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동표 선생님은 필자가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미술에 무던히도 소질이 없는 나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고마운 분이다.
“나는 너희들을 모두 미술가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던 선생님은 미술에 소질 있는 학생은 그 소질을 더욱 키우고, 애를 써도 소질이 없는 학생은 이 시간에 성실성을 기르면 된다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그림 실력이 모자란 학생을 꾸짖지 않으셨고 그 대신 미술시간에 준비물을 갖추지 못한 학생이나 뒤처리를 잘 못하는 학생, 불성실한 학생,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따끔한 벌을 내리시곤 했다.
선생님의 벌(罰)은 마치 벌(蜂)에 쏘이는 것처럼 따끔하기로 유명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호박벌 선생님이라고 통했다. 나는 호박벌에 쏘인 것 같은 따끔한 벌을 한 번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내 부족한 그림을 보고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난다. 선생님은 “남궁이가 그린 그림은 미워. 그러나 아주 열심히 했어. 좋아!”라고 칭찬을 해 주시곤 했다. 선생님은 미술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성, 열성, 근면, 착실한 인성을 미술시간에 겸해 가르치신 수준 높은 인성 교육자이셨던 것이다.
그림에는 워낙 소질이 없어 선생님에게 그림 잘 그리는 방법은 아무래도 배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승동표 선생님은 나에게 맡은 바 일에 성실히 임하고 최선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신 진정한 스승이시다.
승동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지식과 기능만 중요시하는 오늘의 이 잘못된 교육 풍토를 보셨으면 크게 못마땅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사람됨 교육을 소홀히 하는 오늘의 교육풍토를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40여 년 동안 대학 교수로서 교사 양성 교육에 임할 때마다 참다운 교사상의 한 분으로 승동표 선생님을 모델로 내세우며 우리가 지금 닮아야 한다고 외쳐왔습니다.
선생님! 저에게 인간교육이 최우선이라는 교육관을 심어 주신 선생님의 은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 나의 선생님! 승동표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