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1년 앞둔 3월 첫 주 강의를 마쳤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강의를 해 왔지만, 첫 주 강의는 언제나 설렘과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첫 주 수업을 3시간 빡빡하게 진행했지만, 다행히 학생들이 내 기대에 호응하여 열심히 임해주었다. 물론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와 드러난 반응은 그러했다. 2월 초에 강의계획을 제출하라는 대학의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몇 년간 해오던 강의계획서를 그대로 유지할까, 아니면 생성 AI 시대에 초점을 맞춰 강의계획을 크게 수정할까가 고민의 핵심이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3학점짜리 ‘교육행정 및 교직실무’ 강의계획서는 총 32페이지로 이뤄져 있는 한 학기 수업설계도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강의계획서를 보면 강의를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하게 만들어 놓았다. 생성 AI 시대의 학교·학급경영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학기밖에 남지 않았으니 강의계획서를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강의를 진행하면서 수정하고 싶은 내용을 반영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획서를 보며 한 학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계획서와 다르게 수업을 진행할 경우 혼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2024-04-05 10:00올해로 데뷔 42주년을 맞는 최민식 배우가 파묘(감독 장재현)에서 40년 경력의 풍수사로 분했다. 누울 자리를 봐달라는 부탁을 들으면 일단 단가부터 계산하지만, 자연과 땅에 대한 철학만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캐릭터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이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는 개봉하자마자 한국 영화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 될 ‘험한 것’이 나오는데…. 최민식 배우는 1982년 연극 우리 읍내로 데뷔했다. 1989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알렸고, 서울의 달(1994)에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2024-04-05 10:00“나는 무능한 교사가 아닐까?” 4월은 3월 같지 않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학교 분위기도 활기차게 피어난다. 그러면서 수업하기는 조금씩 버거워진다. 조용하게 숨죽였던 3월 교실과 달리, 4월 수업에는 삐딱선을 타는 친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탓이다. 선을 넘나드는 친구들과의 신경전과 기 싸움은 교사 감정노동의 끝판왕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내지르는 말들이 가슴에 파고들 때도 많다.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교사 권위가 무너질 듯하여 걱정이다. 그렇다고 깐깐하게 조목조목 따지기에는 어린 학생과 씨름하는 나 자신이 초라하게 여겨져 싫다. 아직 방학까지는 한참 남은 상황,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분노와 무력감이 수시로 가슴에 찾아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는 무능한 교사가 아닐까? 가라앉는 생각은 교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절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유 말고 목적을 보라” 이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면,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lder, 1870~1937)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란다. 아들러에게는 ‘용기를 주는 심리학자’라는 별명이 있다. 그에게는 닦달하지 않고도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이끄는 재주가 있었다. 그의 성품과 능력을 잘
2024-04-05 10:00우리는 툭하면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말합니다. 그냥 멋있는 미사여구일까요? 과연 추상적인 문구일까요? 아닙니다. 우리 집 거실에는 교육이 정말 백년대계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매우 귀한 사진이 하나 걸려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교육을 받는가에 따라 어떻게 백 년이 극명하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거의 백 년 전에 찍은 사진인데 흰 도포에 정자관을 쓴 어르신이 가운데 앉아있고 양쪽으로 까만 두루마기에 중절모를 쓴 신사와 검정 교복에 사각모를 쓴 학생이 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조선시대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를 아우르는 옷차림에서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이렇게 삼대냐고 묻습니다만 사실 사진 속의 인물은 제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아버지. 이렇게 삼 형제입니다. 삼 형제가 한 시각에 한 장소에 모였는데 서로 완전히 다른 시대 복장을 하고 있으니, 백 년 전 한국이 얼마나 심한 격변기였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료입니다. 또한 오늘날 한국 교육현실에 대해서 매우 중요한 교훈을 주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삼 형제가 택한 교육에 따라 그들에게 극과 극으로 다른 삶이 펼쳐졌고, 심지어 그들의 자손에게도 대대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
2024-04-05 10:00사자자리는 황도 12궁 별자리 중 하나로, 서쪽의 게자리와 동쪽의 처녀자리 사이에 있다. 봄철 초저녁 하늘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레오(Leo)’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한다. 사자자리는 별자리 이름과 그 형상이 아주 그럴듯하게 잘 들어맞는 별자리다. 사자가 동물의 왕다운 위용으로 밤하늘에 서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페르시아·시리아·인도·바빌로니아 등의 고대 국가에서도 모두 이 별자리를 사자의 명칭으로 불렀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제우스가 자신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를 죽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용맹함을 기리기 위해 하늘로 올려 사자자리(Leo)로 만들었다고 한다. 사자자리의 낫(Sickle)은 농기구인 낫, 혹은 뒤집힌 물음표처럼 보이며 사자의 머리와 어깨를 나타낸다. 사자자리를 이루는 별들은 1등성인 레굴루스(Regulus)를 비롯해 모두 1~4등성으로 아주 밝다. 알파별 레굴루스는 ‘작은 왕’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레굴루스는 하나의 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쌍으로 구성된 네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레굴루스를 하늘의 네 수호자로 불린 ‘네 개의 황제별’ 중에서도 우두머리 별로 여겼다. 서…
