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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일본 체험학습 기록을 읽으면서

'기록으로 남겨야 자산'이다

'여행은 최고의 교육과정'이다

'지역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일간의 미래가 가능성' 열어

'4일간 경험이 국내에서 한 달 경험한 것보다 가치'더하다


가을이 오는가 했더니 벌써 겨울로 들어선 느낌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나간 기억은 점차 증발되고 현재의 것들에 매몰돼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 삶의 특징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기억의 자연스런 증발 수준을 넘어 지나간 여행의 추억을 순천동산여중 학생들은 글로 적어 보는 중요한 시간을 가졌다. 이 학생들은 2017년 1월 방학 기간을 이용해 3박 4일 동안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큐슈북부를 체험한 학습 기록이다. 요즘 학생들은 글쓰기를 싫어한다는데 친구들과 함께 중학교 시절에 해외여행을 함께 한다는 것은 매우 축복의 기회라 생각한다.



학생들의 머릿속에서는 많은 것이 사라져 기억한 것을 잘 복기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예상을 뛰어 넘어 몸소 겪은 체험 덕분인지 잘 기록했다. 삶의 과정에서 좋은 기억은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원지에 맑은 물이 풍부해 목 마른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특히,가치관을 형성하는 성장기에 의미 있는 것을 보고 기록하는 것 자체가 삶의 성찰이다. 그러기에 여행은 어느 교육과정보다도 중요한 교육적 기능을 발휘한다. 이처럼 보고 기억한 경험을 재구성하는 것이 강의를 받는 것 이상으로 멋진 자신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따라 4일간에 느낀 파노라마를 시간대에 따라 사진을 곁들여 잘 구성한 글이 돋보였다. 이번 여행과정에는 일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한 경험과 학교에서 토요일 오전 일정을 모든 정성을 기울여 환대해 준 일본 학교의 모습과 학생들에 대한 기록도 세심하게 적었다. 이처럼 국가간 벽을 넘어 교류를 경험하면서 우리 학생들은 같은 또래 일본 친구들과의 사귐을 이어간다면 한일간의 미래가 더우 밝아질 것이라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학교방문에서는 일본 학생들의 친절한 모습과 질서 정연하게 학교행사에서 참여하는 모습, 그리고, 상상으로 일본 학생들이 화장을 하고 짧은 치마를 입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다는 지적 등을 보면서 우리 교육 현장의 문제점도 스스로 지적하고 있는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였다.



관광지에서는 개끗하게 정돈된 일본 상점들의 모습과 이를 보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기회가 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음식에 대한 관심은 물론 주택을 비롯한 건물의 다양성 등도 빠짐없이 느꼈으며, 4일간의 짧은 시간의 경험이 국내에서 한 달 배우고 경험한 것보다도 더 크게 다가왔다는 표현도 잊지 않았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해 주신 학교와 부모님께도 감사하다는 기록으로 마감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총영사관에 가서 진로특강을 했지만 이에 대한 기록을 남긴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메모하면서 적지 않아 머릿속에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또 있다면 외교관이란 단어가 친숙하지 않아 학생들의 가슴 속에 살아 남지 못하고 바람이 돼 지나간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에도 내가 배운 것은 아무리 좋은 것을 준비하고 보여준다 할지라도 학생 스스로가 호기심,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어떤 것을 보여줘도 마음 속에 자리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우리 나라처럼 자원이 없고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외교력을 키우고 실력을 키워야만 가능하다고 믿는 신념 때문이다. 이에 다른 여행 기획자들이 전혀 가지 않는 총영사관 방문을 넣어 꿈을 키우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짧은 시간의 교류가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한번 기회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그 기다림은 삶의 에너지원이 된다. 또, 그 꿈은 언젠가는 꼭 이뤄질 것이다. 기억만 있고 기록되지 않은 것은 자산이 되기 어렵다. 처음부터 한일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해 시작했지만 우리 학생들도 이같은 사업이 일본처럼 지역민들의 지원아래 학교가 함께 참여해 이뤄지는 시간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처럼 학생들이 좋은 추억을 담을 수 있도록 후쿠오카총영사관 관계자, 그리고 교류를 지원한 후쿠오카한국교육원은 물론 일본 중학교 니시무라 교장선생님과 공민관 관할 지역 주민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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