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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새 학기에 꼭 필요한 것

“ㅇㅈ? ㅇㅇㅈ.”
 

당신이 방금 읽은 이 글자들이 생생한 목소리로 들린다면, 그리고 그 소리에서 혐오스럽고 거북한 감정이 솟구쳐 오른다면 당신은 틀림없는 대한민국의 선생님이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꼴불견인 말을 위에서부터 단 하나만 꼽자면 단연코 No.1을 차지하는 말은 바로 이 말이 아닐까? “ㅇㅈ? ㅇㅇㅈ.(인정? 어 인정.)”

 

사소한 말과 습관이 주는 의미

 

말이 하나의 세계라는 국어교육론 어딘가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교사들은 학생들의 사소한 말과 습관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학생들의 생각이 말과 습관을 통해 표출되는 지점을 마치 새벽의 번뜩임처럼 민감하게 포착할 줄 알아야 한다.
 

학생들이 서로 주고받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따금 ‘우리 반 학생들이 인정이라는 두 글자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리고 그만큼 내가 마음속으로는 학생들을 충분히 인정해주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조금이라도 내가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별난 학생을 ‘적응하지 못한 이상한 애’로 볼 것이 아니라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선생님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떠오른 것은 새 학기에 문을 열고 들어올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선생님들도 대부분 긴장하고 어색해하는 그 분위기 속에서 아마 우리 아이들은 몇 배로 더 당황해하고 있을 것이다.
 

새 학기. 설렘과 공포가 동시에 감도는 긴장된 이 시기에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선생님의 인정이다. 학생들은 인정을 먹고 자란다. 부모에게, 교사에게, 친구에게 가득 인정받은 학생들은 마음속에 고무줄 같은 탄력성을 갖게 된다. 그런 학생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교사인 우리에게 학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은 차고 넘친다. 학기 초에는 조금만 이상한 행동이 보여도 본능적으로 작년 담임을 찾아가고 싶어진다. 끝내 불운한 가정사를 확인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는 듯 기분마저 든다. ‘빨리 학생을 판단 짓고 싶어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본성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판단을 하루만이라도 미루자. “그럼 그렇지”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되씹자.
 

학생들 인정 해주는 자세 필요

 

우리 반 학생들은 어떤 아이들인가. 이들은 수박씨를 발라 먹을 때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했던 아이들이다.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이치에 맞고 오히려 자연스럽다. 우리 반 학생들 중에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친구가 있다면, 적어도 이 친구가 내 두뇌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아이라는 것만이라도 인정하자. 그렇다면 “쓸데없는 말 하지 마!”보다는 “독특한 의견을 제시해 줘서 고마워요”를, “이상해”라는 말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 줄래요?”라는 어느새 학생들을 인정으로 키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밥을 먹는 것처럼, 새 학기에는 그렇게 우리 반 학생들에게 꼼꼼히 인정을 먹여주자. 그것만으로도 어느새 우리 반 아이들은 한 뼘씩 성큼 자라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