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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을 잡아라①] 기초학력에 대한 이해의 간극

본지-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공동기획

올해 초반부터 기초학력의 개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대부분의 질문은 답을 몰라서 묻기보다는 기초학력의 선을 어디까지로 긋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사실 학급 내 학습부진학생이 누구인지, 기초학력이 부족해서 현재의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교사는 아무도 없다. 질문을 하는 사람은 정책을 담당하거나,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이거나, 교육에 대한 각성을 유도하는 평론가들인 경우가 많았다.

3R에서 미래사회 역량까지 

 

질문자들은 보통 세 가지 중 하나의 답변을 예상하는 듯 했다. 읽기, 쓰기, 셈하기(3R’s)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해당 학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최소의 내용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미래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이며, 삶의 기초기능 확보를 위해 전제되는 역량인지.

 

읽기, 쓰기, 셈하기라고 답하면, 겨우 공교육에서 그 정도의 최소만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최소의 내용이라고 답하면, 교육과정 상의 최소 내용이 무엇인지, 교육과정 자체가 최소는 아닌지, 최소가 정해지면 제시된 최소만 하면 되는지 등의 질문과 더불어 이런 것이 부족한 학생은 너무 많지 않은가의 질문이 이어진다. 역량이라고 답하게 되면, 거대 담론이 붙기 시작한다. 변화하는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지적 역량만이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까지 거론한다. 이쯤 되면 말하고자 하는 것이 ‘학력’인지 ‘기초학력’인지 혼란스러워진다. 

 

10여 년간 학습부진학생을 연구하면서 느끼기로는 여론은 ‘기초학력’보다는 ‘학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학력’ 상승을 말하면 표심을 흔들 수 있으나, ‘기초학력’은 당연하기에 귀가 쫑긋해지지 않는다. ‘학력’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지대하나, 정작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학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


평가에 대한 반감, 보장에 대한 부담
 

기초학력의 개념에 대한 논란의 시작을 되짚어 보면 문제는 두 가지의 가닥으로 정리된다.

 

첫째, 평가에 대한 반감이다.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위한 지도·지원이 강조되지 않은 적은 없다. 문제는 지원 대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학부모는 자녀에게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진단과 추가 지도를 거부한다. 교사는 기초학력미달 학생 지도가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려운데 결과가 자신을 탓하는 듯해 부담스럽다. 시·도교육청은 정책입안자들의 객관적 데이터 요구와 다른 시·도교육청과 줄 세우기에 기초학력 정책의 본질을 퇴색시킬 정도의 압박감을 받는다.

 

이렇듯 ‘평가’에 대한 다차원적 반감이 기초학력의 개념 설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달 학생이 많이 나오면 힘들고, 적게 나오면 예산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에 기초학력을 어디까지 설정하는가가 관건이다. 기초학력의 개념과 수준은 20점미만은 미달, 이상은 도달이라는 식으로 자르기 어렵다. 물론 정책 수립에 수치가 필요하지만, 수치는 정책 수립에만 활용돼야 하지, 줄 세우기 위해 사용돼서는 안 된다.

 

기초학력 개념에 평가가 미치는 영향은 학교가 돕는 기관이라는 믿음과, 개인을 돕기 위한 평가라는 철학이 전제될 때 조율될 수 있다. 어떤 학부모들은 지원할 것이 아니면 평가하지 말라고 하는데 공감이 된다.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검사만 하고 아픈 아이가 몇 명인지 데이터만 만든다면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둘째, ‘보장’에 대한 불편함이다. 기초학력 보장법이 발의돼 있고, 교육부에서는 기초학력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법과 방안을 통한 제도화된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에 대해 반박하는 이는 없을 것이나, 문제는 ‘보장’이라는 용어에서 발생했다.

 

그간 국가 차원의 기초학력 향상 ‘지원’ 사업은 ‘최대한 많은 학생을 지원한다’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보장’이라고 하니 ‘어디까지 보장할 수 있는가’, ‘누가 보장한다는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생겼다. ‘보장’이라는 용어에 의해 기초학력의 개념은 실제 보장이 가능한 범위로 축소돼야 한다는 입장과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까지 개념의 확장을 요구하는 입장이 공존한다. 참으로 난감한 문제다.

 

어쨌거나 기초학력 ‘보장’법이 제안된 이유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헌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모든 국민’을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으로 바꿔 읽으면 마음이 상당히 불편해진다. "기초학력 부족 학생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기초학력에 대한 이해의 간극에 영향을 주고 있는 두 항목, ‘평가’와 ‘보장’, 해결이 쉽지는 않지만 방향성이 다음과 같은 순기능으로 정리되면 어느 정도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평가’는 국가와 사회보다는 개인에게 친절해야 해야 하며 ‘보장’을 위한 예산과 인력은 학습부진학생 지도를 열심히 하는 교사도 영재교육을 하는 교사만큼 대접받을 수 있을 정도로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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