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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기적처럼 찾아온 변화

요즘 일반고는 인재난에 허덕인다. 갈수록 교실 안의 풍경은 기본 의사소통조차 답답함의 연속이다. 학생 중에 일부는 교사의 평범한 말도 알아듣지 못하거나 문자의 뜻을 몰라서 공지된 과제를 해오지 못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무한반복을 해야 한다. 최후의 한 명까지 완전학습을 지향하듯이 말이다. 공지된 내용도 수시로 반복 확인을 거쳐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인내

 

교사에게 교실은 무한 인내의 시험장이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긴 시간이 지나면 이 학생들도 눈에 띄게 성장한다. 심한 자폐증으로 특수학급에 배정된 학생이 있다. 할 수 있는 말은 분절음으로 “다나다, 치키치, 예이예…” 도저히 알 수 없는 말로 기분을 표현한다. 교실 안에서는 어떤 학생조차 상대하지 않아 아무도 그에게 관심도 없고 대꾸하지 않는다. 그러니 쉬는 시간만 되면 교무실로 담임교사를 찾아온다.

 

인사말도 못해서 ‘안녕하세요’ 말부터 가르쳐주고 즉석에서 반복하도록 기다려준다. “○○아, 무슨 할 말이 있어?”하고 물으면, 말이 없거나 부정확한 억양과 반말로 ‘없~어’라고 응대한다. 또 다시 “없어요” 라고 대답하는 법을 지도한다. 그리곤 교무실에서 망아지 뛰듯이 펄쩍펄쩍 뛰다가 그냥 밖으로 나간다.
 

매번 담임교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같은 말을 무한반복 한다. 이렇게 답답함을 이기면서 한 학기를 지났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그 아이는 분절음이 아닌 비교적 짧은 문장으로 말한다. “어~떻게 해~요?” “안~하고 싶~어요.” “종례 언~제해요?” (…) 비록 또렷한 발음은 아니지만 문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특수교육사에서 위대한 헬렌 켈러의 성공사례가 떠올랐다. 눈이 멀고 귀가 먹었던 그녀에게 설리반 선생님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콩나물에 물을 줬을 것이다. 이것은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의 살아있는 증표가 아닐까.
 

또 다른 사례 하나. 미국 메사추세츠의 어느 마을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이 찍혀 아무도 상대하지 않는 소년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교사는 동료들의 만류에도 자신이 그 소년을 맡아서 가르치겠다고 선언했다. 무수한 사건 속에서 그 소년은 “절 좀 그냥 내버려 두세요. 다른 선생님도 처음에는 이렇게 다가왔지만 나중에는 포기하고 저를 벌레 보듯 했다고요!”라고 저항했다. 
 

믿음을 갖고 하는 무한반복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도로 소년은 대학에 입학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됐다. 훗날 판사로 성장한 그는 정치에도 입문해 뉴욕 시장과 상원의원을 각각 두 번이나 역임했다. 링컨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으로 임명돼 맡은 바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윌리엄 슈어드다.
 

가장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은 오랜 경험 끝에야 여러 가지 맛을 알게 되고 정의와 사랑 같은 개념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때까지 누군가는 지치지 않고 물을 부어줘야 한다. 콩나물의 힘을 믿으며, 속절없이 빠져나가는 물을 아까워하지 않아야 한다. 밑 빠진 독에서도 성장이 이뤄진다. 독안에 물기와 성장의 분위기(잠재력)가 남아 서서히 전체에 효과를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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