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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살아 있다”

이경수 경기 양곡고 교사



학교 소재로 산문집 펴내
교육 현장 가감 없이 묘사
“교사가 얼마나 애쓰는지,
공교육의 건재함 알리고파”


공교육을 두고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붕괴, 위기… 부정적인 말 일색이다. 금방이라도 공교육이 몰락할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학생 교육에 힘쓰고 있는 교사에게는 비수 같은 말이다.

이경수 경기 양곡고 교사가 최근 산문집 ‘나는 오늘도 선생이다-교사로 사는 한 남자 이야기’를 펴냈다. 3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으면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가감 없이 묘사한다. 그 과감함에 책장을 넘기다말고 되돌릴 정도다.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조곤조곤’ 글을 풀어내 읽는 맛도 있다. 교사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 학부모인 그는 “벌거벗은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방송마다 신문마다 ‘공교육의 붕괴’를 말합니다. 그런 현실이 불편했습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공교육의 건재함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교사들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현실을 미화하려는 건 아니에요. 빛만 드러내고 그림자를 숨기는 건 진실이 아니니까요. 다만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교육 현장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산문집은 크게 ‘교사가 교사에게’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사랑하는 나의 가족’ 등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교사가 곧 학부모이자 가족의 일원이라는 생각에서다. 오랫동안 모아뒀던 일기, 메모, 아이들의 편지를 글감으로 삼았다. 교사의 자질부터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 학생 지도의 어려움,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 교장선생님에 대한 부탁,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아이를 키우면서 쌓인 소회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았다.

그는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넌 언제 교장 되냐?’가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고 전했다. 중견 교사의 교장에 대한 단상이다.

‘…<전략> 교감이 되기까지 갖춰야 할 조건들이 참 많습니다. 연구 점수에 벽지 점수에 근평에, 정신이 없지요.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소중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아이들 가르치는 교사이지, 교감이 아닙니다. …<중략>… 일찍부터 관리자를 생각지도 않은 저는 그래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제 나이 전후의 선생님들은 승진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전 그런 면에서 자유롭습니다. 그쪽으로는 아무런 스트레스도 받지 않습니다. 나쁜 점은? 나쁜 점이라기보다는 좀 불편한 것이 있습니다. 어쩌다 만나는 동창이 “야, 고등학교 후배 중석이도 교감 나왔다더라. 넌 아직도냐.” 이런 식의 관심을 보여줄 때 불편합니다. …<후략>’

이 교사는 “그래도 동창은 이러저러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길에서 만난 동네 어르신이 ‘이 선생님 아직 교감 선생님 안 되셨어?’ 이럴 때 난감하다”고 했다.

“그래도 어머니, 집사람, 그리고 두 아들이 제 뜻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니 무얼 더 바라겠어요. 하하. 선생님들, 특히 40~50대가 이 책을 읽어줬으면 해요. 교사로 기뻤던 날들, 속상했던 날들을 차분히 돌아보면서 ‘그래 다시 시작이야’, 새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제가 가르치는 이 아이들이 세월이 흘러 서른 살, 마흔 살 먹은 그때, 저를 떠올리면서 ‘그 선생님 괜찮았어’, 이렇게 생각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너무 욕심이 많나요?”

이 교사는 동료 교사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공교육이 위기라고,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주눅 들지만, 그래도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이 무너졌다고 밖에서 아무리 소리쳐도 교사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무너진 것이 아니에요. 우리 스스로 ‘그래, 무너진 것 같아’ 포기할 때, 그때는 진짜 무너진 것입니다. 학교는 건재합니다. 학교는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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