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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탓이 아니에요”

교총 종합교육연수원 동계연수
‘선생님도 모르는 선생님 마음’

대화·명상 등으로 상처받은 마음 치유
학생·학부모 심리 이해&상담 기법 전수
여유 갖고 ‘포기’와 ‘기다림’ 구분해야



“3개월 동안이나 철수가 선생님 지갑에서 돈을 빼갔구나. 그래, 너도 사고 싶은 게 있었겠지. 그래도 다른 사람 돈을 훔친 게 아니라 다행이다.”

“민수 잘못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다고 민수가 소리를 지르고 교실 바닥에 의자를 집어던지는구나. 그래, 부모님이 알게 되셨으니 화가 나겠지. 그래도 의자를 나에게 던지지 않아서 감사한 일이다.”

9일 서울 우면동 한국교총 종합교육연수원. ‘선생님도 모르는 선생님 마음’ 직무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의 이야기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봄으로써 내 감정을 조절하는 ‘~구나, ~겠지, 감사’ 명상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교직 생활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와 상처 치유, 심리검사와 객관적 자료를 통한 학교·학생·학부모 이해를 위해 마련된 이번 연수는 6일부터 5일 간 진행됐으며 총 21명의 선생님이 참여했다.

연수를 이끈 이주영 강사는 1991년부터 초등교사로 재직하다가 1995년 대학원에서 상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상담교사로 전직해 현재 경기 안산 위센터에서 전문상담교사로 근무 중이다.

“교사 경험이 있어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그는 “한편, 급증하는 상담 건수와 아파져만 가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교육여건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선생님을 아프게 하는 걸까? 이 강사는 △학생·학부모와의 갈등이 교사 자신의 무능·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 △사회환경 변화와 급변한 아이들에 대한 교사의 면역력 부족 △지향했던 교사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내적 갈등 △모범생으로 자라온 교사 자신의 성장 과정과 동떨어진 학생들의 생활·심리에 대한 이해 부족 △전자결재, 메신저 등으로 인한 동료교사와의 대화 부족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신임교사일수록, 학창시절부터 엘리트코스를 밟아왔을수록, 교사에 대한 이상이 클수록 상실감도 크다는 것이다.

이 강사는 “선생님 스스로가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는 갈등에 대해 정답만 찾지도 말고 자신의 탓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단지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 뿐, ‘포기’와 ‘기다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수 시간 대부분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할애하고 자아존중감 검사, 그림검사 등을 통한 아이들의 심리 파악·상담 방법, 나의 장·단점 분석을 기반으로 한 자기 긍정 치유, 의사소통 스타일 분석, 스트레스 관리법 등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연유다.

참여 교사들은 연수 시간동안 어떤 내면의 변화를 느꼈을까. 이보람 서울 중마초 교사는 “순조롭고 만족스러운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내면의 스트레스를 알게 됐다”며 “혼자만 앓고 힘들어했던 일도 털어놓고 함께 공감하다 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로 인식돼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채헌진 경기 대화초 교사 역시 “학생과 학부모와의 갈등에 있어 문제가 나에게 있는지, 그렇다면 고치고 싶어 연수를 신청했다”며 “연수를 받고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학대해왔다는 것을 알게 돼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또 김진성 경기 성보경영고 교사는 “담임을 기피할 정도로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상담이 두려웠는데 구체적 사례, 기법, 예시 등을 통해서 다양한 상담 기법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고 밝혔다.

교직경력 27년 차인 황태룡 경기 율곡중 교사는 “힐링(healing) 이전에 필요한 것이 '필링(peeling&feeling)'이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의 껍질을 깨고 자신의 마음, 학생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주영 강사는 “교사 상담에 대한 필요성이 사회 전반적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인적·물적 자원 모두가 열악한 상황”이라며 “전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사상담센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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