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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블라인드가 가져올 ‘대입 쇼크’

서류 블라인드 시대를 맞이하며 ①

1976년 파리의 한 호텔에서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 프랑스 와인이 와인계의 변방 미국 와인에 크게 자존심을 구긴 일이 일어났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최고의 와인 전문가들은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부문 모두 미국 와인을 1위로 지목했고 1위의 화이트 와인은 위대한 프랑스 와인이라고까지 평했다. ‘파리의 심판’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명해진 이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 ‘Bottle Shock’가 만들어졌다.

 

블라인드 테스트의 악몽은 이게 끝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와인 전문가들은 같은 사람이 같은 와인을 마셔도 등급을 크게 가를 정도로 다른 평가를 했다. 그나마 일관성을 나타낸 와인은 싫어하는 와인 정도다. 블라인드는 옥석 중에서 단순한 돌멩이를 구분해 내는 게 최선일까.

 

아무도 모르는 대입 쇼크

 

2021학년도 대입 수시에서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하나로 학생 신상정보를 알 수 없는 서류 블라인드가 도입된다.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도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입학사정관 제도로 시작된 평가는 ‘고교 등급제’와 ‘환경을 고려한 평가’가 중첩된 어딘가를 표류하며 깜깜이 전형이나 소위 우수 학교에 유리한 평가라는 비판이 늘 따라다녔다.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기대대로 ‘Bottle Shock’와 같은 ‘대입 쇼크(Shock)’가 발생할까.
 

선발 비율이 높은 학생부 종합 전형은 제1 기준이 학업능력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인한 충원도 학업능력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꽤 합리적이다. 결국,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학교를 알 수 있다는 것은 학업능력 평가에 중요한 참고 기준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블라인드 제도로 인해 교과 성적은 전반적으로 상향될 가능성이 크고 학교 정보를 통해 상대평가를 가능하게 했던 중요한 기준인 학교 정보가 사라지면서 믿지 못할 학업평가가 돼버린다.
 

한편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만으로도 대략의 그룹화는 가능하겠지만 매우 극소수의 학교를 제외하면 학교를 특정할 수 없다. 유일한 평가 근거는 생기부가 될 것이고 올해 역시 생기부는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대체로 생기부의 양과 질도 좋은 강세 학교의 후광 효과와 약세 학교의 숨겨진 옥이 내는 빛 중 어떤 것이 더 가려질까. 서류 블라인드가 가져올 ‘대입 쇼크’는 어떤 모습일까. 

 

학력 넘어 역량과 비전의 시대로

 

교과 성적 정보를 통해 지원자의 학교 내 학업능력 위치 및 성향을 파악하고 남는 건 단답형 기록이나 소위 말하는 세특(세부능력과 특기 사항)과 행발(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이다. 세특, 행발 등은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나 학생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귀중한 요소이다. 기왕에 불투명해진 학업능력을 붙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학생의 역량이나 비전에 더욱더 집중할 기회가 아닐까.

 

변화는 언제든 올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합리적인 비판과 함께 변화를 기회로 삼는 것이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 시대에 대입도 학업능력을 넘어 진정한 역량과 비전 평가의 시대로 가길 바란다.
 

학교는 입시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다. 학교나 지역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은 분명 우려되는 일이다. 교육과정과 대입이 어느 정도 동떨어져 있는 것도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우리는 어떤 교육 활동을 하고 어떤 내용을 생기부에 담아야 할까. 학생, 교사, 대학은 생기부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