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년 4월이 되면 과거 근무했던 학교들의 교정에 흐드러지게 활짝 피던 목련이 떠오른다. 이 꽃은 단순한 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7080세대에게 테너 엄정행의 가곡 ‘목련화’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속에 나오는 민태원의 수려한 수필 ‘청춘 예찬’과 같은 바로 그 청춘을 연상하는 정서적 감응을 유발한다. 이 글에서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목련의 서사와 예술적 감응, 그리고 '기다림'과 '치유'의 교육학적 성찰을 담아 보고자 한다. 올해도 하얀 함박눈이 가지 위에 내려앉은 듯, 거주지 인근 학교의 4월 교정에서 목련의 독무대를 보고 있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목련의 기개는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력을 가장 먼저 선포하는 부활의 메시지와 같다. 7080세대에게 4월은 앞서 언급한 엄정행 교수의 우렁차면서도 서정적인 가곡 '목련화'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어찌 그리도 고음의 감동적인 목소리의 울림이 청춘의 가슴 속을 파고 들던지...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라는 구절을 반사적으로 읊조리며, 어느새 점심시간 교정의 목련 나무 아래 서 있던 청춘의 시간으로 회귀한다. 경희대성악과 명예교수인 테너 엄정행의 '목
요즘 극장가에 난해하지만 매우 유의미한 우주 과학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이는 SF 작가 앤디 워어가 쓴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프로젝트 헤일메리(Project Hail Mary)가 그것이다. ‘헤일메리’의 원래의 뜻은 미식축구 경기 막판에 역전을 노리며 낮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신의 뜻에 맡기며 던지는 무리한 롱패스, 즉최후의 승부수를 의미한다. 이 영화는 제작 초기부터 영화의 전체를 이끌고 갈 단독 주연 배우로 라이언 고슬링을 염두에 두었을 정도로 그의 연기력은 마치 차력쇼를 보는 듯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보기 쉽지 않은 신비로운 우주의 장면들은 진짜 매력적인 요소로 시선을 흠뻑 빨아들이고 있다. 이 영화는 언뜻 보면 복잡한 천체 물리학과 미생물학의 나열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류의 생존을 건 ‘적 사투’와 종(種)을 초월한 우주의 '우정', 그리고 무엇보다 '배움과 가르침의 본질'에 대한 뜨거운 메시지가 담겨 있어 과학적 지식과 정보에 많은 보탬을 주고 있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난해해 보이는 우주 서사시를 쉽게 풀이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 교육에의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잠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
매일 아침 8시 30분경이면 모든 초중고의 학교로 행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대부분아이들이 묵직한 책가방을 메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왁자지껄하면서 걷는 모습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지만 한편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과 마음은 부디 행복한 하루가 그들에게 활짝 열려 배움이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어른들의 기억에는 학교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의 ‘행복 교육’에 간절한 바람을 갖는지 모른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수업 종을 기다리며 뛰어 들어가는 수업이 있다. “오늘은 국어 시간에, 우리가 직접 시를 쓸 거예요!”, “수학 수업인데, 마트에 가서 예산을 짤 거예요”, “사회 시간에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볼 거예요!” 이처럼 국어 시간에 동시를 쓰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교실 벽을 전시관으로 꾸민다. 수학 시간에는 반 친구들과 ‘어린이 마트’를 개설하고 가짜 화폐로 실제 예산을 짜보며 계산 능력과 경제 감각을 동시에 배운다. 이런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배움’의 기쁨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어느 중학교에서는 진로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지역 기업을 방문하
삼월이 지나고 있다. 남쪽 봄꽃 소식은 북상하지만, 보도블록 사이 잿빛 잔디들은 시린 얼굴을 비비고 있다. 생명의 경이로움이다. 꽃샘바람 지나고 햇볕이 두꺼운 어느 날 그 겨울 무채색 사이 초록빛이 솟아오를 때 아픔을 물들인 초록빛 생명에 고개가 숙여진다. 삼월은 영어로 March 행진하다, 앞으로 나아가다는 뜻이 숨어 있다. 삼월은 아픔을 통한 성장을 준비하는 달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겨우내 감추고 기다렸던 생명의 불씨를 피워 햇볕 따사로운 날 초록 희망을 던지는 것을 보면 성장을 위해서는 아픔이 동반됨을 알려준다. 삼월은 어른이나 아이나 참 아프다. 특히 초임지에 부임한 선생님, 새로 입학한 1학년 아이들을 보면 더 그렇다. 문득 삼십여 년 전 첫 부임지가 통영의 어느 섬 학교인 어떤 여 선생님의 첫날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불을 보따리에 싸고 양장을 한 채 작은 고깃배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고 한다. 뱃전에 부딪히는 파도는 물보라를 일으키고 옷을 적셨다. 더 한 것은 부임지 동행한 어머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뱃전에서 그 선생님은 기가 막혀 울고 말았다고 한다. 또 한 남선생님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섬 학교 분교장에 부임하였는데 퇴근
