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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동화로 돌아보는 교단 50년] 네잎 클로버를 찾아라

1983년 늦가을, 추수가 끝난 작은 들판ㅁ의 논두렁을 기웃거리는 한 무리의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은 무엇인가를 찾아서 헤매는데......

“너희들 선생님이 네 잎 클로버를 잘 찾는다고 그랬지? 그럼 이제부터 너희들 열 명과 나 혼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네잎 클로버를 찾는지 한 번 내기를 해 볼까?”

모내기가 끝나 벼들이 푸른빛을 더해가기 시작한 들판은 이제 예비 군복처럼 벼들의 초록빛깔이 약간씩 달라 알록달록한 연초록을 띄우고 있었습니다. 멀리 건너다보이는 한강 하구의 둑이 강 건너 김포군의 산들과 맞닿아 있어서 한 폭의 동양화처럼 한가한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학교 뒤쪽의 산골 논 뙤기는 비가 적게 내려서 물이 모자라 아직 모를 심지 않은 채 논바닥에는 봄에 난 독새기 풀들이 이삭을 맺어 노랗게 익어가기 시작했지만, 물이 없는 논은 논둑도 베지 않아 풀이 수북하게 자라 있어서 클로버가 여기저기 파란 무늬를 그리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아이들은 합창을 하듯이

“정말요? 지면 뭘 사주실거예요?”

하고, 선생님을 에어 쌉니다. 6학년이라서 제법 키가 큰 아이들이 있어서 선생님이 아이들 속에 묻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빙긋이 웃으면서

“너희들이 좋아하는 빙과를 사주기로 하지.”

하시자, 아이들은 너무 좋아 손뼉을 치기도 하고 깡충깡충 뛰기도 하면서

“정말이죠? 우리 열 명을 이길 자신이 있으세요?”

하면서 손가락을 걸자고 덤비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 좋다. 앞으로 딱 10분간 시간을 주기로 하고 그 동안에 어느 쪽이 더 많은 네 잎 클로버를 찾는지 내기를 하는 거다. 장소는 여기 보이는 눈 둑에서만 한다. 자신 있지?”

“네, 해 봐요.”

“그래, 그럼 시작 한다. 자 시이 작.”

아이들은 그 조잘대던 입들까지 한꺼번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냥 논둑에 주저앉아 클로버를 손으로 뒤지는 아이도 있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면서 클로버가 있는 곧들을 다 뒤지는 아이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뒷짐을 집고 서서 천천히 논둑의 클로버들을 살피다시다가

“야 ! 찾았다. 하나, 둘, 셋, 넷... 어어 이거 한꺼번에 열 개는 되겠는데..”

“어디요 어디,”

“에이, 선생님은 미리 어디 있는지 봐 두고 그러신 거죠? 그쵸?”

항상 선생님의 주변을 맴돌며 유난히 따르는 로사가 소리치자, 아이들의 항의가 빗발칩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정말 이 논둑은 처음 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선생님의 책갈피에 꽂혀 있는 네 잎 클로버들을 보고서는 자기도 딴 적이 있다 면서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잘 따세요?”

하니까 선생님은

“그냥 지나가다가 눈에 띄어서 땄을 뿐이야.”

하셨고,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의 말씀이 거짓말이라고 떠드니까 장난삼아 함께 따기 내기를 하자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한꺼번에 많이 따버리니까 아이들은 선생님이 어디 있는 것을 알아 두었다가 금방 따는 것이라고 떠드는 것입니다.

“ 너희들은 열 사람이 따면서 아직 하나도 못 땄어?”

하니까 저 멀리 외따로 떨어져서 나물 캐듯 훑고 지나다니던 재경이가

“아니요. 나도 세 개나 땄어요.”

하면서 높이 치켜들어서 흔들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단 한 개도 찾지 못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서두르고 다닙니다. 5분쯤이 지나자 아이들은 하나라도 찾았다고 나도 나도 하고 소리를 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선생님은 그냥 걸어가시다가 잠시 주저앉아서 다시고는 다시 일어서서 걸어가시곤 하였습니다.

“ 자 ! 10분이 다 됐다. 이제 모여 보자.”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아이들은 금세 선생님을 애워 싸고 모여 들었습니다.

“선생님 몇 개 따신 거예요?”

말괄량이 현진이가 손바닥을 펼치기라도 할 둣이 들여다보면서 물었습니다.

“자 몇 갠지 세어 볼까?”

“하나, 둘,.............. 열 하나. 겨우 열한 개를 땄는데? 그럼 너희들은 ?”

아이들은 자기가 딴 것들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몇 개를 땄노라고 자랑스럽게 외쳐 댑니다.

“자, 이쪽에서부터, 현진이 둘, 재경이 셋, 영민 없고, 정임인 하나, 로사 둘, 수경인 하나,순정인 하나, 현이 하나, 진경이 하나, 마지막 민주도 하나? 그럼 열세 개나 되네? 내가 두개나 젔는데? 아니 이건 뭐야 민주건 이것 가짜지 않아 어디서 잎을 붙여 가지고 와서 이게 뭐야....”

선생님이 민주의 네 잎 중 덜렁거리는 하나를 만지자 그냥 떨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들 입을 모아 한 바탕 웃음 잔치를 벌였습니다.

“와, 하하, 하, 하.”

푸르름이 짙어가는 들판을 가득 채운 웃음소리가 풍년가 마냥 퍼져 나갔습니다. 벌써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해는 어서들 집으로 돌아가라고 독촉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난 열한 개를 땄고, 너희들은 열명이서 겨우 열두 개를 땄구나. 그래도 내가졌으니 약속대로 아이스크림을 사주어야지? 자 ! 선생님도 끝날 시간이 되었으나 함께 나가 자. 가게가 있는 한뫼까지 가야지 않니.” 아이들은 책가방을 챙겨 들고 선생님이 나오시기를 교문 앞 나무그늘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나오시자 아이들은 선생님의 손을 잡고, 옷깃을 잡기도 하면서 교문을 나섭니다. 마치 여왕벌이 나서면 벌 떼가 에워싸고 함께 나르듯 선생님과 아이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서 교문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오늘 난생 처음 네잎 클로버를 딴사람?”

하시자 진경이 와 현이가 교실에서처럼 손을 듭니다.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진경이 소감 한마디......”

하시자 아이들이 또 한바탕 까르르 웃음이 터집니다. 선생님은

“이 네 잎 클로버가 왜 행운의 표시가 되었느냐 하면, 유명한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 길을 걷다가 이 네 잎 짜리 클로버를 발견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네 잎 클로버를 따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나폴레옹을 죽이려는 암살범이 손 총알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더란다. 그래서 사실은 병신인 이 네 잎짜리 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란다. 사람의 손가락이 다섯이 아니고 여섯 개 이면 우리는 육손이라고 놀리지 않니? 그런데 이 네잎 클로버만은 네 잎이 되면 더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란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은 벌써 가게집 앞에 다다랐습니다. 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받아든 아이들은 오랜만에 행운의 클로버도 따고 선생님이 사주신 군것질도 하게 되어 웃음이 번집니다. 선생님은 통근하시는 버스를 향해 발걸음을 독촉하시고 아이들은 가가자 자기 집을 향하여 흩어지면서 하루가 조용히 끝나 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