2024-04-05 10:00들어가며 올해는 초등학교 1~2학년을 제외한 초·중등학년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며, 초등학교 1~2학년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이들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다. 교과 교육과정도 학생이 향상되어야 할 역량과 연계되어 기술되어 있다. 2015나 2022 개정 교육과정은 OECD의 교육 2030(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이나 P21의 21세기 프레임워크(P21’s Frameworks for 21st Century Learning), UNESCO의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MIL)와 같이 학습자가 도달해야 할 역량을 중요시하는 국제기구의 교육적 방향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에서 강조되고 있는 디지털 소양은 OECD의 교육 2030, P21의 21세기 프레임워크, UNESCO의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에서 제시하고 있는 디지털 역량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된 디지털 소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가 제시한 디지털 역량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리터러시란 무엇
2024-04-05 10:00이제 꽤 봄이 무르익어 가지만, 때아닌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에는 사우나가 생각납니다. 뜨끈한 물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면, 긴장했던 근육이 싹 풀리면서 천국이 따로 없죠. 게다가 땀까지 쫙 빼고 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듯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사우나와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사우나에도 과학 원리가 있다니 정말 어디에도 과학은 있는 것 같습니다. Q1. 첫 번째 궁금증! 열탕이나 사우나에 오래 있다 나오면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러운데, 왜 어지러운 거예요? 겨울이 되면 사람들은 목욕탕에 가서 열탕이나 사우나에서 몸을 지지는 것을 되게 좋아하죠. 그런데 이런 걸 할 때 항상 경험하는 게 오래 앉아 있다가 나오는 순간, 현기증이 나고 눈앞이 순간적으로 안 보이고 어지러운 경우가 있거든요. 실제로 이런 찜질을 반복할 때 돌연사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해요. 사우나와 찜질방에서는 피부 온도가 40도 가까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혈관이 확장되고, 땀이 나는 과정에서 혈액순환이 피부로 집중되면서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어요. 사우나와 찜질방에서 ‘핑’ 도는 느낌이 든다면 이
2024-04-05 10:00흥미와 몰입 수업을 왜 추구하는가? 기술·가정은 삶의 맥락 속에서 지식·수행역량·가치·태도를 함양하여 생활 속 문제를 탐구하는 교과이다. 탐구과정에서 디지털·AI 기술을 활용하면 주제를 소개하는 단계에서부터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실시간 협업으로 공동체의식을 키우고 그룹 프로젝트, 토론 및 문제해결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과제를 수행하는 전 과정에서 몰입감 있는 학습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학습경험은 삶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실천적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수업을 즐거워하기에 나는 흥미와 몰입 수업을 추구한다. 수업주제는 ‘챗.G.P.T. 프로젝트로 탄소중립 실천하기’로 전 지구적으로 처한 기후위기를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프로젝트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디지털·AI 기반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AI·디지털 활용과 탄소중립 수업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디지털 기기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앱을 설치하는 방법은 보통 수준이며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활용 수업에 대한 경험은 부족한 편이었다. 또한 기후변화나 지구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은 있
2024-04-05 10:00포르투갈 소도시를 여행했다. 몬포르테·마르바오·파티마·토마르·코임브라·코스타노바·아베이루·나자레…. 정답고 다정하게 다가왔던 작은 도시들. 사람들은 친절했고 음식은 맛있었다. 오직 포르투갈에서만, 오직 소도시에서만 마주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장면들. 비, 비, 비. 비가 내렸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비가 내렸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해 에보라와 몬포르테·마르바오·파티마·토마르·코임브라·코스타노바·아베이루·나자레를 거쳐 다시 리스본으로 돌아오는 8일간의 일정 동안 단 한 평의 푸른 하늘도 볼 수 없었다. 비는 때로 추적추적 내렸고, 부슬부슬 날렸고, 와당탕 쏟아졌고,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렸다. 딱 하루,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 하늘은 ‘심심한’ 위로라도 보내는 듯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잠깐 보여주었다. 그래도 좋았다. 포르투갈이었으니까. 비가 내려도, 아니 비가 내려서 더 좋았다. 오랜만에 사진 욕심 내려놓고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겼다. 비를 피한다는 핑계로 카페로 뛰어 들어가 에스프레소를 마셨고, 비가 온다는 핑계로 낮부터 와인 잔을 기울였다. 커피는 더 진했고, 와인은 더 향기로웠다. 카메라를 내려놓으니 포르투갈이 더 깊이 그리고 더…
2024-04-05 10:00신나고 즐거운 과학학습을 통한 성취감을 아이들에게 선물해 줄 수 없을까? 함께 협력하며 실험을 통한 탐구활동 속에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다양한 개념들이 구조화되며, 과학적 사고력이 확장되는 수업을 만들 수 없을까? 그 첫 시작인 과학수업에 대한 흥미는 학생 주도의 활동, 실생활과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에 필자는 긍정적 마음가짐을 가지고 협력하며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환경이 이루어지는 교실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또한 에듀테크 교육자료를 활용하여 과학개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활과 연계된 탐구활동, 과학적 사고의 확장을 이룰 수 있는 탐구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과학교과역량 신장을 꾀하고자 수업활동을 계획하여 운영하였다. 상상(相翔) PLUS란? [PART VIEW] 상상(相翔)PLUS를 ‘+’하는 배움 단계 구안 과학과 교과역량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의 구체적 활동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긍정·협력적 과학 경험을 통한 학습력 제고 ● 운영의 개요 ● 허용적 환경 학생이 수업의 주도성을 갖기 위한 기반은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다. 이를 위해 학생 간, 교사와 학생 간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였으며 교사의 언어는 긍정의 언어를
2024-04-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