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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교를 되살려야 나라가 산다

한국교총이 2019년 제67회 교육주간을 맞으며 선언한 주제는 ‘학교 되살리기(School Renewal)’이다. 이는 오늘의 학교 교육이 그 본질 면에서 심하게 훼손되어, 마침내 ‘죽어가는 학교’가 되고 있음을 아프게 각성하는 안타까운 절규라 할 수 있다.

 

스쿨 리뉴얼이 담고 있는 의미

 

탈근대와 함께 격심한 사회 변동을 겪으면서 학교는 교육의 본령에서 추방된 듯하다. 학교의 본질을 뒷받침하는 토대는 자명하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 학생에 대한 사랑, 그리고 학교에 대한 신뢰이다. 작금의 학교는 이 모두를 상실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와 이념에 따라 교육정책이 뒤바뀌면서 학교현장은 혼란을 겪고, 학교의 자율성은 현저하게 약해졌다.

 

분출하는 사회의 요구들이 무분별하게 학교 역할로 유입되면서 교육의 본질은 크게 훼손되고 교육 활동은 위축되었다. 교권 추락이 이어지면서 교사들은 무력감에 시달린다. 학교는 학교다움을 상실하고, 미래의 비전을 품지 못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학교가 살아나고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 지금 우리의 스쿨 리뉴얼은 학교의 기본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스승을 향한 존경’과 ‘학교에 대한 신뢰’와 ‘학생에 대한 사랑’ 등이 바로 기본 회복의 중심축이다. 기존에도 이런 이슈는 많았다. 그러나 이번이 과거의 이슈와 차별화되는 것은 ‘학교 되살리기’를 향한 일대 각성을 국민적 의제로서 실천하자는 데에 있다.

 

학교 내부만의 노력으로 학교의 문화적 변화를 기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학교를 위한 학교 밖 사회의 거버넌스(협치)가 강조되는 시대이다. 따라서 스쿨 리뉴얼은 ‘학교 밖의 각성과 협응’이 ‘학교 안의 그것’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을 우리 사회에 던진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사회 각계가 학교를 위해 협력하자는, 국가적 제안과 국민적 호소가 담겨 있다. 교육계 내부의 분발과 학부모 사회의 참여는 필수적이고도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선생님 존경’은 학교 교육의 중심 가치이다. ‘학교 되살리기’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선생님 존경’은 학생 개인 윤리의 차원을 넘어선다. 보다 원천적 문제점은 우리 사회 전반이 ‘선생님 존경’을 낡아서 못 쓰게 된 것처럼 그 가치를 용도폐기했다는 데에 있다. ‘선생님 존경’이 가지는 사회적 힘을 깨닫고 실현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본령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스승 존경과 학생 사랑이 기본

 

‘선생님 존경’은 고사하고, ‘선생님 모욕’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사태에서 학교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의욕도 무의미하다는 인식을 가진 선생님들을 가진 학교는 무슨 역동성을 발휘하겠는가. 그런 학교를 가진 사회는 어떻게 미래 비전을 추동할 수 있겠는가. ‘선생님 존경’은 사회를 재건하는 일종의 ‘힘’으로 인식됨이 마땅하다.

 

개인이든 공동체이든 신뢰에 힘입어 성장한다. 학교는 그 자신은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의 신뢰성을 보급하는 기지와도 같다. 위기의 학교를 구출하는 일은 학교에 신뢰를 심어주는 데서 구해야 한다. 학교 되살리기는 사회적 협응을 절실히 요청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가 신뢰를 잃고 황폐한 면모를 드러내는 쪽으로 몰려가게 된 것은 진정한 ‘학생 사랑’의 정신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학교 되살리기’가 시대적 과업으로 대두된 것은 ‘학생 사랑’을 회복하기 위한 각성에 닿아 있다. ‘학생 사랑’은 선생님의 실천 윤리로만 강조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학생 사랑’이 국민적 실천 윤리가 되어야 학교가 힘을 얻는다. ‘학생 사랑’은 배우는 차세대와 청소년을 향하는 사회적 의제로 살아나고, 국민 정서로 공유되어야 한다.

 

‘학교 되살리기’를 구현하기 위한 세 개의 실천 핵심, 즉 ‘선생님 존경’, ‘학교 신뢰’, ‘학생 사랑’ 등은 별개의 접근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녹아 있는 융합적 접근이어야 한다. 이 삼자가 전략화 과정과 구체적 실천에서 밀도 있게 상호 작용하지 못하면 ‘학교 되살리기’는 성공할 수 없다. 학교를 살리지 못하면 미래가 죽고, 나라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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