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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사교육비, 학부모 허리 부러질 위험 있다

특단의 대책 강구ㆍ본질교육 회복, ‘기초ㆍ기본으로 돌아가라’

2017학년도 기준 우리나라 학생들의 사교육비가 2017학년도 정부 조사 이후 최고ㆍ최대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초·중·고생 사교육비 규모가 총 19조원에 육박하고, 1인당 평균 월 27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초ㆍ중ㆍ고교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이 70.5%로 국가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고교생들보다 초교생들이 사교육(학원)에 더 많은 비율로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교육부·통계청이 공동 발표한 '2017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18조6000억원이다. 학생 수는 2016학년도 588만명에서 2017학년도 573만명으로 15만명 가량 감소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더 늘어난 것이다. 사교육비 총액은 2009년(21조 6000억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줄어들다 2016학년도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2017학년도는 대폭 뛰었다. 학생수는 감소하는데 사교육비는 급증하는 것은 더욱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난제인 것이다.

학교급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교가 28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가장 많은 2만2000원 올랐다. 중학교는 27만5000원에서 29만100원으로 1만6000원(5.7%), 초등학교는 24만1000원에서 25만3000원으로 1만2000원(4.8%) 늘었다. 고교 사교육비가 많이 증가한 이유로는 대입에서 수시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일찍부터 내신과 수능 모두를 챙겨야 하고, 입시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진 원인으로 사료된다. 
 
과거 정부는 교실 혁명, 공교육 혁신으로 사교육을 잡겠다고 공약했었다. 망국적 사교육비를 반드시 잡겠다고 대국민 약속도 여러 번 했다. 사교육을 잡겠다면서 선행학습금지법을 도입하는 등 강력한 의지도 표출했다. 또 역대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 내실화라는 정책 지표를 내걸고 추진하고 있는 학교 내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이 무색하게 전년 대비 5.9%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예체능과 취미·교양 사교육비 증가율은 12.9%로 전체 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정부의 이번 공식 발표가 사교육비 총액이 18조6000억원이라지만 실제는 그 몇 배일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사교육비의 특성상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음성적인 것이 더 많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이쯤 되면 과거 사교육비 부담에 부모의 허리가 휜다고 걱정했다면, 이제는 부모 허리가 부러질 위기에 처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1.05명으로 OECD를 포함, 세계 최저이다. 가임기의 젊은 부부들이 학원비·과외비 등 사교육비에 짓눌리는 것을 두려워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주 요인이다. 통계에 의하면 자녀가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교육비로 평균 8552만원을 쓰는데 이 중 사교육비가 75%, 6427만원이나 된다. 대학까지 더하면 교육비는 천문학적 액수에 달할 것이다.

지난 2009학년도부터 3년간 사교육비는 잠시나마 줄다가 5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각급 학교에 다양한 돌봄교실, 방과 후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교육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하고 흡수했다. 외국어 원어민 보조 교사를 뽑아 교실에서 생활 외국어를 가르치게 한 정책도 효과를 봤다. 학교 스포츠클럽도 활성화됐었다. 하지만 그 후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학교 스포츠 클럽 등 저부 정책이 역동적인 동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017학년도 기준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가 바로 예·체능이다. 그리고 수능 절대평가 도입 여파인 ‘풍선효과’로 국어, 수학 등의 타 교과 사교육이 급증하는 추세다. 제4차 산업시대, 알파고, 인공지능 등에 대한 관심으로 취미ㆍ적성 중심의 예ㆍ체능 분야의 사교육이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우리나라 사교육이 대입 수능과 대입 정책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초교의 사교육비 증가가 대입에 연계되고 있다는 점은 기우(杞憂)가 절대 아니다. 사교육과 사교육비 경감이 일시적 미봉책을 넘어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교육 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대학 입시 제도에서는 내신과 학생종합생활기록부, 수능 등을 모두 챙겨야 하므로 사교육이 줄어들기 힘들다. 고교에서 하는 '내신' 공부가 '수능' 대비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 밖 사교육에 의존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초교생 사교육 비율이 고교생들보다 높은 이유도 대입제도와 무관치 않은 것이다.

어떤 정책이든 꾸준히 시행하면서 효과를 키워가야 하는데 새 정부는 전 정부 정책을 뒤집기만 한다. 전 정부를 부정해야만 현 정부가 올라간다는 그릇된 인식이 적어도 교육에서는 사라져야 한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면 반드시 정책의 일관성이 관건인데, 현실은 조령모개식, 조변석개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이 교육정책, 대학입시 제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해 대입수능 입시 제도를 절대 평가화 등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가 교육 현장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유보했다. 교육정책의 불안감과 불투명성도 학생들이 학원을 찾는 이유이다. 사교육 경감이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깊은 관련을 갖는 것이다.

결국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내실화(활성화)라는 한국 교육계의 지난한 난제로 토끼 두 마리 쫓기와 같다. 사교육 팽창과 공교육 위축이 망국적이란 표현하는 이유도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 때문이다. 따라서 사교육(비) 경감은 정부 정책 초점의 제일 순위에 둬야 한다.

국민들도 교육부가 사교육 문제를 근원적으로 단 시일 내에 해결해주길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화급성을 갖고 대처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곪을 대로 곪아버린 사교육(비)비 문제가 당장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교육비에 학부모의 허리가 휨을 넘어 부러질 위기에 현재의 사태를 안이 하게 바라보는 데에 대한 우려가 많다. 정부에서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이다. 사교육비 급증 현상을 총괄해야 하는 교육부가 ‘먼 산의 불 구경’식으로 대처한다면 한국의 사교육은 더욱 팽창하고 사교육비는 급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