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자치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일반자치와의 통합론대 분리론의 오랜 논쟁을 현 참여정부에서는 어떻게든 종결지어야 한다는 상황에서 터진 교육감 선거 부정 문제가 통합론자들에게 좋은 빌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 교육감 및 교육위원 선거 방식은 오래전부터 빈번히 문제로 제기되어 왔던 사안이다. 학교운영위원 선거인단에 의한 교육감 및 교육위원 선출은 분명 주민자치 정신에 어긋난다. 전체 주민 중 교원과 일부 학부모만 참여하는 기이한 제도가 대표성 없이 교육자치라는 이름으로 계속 운영되고 있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선거운동 기간이 11일로 짧아서 후보들이 자신을 알리는데 한계가 있고, 현직 교육감, 교육위원, 교육청 간부 등이 현직을 유지한 채 출마가 가능하기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동안 행정업무의 공백을 초래하고 또 선거운동의 공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
소신 있는 정책수행을 위한 대표성 확보라는 결선투표제의 기본취지와는 달리 유효투표의 과반수득표자가 없는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치러지는 결선투표 과정에서 담합이 이루어져 교원단체, 학연·지연 등을 이용한 '편가르기', '표 몰아주기' 현상이 나타나는 등 동제도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 제도는 교육자치의 핵심으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민중통제 장치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들의 선출을 일반자치에서와 같이 주민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 주민직선제는 교육자치의 기본이념인 주민통제 원리를 충실히 구현할 수 있으며, 주민대표성 부재 문제를 해결하여 일반행정의 교육자치에 대한 도전을 막을 수도 있다.
또한 전체 지역주민의 선거참여로 교육자치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으며, 무관심 교육자치를 체감 교육자치로 전환시키는 계기도 될 것이다.
직선제로 선출된 교육감은 지방자치단체장과 동등한 입장에서 양 행정의 연계 협력을 유도할 수 있으며,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선거 운동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선거인단만을 대상으로 할 때보다는 부정이 개입되기 어렵다. 그리고 교원들과 학부모들만 참여하는 선거제가 아니기 때문에 교원간 파벌 선거를 막고, 교단 갈등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직접 선거에 따른 행·재정적 비용 부담이 가중되기는 하나 일반자치는 그러한 가중이 문제가 안되고 교육자치에서만 가중된다고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일반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 선거시 동시에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선출하면 비용 추가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교육위원과 달리 교육감 선거일은 시·도별로 상이하여 직선제 도입이 어렵다고 하지만 다음 시·도지사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일인 2006년 5월을 기준으로 일원화를 추진하되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부칙을 개정하여, 2004년 3월 이후 새로이 선출되는 교육감 임기를 예외적으로 2006까지로 제한하고, 현 교육감 중 이미 임기가 2006년 이후까지 정해진 경우에는 2006년 동시 선거에서 제외하되, 그 다음 피선되는 교육감의 경우 임기를 그 다음 지방선거가 있는 해인 2010년까지로 제한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10년에는 16개 시·도 모두 동시에 직접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
교육감 및 교육위원 선출제도를 주민직선제로 전환할 경우, 일반자치의 시·도지사나 지방의원 선출에 준하는 정도의 선거운동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 및 공무원이 출마한 경우 선거기간 개시일전 30일부터 선거일까지 교양강좌, 시·도교육의정 활동 보고회, 사업설명회, 공청회,
직능단체모임, 체육대회 및 기타 각종행사의 개최 및 후원을 금지하고, 선거운동 기간동안에는 당해 기관의 규칙이 정한 직제 순에 의해 그 권한을 대행하거나 직무를 대리케 해야 한다.
한편 지방교육자치에서의 주민은 소속 지방자치단체의 비용을 분담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으나 이에 상응하는 주민참여 및 통제의 권리는 제대로 부여받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일반자치에서는 다양한 주민참여 및 통제제도를 열어 놓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주민투표제(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주민의 조례 제정 및 개폐 청구제(지방자치법 제13조의3),주민감사 청구제(지방자치법 제13조의4)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자치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과 동등하게 이상과 같은 주민직선제와 다양한 주민통제 방식을 도입하면 교육자치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자치와의 통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상당수 통합이 아닌 연계 협력의 목소리로 전환시킬 수 있다.
교육자치를 인정하지 않고 일반자치와의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대표성이 없으며, 부정이 개입되기 쉬운 선거인단 위주의 간선 형태를 운영하는 것은 교육자치의 정당성을 약화시켜 교육자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교육계의 현명한 판단과 지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