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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교육정책의 ‘코브라 효과’

나라뿐 아니라 개인의 역사도 수많은 도전과 응전으로 전개된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숱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고심하여 마련한 해법이나 기발해 보이는 발상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는 일이 수없이 많다.

 

기발해 보여도 실패하기 십상
인도에서는 코브라에게 물려 죽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코브라를 잡아 오면 상금을 주는 정책을 폈다.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위험을 무릅쓰고 코브라를 잡아 상금을 받았다. 정책은 성공적이어서 인명피해가 줄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코브라가 줄어들었는데도 코브라를 잡아 와 상금을 받아가는 사람은 오히려 늘어났다. 어처구니없게도 사람들은 곳곳에 코브라농장을 만들어 자신이 기른 코브라로 상금을 받은 것이다.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문제를 더 악화하는 결과를 낳는 현상을 경제용어로 ‘코브라 효과’라고 한다.


‘들쥐 꼬리 효과’라는 것도 있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하던 때, 하노이의 하수구에서 활개 치는 들쥐를 박멸하기 위해 들쥐의 꼬리를 잘라오는 사람들에게 현상금을 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꼬리가 잘린 들쥐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꼬리를 자른 후에 들쥐를 죽이는 대신 하수구에 놓아준 것이다. 꼬리가 잘린 쥐들이 살아남아 새끼를 낳으면 더 많은 현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스웨덴에서는 헌혈한 사람에게 금전적으로 보상하면 더 많은 사람이 헌혈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헌혈보상금 제도를 시행했으나 헌혈하는 사람이 오히려 크게 줄었다. 헌혈은 이타적 동기에서 하는데, 보상금을 받게 되면 자기의 헌혈이 보상을 받기 위한 불순한 행동이 돼 버려 헌혈하기 싫어진 것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국가의 정책은 실질적 합리성을 지녀야 한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더욱 그렇다. 교육부가 지금 대학입시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장관 임명을 위한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대학입시 의혹으로 인한 대통령의 지시가 발단이었다.

 

불확실한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전문적 수준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중대한 사안이 장관 임명 과정에서의 의혹으로 불쑥 시작된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왕 논의를 시작했으니 장기적인 시각으로 심사숙고하여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는 대학교육뿐 아니라 초·중등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며, 잘못 결정될 경우 그 부작용이 엄청나다.

 

지금은 혁명의 시대라기보다는 혁신의 시대이다. 혁명적인 입시개혁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주기보다는 혁신적이고 융합적인 아이디어로 합리적이고 모든 학생에게 기회 균등한 입시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무조건적 당위론에만 집착하기보다는 관련 변수들이나 예상되는 부작용을 폭넓게 면밀하게 살피고, 지속가능성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교육정책 혁명적 추진은 불안
공교육 활성화·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선순환 체제가 구축되고,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생과 학부모의 심리적 측면을 올바로 읽으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인재를 양성하고 사람을 키우는 일을 계량적으로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판단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결과를 예상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대의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새롭게 선보일 대학입시 정책은 ‘코브라 효과’의 악순환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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