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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정시 확대와 고교 교육

그 어느 해보다 치열했던 대입 수시모집이 마무리되고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됐다. 수시에 원서를 넣었던 학생들 가운데 알토란같은 합격 소식을 알려와 함께 기뻐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작가의 꿈을 키우며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문학동아리를 찾아 가입한 후, 2학년 때 문집까지 냈던 녀석도 수시모집에서 서울시대 대학 진학의 꿈을 실현했다. 수시모집 원서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여름, 불안한 얼굴로 상담을 요청했던 녀석은 내신 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으로는 서울은 커녕 수도권 대학도 힘들다며 혜안을 요구했을 때, 내신 성적 반영 비율이 낮고 수능 성적 최저가 없으며 서류 비중이 높은 대학만 골라 추천해준 일이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꿈을 키우던 녀석도 서울의 명문대학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물론 내신과 수능 성적이 한참 부족해 스펙만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불안해하던 아이다. 워낙 컴퓨터에 재능이 있었던 아이였기에 관심 있는 분야의 동아리는 물론이고 다른 학교 아이들과도 함께 연구할 수 있는 동아리까지 만들어 준 일이 있다. 수시모집이 시작되고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때도 부족한 점을 꼼꼼히 살펴주기도 했다. 그런 간절함 때문이었던지 진학하고 싶었던 서울의 두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고 어느 대학을 선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언론인의 꿈을 키우며 1학년 때부터 내내 논술 시험 준비를 했던 아이도 막상 원서 접수를 마친 후에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학생생활기록부나 수능으로는 진학하기 어려운 대학에 도전하는 만큼 밑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시험을 앞두고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마다 논술 수업에 참여하는 등 평소 글쓰기에 자신 있어 했지만 수시모집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정시모집으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어려웠기에 더 절박했을 것이다. 어찌 됐든 녀석은 지원한 대학의 논술 우선선발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을 가까스로 맞추고 그토록 원하던 합격소식을 받았다.

청소년기 대부분을 쏟아 붓는 대학입시제도가 내년부터 또다시 바뀐다. 정권이 바뀌면 입시 제도부터 손본다는 말이 이번에도 빗나가지 않았다. 교육 당국의 대입전형 간소화 계획에 따라 주요대학들도 속속 내년도 전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수시모집을 정비하면서 상대적으로 정시모집 인원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대학으로서는 예산을 연계로 내건 당국의 수시모집 간소화 정책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가다 보니 정시모집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장치인 학생생활기록부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즉 등급으로 표현된 학생생활기록부 교과 성적은 학교 간 격차를 증명할 수 없으며 동아리 활동을 비롯한 비교과 기록도 학교 유형과 처한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어 일률적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논술이나 적성검사, 구술면접 등을 시행한 대학들이 많았는데 이를 제한하자 차라리 정시모집으로 넘겨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정시모집은 사실상 수능 성적만으로 줄을 세워 선발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수능 성적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정시모집이 증가하면 고교에서도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학교 유형을 막론하고 EBS 교재를 중심으로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 일원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앞에서 합격 소식을 전해온 학생들처럼 진로에 대해 확신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대입을 준비했던 아이들도 내년부터는 일찌감치 수능 시험 준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단 몇 시간 만에 끝나는 수능시험만으로 대학이 결정된다면 한두 번 더 해보겠다는 재수생들이 양산되며 사회적 부담은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이제 2014학년도 대입은 종착점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이미 시작된 201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올해처럼 수능시험 성적이 부족해도 진로에 맞춰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학생들이 깨소금 같은 합격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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