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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눈] 컨베이어 벨트에 탄 학생들

같은 시간에, 같은 교실에서,
같은 내용 배우는 우리 아이들
무리 이탈하면 호루라기 불어
오‧열 맞추는 ‘양 떼 교육’ 닮아
성적보다 적성으로 길 찾도록
다양성, 가능성 모두 열어줘야

얼마 전 집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의 배신(윌리엄 데러저위츠)’이란 책을 읽었다. ‘공부’와 ‘배신’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묘한 부조화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도대체 공부가 뭘 배신한다는 건가? 공부는 노력한 만큼 우리에게 정직한 보답을 주는 게 아닌가? 이런 의문은 책장을 넘기자 자연스레 풀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버드 마케팅’이란 말이 있다. 학원을 하든, 병원을 세우든, 책을 출판하든 ‘하버드’란 말이 들어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한 신뢰를 보낸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엘리트 의식과 특권 의식이 만연해 있다.
 
윌리엄 데러저위츠는 특권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미국 명문대생들의 생활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작가는 하버드대를 비롯해 예일대, 프린스턴대 학생들을 똑똑한 양(羊)들로 비유했다. 머리는 비상하지만 소심하고 호기심이 없는 온순한 양들처럼 정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대열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곧 낙오이고, 낙오는 인생의 실패이며 패자가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감히 새로운 도전은 꿈도 꾸지 못한다. 
 
우리나라 명문대생들은 어떨까. 얼마 전 신문에서 서울대생은 꿈이 없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들은 이미 서울대 입학이라는 꿈을 이뤘기 때문에 꿈이 없다는 것이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나라의 명문대생들도 하버드대생들처럼 바보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어렸을 때부터 용기와 모험이라는 것을 쉽게 가질 수 없도록 교육하고 있다. ‘나서지 말아라’, ‘너도 불이익 당하면 어떡하니’라는 조언을 자라면서 듣는다.
 
얼마 전, 어느 학부모님께서 상담할 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 학교 학생들처럼 온순하고 말썽 안 피우는 착한 학생들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순종적인 우리 학교 학생들을 칭찬하는 말씀이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문득 온순한 양 떼가 생각났다. 온순한 양 떼는 방목하기는 쉽지만, 늑대나 사자 같은 맹수가 쳐들어왔을 때 과연 자신과 가족을 지킬 힘과 용기를 발휘할 수 있을까?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복장으로 똑같은 교실에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내용을 배우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모습으로 귀가하는 우리 아이들은 바로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탄 양 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리에서 이탈하면 바로 호루라기를 불어 주의를 주고 일사분란하게 오와 열을 맞추는 우리의 교육이 바로 윌리엄 데레저위츠가 비판한 ‘양 떼 교육’은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 적성을 무시한 채 성적에 맞춰 대학에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 학생들은 대학 졸업 후에도 70년은 더 살아야 한다. 그 기간 동안 적성에 맞지도 않는 직업을 가진 채 양 떼처럼 살아가게 하는 것은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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