 제자였습니다. 제자라고는 하나 이제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제자를 가르칠 무렵인 2004년경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 학생이 조회 시간이 끝나고 1교시가 시작하는데도 학교에 오지 않아 제가 집으로 전화를 걸면, 그 애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이상하다. 집에선 아까 나갔어요!!”
 

아이를 기다리고 있으면 2교시가 시작하기 직전에 오곤 했지요. 왜 늦었냐고 물어보면 그 애는 배가 아파서 병원에 들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기를 서너 차례 반복하다가 드디어 사고가 터졌습니다. “어머님, ○○가 3교시가 끝났는데도 안 와요”라고 걱정스레 여쭤봤습니다. 그러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여보쇼. 나도 하루하루 벌어먹기 바빠. 내가 학교 갔다고 나간 자식새끼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아? 왜 아침마다 재수 없이 전화해대는 거야? 사람 성질나게!”
 

저는 어머님이 자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주길 기대하고 전화한 건데, 그 어머니는 아침마다 걸려오는 전화가 싫으셨던가 봐요. 씁쓸한 마음으로 한 시간가량 읍내 PC방을 돌아다닌 끝에 어떤 가게의 구석진 곳에서 게임을 하는 그 애를 발견해 학교로 데려왔습니다. 교무실에서 저는 그 애에게 다시 또 한 번 이런 행동을 했다가는 알아서 하라며 무섭게 엄포를 놓았지요.
 

세월이 흘러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한 친구와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에 저는 또다시 벽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상당히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자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 애가 늘 지각해. 그러면 담임선생님이 내게 전화를 하시는데, 솔직히 말해서 내게 왜 전화를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그 친구는 사교육 기관의 중견 간부인데도 그런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는 데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 알 만한 사람도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제 글을 읽으시는 선생님들께서도 학부모님이 가진 이러한 마음의 벽에 절망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애들 지도를 선생님이 알아서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란 걸 하루만 교사로 지내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지요.
 

학교 현장에서 무슨 사안이 생기면 그건 오직 학교 탓이고 아무 일이 없이 무사 무탈하게 지나가면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지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시각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아이들이 한 번도 사고(?)를 치지 않고 지낸다는 게 얼마나 많은 선생님의 땀방울이 있기에 가능한지 모르는 분이 대다수입니다. 
 

교육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을 철저하게 분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 아이가 힘들게 지낸다면 우리 어른들은 상대를 탓할 시간에 고민의 원인에 관해 함께 숙고해 봐야 합니다. 그러기에 교사와 학부모는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상대에게 진솔해져야 합니다. 아이들 교육은 자율주행차처럼 그 무언가에 혹은 그 누군가에게 맡겨놓고 편하게 관망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만약 17년 전으로 돌아가서 제게 짜증 냈던 그 어머니와 다시 통화한다면, 그리고 4년 전으로 돌아가 친구와 다시 차를 마신다면 이젠 이렇게 말할 거 같습니다. 
 

“한 아이를 교육할 때 중요한 건, 아이의 잘못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 아이와 관계있는 어른들의 허심탄회한 대화 그리고 화합이란 생각이 드네요.”
 

우리 선생님들께 직언 아닌 직언도 드리고 싶습니다. 교사도 간혹 학부모에게 상처 아닌 상처를 줄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자녀 문제로 고민에 빠진 부모에게 “가정에서 일어난 일은 집에서 해결하시지”라는 식으로 생각해 은연중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선생님이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학교 책임만을 운운하던 학부모나 일반인들의 태도와 무엇이 다를까요? 선생님들께서도 역지사지하실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선생님 자신이 받은 상처가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선생님의 상처를 타인에게는 주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여 자그마한 변화를 실천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