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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學暴 개선안을 보며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학폭 개선안은 경미한 사안에 대한 학교 종결제, 1~3호 조치에 대한 기재 유보, 학폭위의 교육청 이관 등을 담고 있다. 그간 법률 개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지극히 제한적인 대책만 내놓았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그동안 교총은 학폭 제도의 개선을 목표로 전방위 노력을 펼쳐왔다. 정책 개선의 걸림돌이 되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의 개정을 위해 국회 법안 발의를 주도했으며 관련 국회의원 면담과 정책 토론회 참석 등을 진행했다. 국회 앞에서 학폭법을 포함한 교권3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선언을 했고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갔으며, 50만 교원 청원 운동도 전개했다. 또 교육부와의 정책 교섭에 핵심 내용으로 추진해 합의안을 도출하고 교섭 결과로 확정한 바 있다. 
 

일선현장 대체로 긍정적 반응
 

학폭법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학교 안에서 폭력을 줄여나가는 데 기여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폭 업무의 부담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민원, 심각해지는 청소년 범죄 등의 문제로 학교에서 소화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은지 오래다.이러한 구조적 모순이 가해와 피해 학생·학부모 모두 결과를 만족스럽게 수용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재심은 물론 소송으로 학교에 문제 제기를 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학생 인권에만 무게를 두고, 의무는 배제한 권리 중심의 민주시민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폭을 현실의 문제로 직면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자명하다. 
 

이번 학폭 개선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경미한 사안에 대해 재량권을 갖고 화해 및 중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져 교육적 차원의 지도가 가능해졌다는 평가와 1~3호 조치의 미기재 역시 가해 학생에게 반성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학폭위의 교육청 이관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학폭위의 구성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단위 학교에서 한 건의 사건을 처리하기에 벅찬 상황이었던 점에서 교육청으로의 이관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라는 반응이다.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교육청 차원에서의 학폭위 운영은 학교 현장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뿐 아니라 사건 당사자들이 느끼는 처리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여건이 마련된다면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예방과 치유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학폭 개선안’에 대해 현장의 우려 또한 크다. 경미함의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문제는 교육부에서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교급에 따라, 지역에 따라 개별적 특성이 작용하는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1~3호 조치에 대한 기재가 유보됨에 따라 상위 처벌이 결정된 가해 학생들의 재심과 문제 제기가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사들과 고민하는 시간 필요

 

교육청으로 이관되는 학폭위에서 요구하는 자료가 현재 단위 학교에서 운영되는 학폭위와 다를 바가 없다면 학교 현장에서 학폭 개선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현장의 우려 섞인 이야기이다. 절차를 간소화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현장의 소리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법률 개정을 포함해 이뤄지는 만큼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가 밝힌 바와 같이 개선의 의지를 실제 변화의 과정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새로운 정책의 수립 과정에서 학교폭력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장의 교사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함을 주문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가해자 중심의 변화라는 여론의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피해 학생의 관점에서 폭력의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본래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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