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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적이지 않은 ‘교육’감 선거

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보름 남짓 지났다. 그 사이 해가 바뀌고 다음 달이면 당선인이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한다. 선거 과정의 갈등과 그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지만 소통과 화합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교육계 입장에서는 당선자의 공약 이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새 정부가 교육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의견 수렴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 정책에 반영하길 고대하고 있다.

진영 논리로 교육적 가치 왜곡

산적한 현안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교육감 직선제다. 이 문제만큼은 해를 넘기지 말고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거쳐 방안을 마련하고 법적 절차까지 마무리 지어야 한다. 내년 6월이면 지방선거와 함께 또다시 교육감을 선출해야 한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그리고 지방 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한 지방교육자치제는 1991년 관련 법률 제정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중에서도 2007년부터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은 물론이고 교육재정의 비효율화와 교육계의 갈등 심화를 초래해 대변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른 선거와 달리 시·도교육을 책임질 수장(首長)을 선출한다면 그 과정은 당연히 교육적이어야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배우는 학생들에게 수범적이어야 할 선거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됨으로써 교육의 본질을 훼손한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역대 교육감 선거는 결코 교육적이지 않았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위선과 파당 그리고 정치적 술수로 인해 “교육감 선거가 교육을 망친다”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외국의 사례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주요 교육 선진국은 지방교육수장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감 직선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 가치의 훼손에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당 개입이 이뤄질 수 없도록 규정된 현행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교육감 선거 사무소 개소식 때 특정 정당 인사들이 참석하거나 유세장에 나타나 암묵적 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교육감 선거의 초점도 교육적 가치와 대의보다는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대결로 왜곡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교육감 직선제가 특정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락했기에 당선자는 화합과 소통보다는 이념적 가치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관심을 쏟는다. 교육 현장의 갈등을 초래한 전면무상급식, 일제고사 폐지,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도 진영 논리에 따른 이념적 대립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교과부와 일부 시·도교육청 간에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을 일으켜 급기야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범법행위 하면서 ‘교육’감이라니

정책적 대립만이 아니다. 당선인의 범법행위는 더 큰 문제다.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교육감 16명 중 5명이 각종 범법 행위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다.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소양과 품위가 의심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 보기에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교육감이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범법 행위가 드러나 계속해서 재선거를 치르는 악순환을 겪으며 아까운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

재작년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1인당 평균 16억원의 막대한 선거 비용을 썼다. 이로 인해 당선 이후 부정과 비리를 저지를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일단 ‘붙고 보자’는 식으로 당선된 교육감이 재정 집행권, 교원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공명정대하게 사용하기란 쉽지 않고 결국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 대한 보은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교육감 선거는 지역자치라는 명분 이전에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지켜보는 생생한 교육현장이라는 교육적 관점이 더 중요하다. 교육마저도 이념대립에 따른 권력 투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그에 따른 각종 비리와 부정이 만연한다면 그 폐해는 결국 학교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현재 나타난 물증만으로도 이미 명분을 상실한 교육감 직선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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