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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교육풍경> 생명 존중 사회, 교사가 맨 앞에 서자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그 곳으로 휑한 바람이 지나간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구멍이 하나씩 났다. 교단에 서서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는 내내, 내 머리는 바다 한 가운데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슬픈 이야기를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차라리 머리가 아픈 것이 가슴이 아픈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가슴의 구멍이 아프다.

시시로 들려오는 실종 아이들의 사망 소식은 간절한 소망을 담고 가슴에 달고 있는 노란 리본의 색을 점점 흐리게 하고 이젠 희망조차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음을 직감하게 한다.

어른이라는 사실만으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게다가 우리는 그들의 미래를 이야기하던 교사다.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지를 이야기하며 지난 밤 오늘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아이들에게 우리는 얼마나 많을 것을 강제하고 누르며 지내왔는가.

대구 지하철 화재가 발생했을 때나 지난 해 공주 모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련회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어른들은 얼마나 많은 대책과 준비로 오늘을 이야기 했었던가. 마치 이제부터는 이 땅 어른들의 욕심으로 아이들의 죽어나가는 아픔은 다시는 없을 것처럼 하던 때가 언제였던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의도 어느 곳에서는 얼마 후 있을 선거와 오늘의 현실을 저울질 하는 놀음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픔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번 사고는 인재다. 오직 돈의 논리로 빗어진 참사다. 하지만 여기서 그것을 이야기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통령이 성역 없는 처벌을 이야기 했지만 진정 이 땅에 처벌로부터 자유로울 어른이 몇 되겠는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존엄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맨 앞자리에 교사가 서자. 어쩌면 내일 우리는 또 한 번 오늘의 아픔으로 인해 좌절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아이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교사가 아닌가. 한명의 제자라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꽃다움을 죽음과 바꾼, 세월호와 함께 잊혀질 어느 무명 교사의 넋을 위로하는 마음으로라도 우리가 그 앞자리에 서자.

교사들은 아이들의 희망을 지켜줄 마지막 힘을 내자. 그것이 원망의 눈망울을 하고 세상을 떠나간 아이들에 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말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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