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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노자(老子) 사상과 우리 교육

조국 발(發) 대입 전형 공정성 시비가 이미 지난해 대입 개편 공론화 결과를 무력화시키며 정시-수시 비율에 대한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이에 더하여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는 당국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교육계에 있는 우리도 어리둥절하다.

 

도덕경에 숨겨진 세상의 이치
학교 교육의 수월성과 다양성을 뒤로하고, 한 우물 속에 몰아넣으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렇지 않아도 일반계고의 경우 정치적 이슈를 편향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교사들이 많아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참이다. 춘추전국시대 ‘무위(無爲)’의 정치를 염원했던 노자가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진단한다면 그에게서 어떤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

 

노자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도덕경을 통해 유추해 보자. 20장에 ‘선지여악 상거하약(善之與惡 相去何若, 옳다고 여기는 것과 바르지 않다고 여기는 것에는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라는 구절이 있다. 세인들이 판단하는 인식의 차이는 결국 각자의 처지에 기인한다. 만물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누구나 그 처지와 입장이 되면 대체로 행하여지는 경우여서, 어느 일방을 구분해 잘잘못을 가리고 차별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이다.

 

37장에서는 ‘도상무위이무불위 후왕약능수지 만물장자화(道常無爲而無不爲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化, 도는 항상 하는 것이 없으면서도 하지 아니하는 것이 없다. 후왕들이 만약 그것을 지킬 수 있다면 만물은 장차 스스로 변화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치자(治者)는 앞에 나서서 드러나게 행동하지 말고 만물이 스스로 나서서 변화·성장하도록 뒤에서 조용히 이끌라는 말이다. 세상은 쉬지 않고 변화해 나아가기 때문이며, 결국 부딪히며 살아가야만 하는 자가 감당하고 짊어질 몫이라는 뜻이다.

 

17장에서도 노자의 생각을 찾을 수 있다. ‘태상 하지유지 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太上 下知有之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가장 높은 것은 아래에서는 그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이대로 공을 이루고 일을 완수하면 백성들은 모두 내가 스스로 그러했다고 말할 것이다).’ 다스리는 자는 개별적인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여 성취하였다는 자긍심을 갖도록 이끌어야 나라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자는 천하의 만물이 서로 다른 처지임에도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본받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자연은 어느 일방이 주도하여 이끌지 않는다. 강한 것과 약한 것을 함께 간직하며, 좋고 나쁜 것들도 모두 받아들여 나름의 상생의 길을 찾는다. 이것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의 하나라고 말한다.

 

치우침 없이 기본에 충실해야
인간이 가야 할 길도 자연과 다르지 않다. 천하는 변화무쌍하지만 넓고도 넓으며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세상에 사는 개개인들에게 누가 그 길을 일일이 열어줄 수 있겠는가? 사정이 이러하기에 그동안 우리는 교육정책의 방향은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으며,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재능을 찾아 더 높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아울러 이를 다듬는 일은 교육 주체들의 몫이다. 노자는 “무릇 큰 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베어내면 그 손을 다치지 않는 경우가 드문 법이다(夫代大匠斲者 希有不傷其手矣)”라고 간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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