필자는 직장 생활하는 아들 부부를 돕기 위해 두 손주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등하원 시키는 일과 하원 후에 일정 시간 동안 아이들 돌봄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손주들을 위해 가족의 어른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에 뿌듯한 감정으로 충만하다. 더불어 이에 부응하듯 날로 건강하고 씩씩하며 지혜롭게 성장하고 있는 손주들에게도 고마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분명하게 놓치지 쉬운 것이 있으니 바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의 봉사와 헌신, 아이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다. 최근 경기도 부천 지역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발생한 교사의 비극적인 죽음은 학부모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교육 시스템이 지닌 민낯을 처참하게 드러내고 있다. 독감에 걸려 고열이 나는데도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출근해야만 했던 교사는 결국 출근 3일 만에 응급실로 들어갔고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다. 그 젊은 교사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유아교육을 지탱하는 ‘사립유치원’이라는 거대한 축이 얼마나 위태로운 모래성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렬한 경고음이라 아니
한국의 세계적인 기업 삼성, 국가 발전의 중추인 이곳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기업 철학이 있다. "의심나면 쓰지 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疑人勿用 用人勿疑)." 이는 故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의 인사 원칙이다. 이 짧은 문장은 단순한 회사 경영 원칙을 넘어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낸 거대한 경영 철학의 뿌리였다. 알려진 바와 같이 면접장에 관상가를 동석시킬 만큼 인물의 됨됨이와 그릇을 파악하는 데 집요했다. 이러한 정성은, 아들 이건희 선대회장에 이르러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S급 인재론'으로 진화했다. 사장단 평가의 40%를 인재 양성에 배정하고, 전 세계를 저인망식으로 훑으며 인재를 영입했던 삼성의 집념은 오늘날 '두뇌 천국 삼성'을 만들었다. 이제 이 철학은 국가 인재 양성의 정책으로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기업이 인재를 찾아 삼고초려(三顧草廬)할 때, 우리 대한민국은 과연 인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현재 글로벌 무대는 총성 없는 '인재 전쟁' 중이다. 미국은 파격적인 비자 정책과 자본으로 전 세계 석학을 빨아들이고 있으며, G2 국가 중국은 '천인계획'을 통해 해외 인재를 싹쓸이하고 있다. 현재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을 빗대는 표현은 일부 절대평가의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큰 틀에서는 거대한 ‘성적(成績)의 요새’와 같다. 이는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친구를 잠재적 적군으로 간주하고, 정답만을 찾아 헤매는 오랜 전통 속에서 아이들의 눈동자는 배움의 희열 대신 소진(Burn-out)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결핍 속에서 하버드 대학 출신의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건네는 『희망수업』은 단순한 석학의 회고록을 넘어, 어쩌면 우리 교육의 방향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비추는 어두운 밤하늘의 북극성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간직한다. 이에 이 글에서는 저자가 추구해 오는 우리 교육에의 애정 어린 쓴소리와 방향 제시에 깊은 공감을 표하고자 한다. 최재천 교수는 우리 교육계에 ‘통섭(Consilience)’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도입한 학자다. 또한 평생 자연을 관찰하며 깨달은 생태적 지혜를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거침없이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은 '공생(Symbiosis)'이다. 그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가 만물의 영장이 된 비결은 강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