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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작은 학교가 팬데믹에 주는 교훈

아널드 토인비는 역사란 문명에 주어진 도전(challenge)과 그에 대한 응전(response)으로 쓰인다고 말한 바 있다. 특정한 조건에 처한 문명엔 끊임없이 다양한 위기가 닥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그 문명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넓은 지역으로 퍼져 맹위를 떨치는 질병이 그 도전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 세대에 대한 우려

 

경기 마산초는 전교생이 40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다. 내년엔 5학급으로 줄어든다. 작은 학교라 열정적인 담임 선생님들의 지도로 학생들은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기초 학습 능력과 생활 습관을 다질 수 있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학습 결손과 정서적인 지원의 부족 없이 쑥쑥 자라고 있다. 마산초는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원격수업을 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등교 수업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미 국지적인 차원을 넘어선 재앙이다. 전 세계가 너 나 할 것 없이 학력의 저하와 양극화를 걱정하고 있으며 학교생활을 통해 규칙적인 생활과 사회성을 길렀어야 할 학생들이 원격 교육만을 받게 되어 정서적 발달에 결함이 생김에 따라 ‘코로나 세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명의 승리는 곧 도시의 승리였다. 도시의 접근성과 편리성은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을 끌어당겼고, 학부모는 여러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도시가 교육적으로 더 나은 환경이라 생각해 도시의 학교는 점점 과밀해지고 이에 따라 시골은 학교의 공동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마산초만 하더라도 학교 교육에 만족함에도 너무 친구가 적어 조금이라도 더 큰 학교로 전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앞에서 집적의 이익과 과도한 집중화는 교육의 마비를 불러일으켰다. 많은 학생이 정해진 대로 방역 수칙을 지키는지 한정된 인원의 교직원으로 관리하기는 불가능했고, 사교육 역시 공교육과 마찬가지로 등원이 중지되고 원격 교육으로 수업 방식을 대체해야만 했다. 교육에 있어서 도시에 유리하다고 생각됐던 요소들은 전염병 상황에서의 취약점으로 이어졌다.

 

도시 집중화는 교육 마비 불러

 

근대 공교육은 위생 개념의 주입과 훈련으로 지역 주민과 자녀들이 위생과 질병에 대한 근대적 인식을 획득하고 전염병을 이겨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지역 학교의 폐교와 도시 내 특정 학교의 과밀화를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여기고 내버려 둔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 공교육은 역사상 처음으로 등교 수업을 중지했다. 학급 수 적정화와 작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지역 학교들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은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팬데믹 상황에서 등교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좋은 수업과 생활지도를 실천하고 있는 작은 학교의 모습들은 우리가 그동안 잊고 미루어왔던 문제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들인지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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