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다. 오늘도 급식소를 찾아 어린이들과 같이 배식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4학년 남자 어린이들 서너 명이 내 옆에 앉았다. 옆에 있는 아이를 보니 젓가락질을 전혀 하지 못하기에 “젓가락질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야”라고 말하면서 시범을 보일 찰나였다. 앞에 앉았던 아이가 눈을 부릅뜨고 나에게 소리친다.
“사생활 간섭하지 마세요.” 어안이 벙벙하였다. 참으로 맹랑한 아이가 아닌가. 젓가락 사용에 대한 얘기는 집에서나 하는 잔소리쯤으로 들리는 모양이었다. 아이와 대화를 더 해 보려고 아이의 이름을 물어 보았다. 대답이 없다. 보다 못해 옆에 있는 친구들이 이름을 알려준다.
“채영식이에요.” “영식아! 젓가락질도 중요한 공부야.” 큰소리로 말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다. 오히려 나에게 한심하다는 표정이다. “밥 먹고 교무실로 와!” 얼마 후 그 아이가 의기양양한 자세로 교무실로 들어왔다. “사생활이 무엇인지 모르니? 사생활이란 개인간의 사사로운 생활을 말하는 거야!” 대답이 없다. “급식지도와 사생활은 다른 거야. 젓가락질을 비롯한 식사의 바른 자세도 중요한 공부가 되는 거야.” 나는 영식이에게 완전히 이해를 시키지 못하였다. 시원한 대답도 듣지 못하였고 영식이는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교무실에서 빠져 나가고 말았다.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닌 게 아니라 식사예절은 가정에서 필요하다. 대가족이 모여 살던 시절 ‘밥상머리 교육’은 절대 필요한 것이었다. 자녀의 생활지도, 수저사용방법, 식사지도 등 부모님의 가르침을 많이 듣고 자라지 않았던가. 새삼 기초와 기본을 중시하고 튼튼히 다지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