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의 학교교육은 심각한 위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교교육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교직의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교실붕괴’, ‘학교붕괴’라는 현상도 교원들의 불만과 사기저하, 의욕상실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교사들의 권위는 크게 위축되고 심각한 역할갈등에 빠져있으며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존경은 크게 약화되고 사회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조건, 고삐 풀린 신세대 학생, 거칠어진 학부모 잡무부담, 교원들을 두들기기만 하는 언론 등 많은 교원들이 허탈감과 분노를 안고 교직을 떠난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유능한 젊은이들을 교직으로 유인하는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어두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보화·세계화 시대의 사회는 교사들에게 중대한 역할과 책임을 이행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교사들은 어린이들이 미래사회의 변화에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서 국민 기초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초등교사의 교육적 역할을 다음과 같이 열거할 수 있다.
첫째, 초등학생의 추후 학습과 장래생활에 기초가 되는 지식·도덕·사회·정서·신체적 발달을 돕는 기초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둘째, 정보화 사회에 지식과 정보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에만 국한하지 말고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스스로 습득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역할이 있다. 교사는 고기를 잡아주는데 그치지 말고 잡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셋째, 도덕적 ‘설교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도덕적 모범으로서의 역할이 있다, 교사는 어린이들에게 특정한 가치규범의 당위성을 사회적 맥락에서 분명하고 단호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넷째, 어린이들이 균형 있는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어린이들이 ‘경험의 편식’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
다섯째, 어린이들이 평생 동안 학습을 계속할 수 있는 기본적 능력과 심성을 갖추어 주는 역할이 있다. 어린이들이 배움의 열의와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하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과 감수성을 가질 수 있고 사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여섯째, 초등교사는 학교밖의 사회문제에 대해 스스로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져야 하며, 어린 학생들이 그러한 문제를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일곱째, ‘평화의 문화’와 비폭력을 위한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역할이 있다. 어릴 때부터 가슴에 평화와 비폭력의 씨앗을 심어야 하므로 타인과 평화롭고 조화롭게 사는 태도를 키워야 한다.
여덟째, 어린이들에게 국민으로서 ‘정치적 자아’를 형성하는 역할이 있다. 어린이들의 가슴에 국가 동일체의식을 형성하기 위해 애국가, 국기 등 국가적 상징에 대한 존중감,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이해,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기본이념에 대한 기초 지식들을 가르쳐야 한다.
아홉째,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사회를 이해해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를 올바로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하며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교육자원을 학생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교사들은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계발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위와 같은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하는 초등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교육환경을 개선해나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이 초등교육에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초등교사 양성기관에 투자를 많이 해야 양질의 우수교사가 현장에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정년단축으로 부족한 초등교원의 수급을 맞추기 위해 땜질식으로 중등교원 자격증 소지자에게 단기 보수교육을 시켜 초등현장에 내보내는 사례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러한 일은 초등교사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초등교원양성기관의 시설과 여건이 아직 미흡한 형편이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재정투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