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인간의 학습 과정과 교육과정을 대신해주는 첨단 학습기계나 교육적 기술은 발전하지 않는다. 손가락 하나만 클릭하면 모든 걸 저절로 배울 수 있는 ‘만능의 기술’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오프라인에서 인간적 접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전통적 교육은 온라인이나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졌고, 수업방법이나 수업기술 역시 ‘교육혁명’이라 불릴 만큼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전대미문의 문제를 앞에 두고 고뇌하면서 해결책을 찾아 나서고, 한 가지 분야의 전문성이나 기술적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해하고 복잡한 문제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기술이 모든 것 해결해 주지 않는다 기술 발달이 넘볼 수 없는 영역은 또 있다. 바로 체험으로 얻어지는 공감 능력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직접 자신이 체험하지 않으면 나의 지식이나 지혜로 체화되지 않는다. 물론 체험하지 않아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가슴으로 느낄 수는 없다. 그래서 체험적 느낌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기 어려워진다. 공감 능력은 책
2016-12-01 00:00키가 작고 유머가 넘치는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을 당시의 사람들은 ‘파파’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하이든은 위대한 베토벤을 지도하고 편달했으며, 모차르트를 친구로 삼아 그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1732년 3월 31일 오스트리아의 동쪽 로라우(Rohrau)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이 로라우는 카를 안톤 하라크 백작이 소유한 시골영지의 중심지로 다뉴브강에서 18km 떨어진 남쪽, 빈에서는 40km 거리에 있는 라이타강 서안에 자리하고 있다. 불과 5분 남짓이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지금도 이 주변의 풍경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하라크 백작의 성이다. 이 지역은 원래 독일어권이지만 크로아티아인·헝가리인·슬로바키아인 등 여러 민족이 뒤섞여 살고 있다. 불우했던 하이든의 유년 시절 아버지 마티아스 하이든(Mathias Haydn)은 음악을 좋아하는 마차 수리공이며, 어머니 안나 마리아 콜러(Anna Maria Koller)는 요리사의 딸이었다. 하이든 부부는 자그마한 집에서 살았는데, 그 집에서 12명의 자녀를 낳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다섯 명은 어릴 때 죽었다. 이들 부부는 17
2016-11-01 00:00‘반공태세 강화, 자유 우방과의 유대 강화, 구악일소, 자주 경제 재건, 통일을 위한 실력 배양, 혁명 후 본연의 임무에 복귀’ 등의 공약을 제시한 군부가 1961년 5월 16일 민주당 정부를 붕괴시키고 정권을 장악했다. 정권을 장악한 군부는 당시의 교육이 학생 데모와 교원노조 설립 운동, 그리고 사립대학의 정원 외 학생 입학을 둘러싼 비리 등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출발점이 1950년대 교육이 지향하였던 교육의 자율화 경향에 있다고 규정한 군부는 교육자치제 폐지와 교육의 국가관리 강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기 시작했다. 군부가 특히 주목한 대상은 대학이었다. 교육을 지배하는 법 위의 법 등장 4·19혁명 이후 대학 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1960년 4월 약 10만 명이던 대학생 숫자는 1961년 5월 말 약 14만 명으로 폭증했다. 1년 만에 40%가 늘어난 셈이다. 사립대학들이 정원을 무시하고 학생들을 입학시킨 결과였다. 자식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농민들이 눈물을 머금고 팔아버린 소의 뿔로 세워진 ‘우골탑’이 되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였다. 사회질서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사회혼란의 주범으로 대학과 대학생을 지목했다.…
2016-11-01 00:00요즘 ‘여혐(女嫌)’, ‘남혐(南嫌)’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언어의 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이데거(Heidegger)의 말을 빌리자면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Die Sprache ist das Haus des Seins).’ 즉, 언어는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장소(Ort)이기 때문에 우리 인간 존재는 그 언어 안에서 거주(Wohnen)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언어 사용은 그 존재의 사유방식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한자 문화를 받아들인 우리의 여자에 대한 사유방식은 어떨까? 딸(女)과 아들(子), 여자(女)와 남자(男)의 의미를 살펴보자. 여자는 집에서 빨래나 하는 존재다? 한자에는 아들(子)을 의미하는 단어는 있지만 ‘딸’을 의미하는 단어는 없다. 계집 녀(女)를 ‘딸’이라는 뜻으로 혼용해서 쓰고 있을 뿐이다. 이는 ‘딸’의 위치가 ‘아들’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아들(子), 남자(男)처럼 개념화되어 쓰이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한자 문화에서 여자(女)는 아들(子)이나 남자(男)보다 열등한 지위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오늘날 남녀평등사회에 맞지 않는 단어임이 분명하다. 여자(女)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보다는…
2016-11-01 00:0001 나로 하여금 ‘침묵’이란 말을 내 상상력 속에서 매우 장엄한 의미로 길어 올리게 한 독서가 있었다. 그것은 작가 이문열의 중편소설 들소를 읽으면서이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어느 페이지에도 주인공의 침묵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독서를 하는 동안 내 상상 안에서 그 ‘침묵’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작품 들소의 주제가 드러나게 되는 소설의 뒷부분에서 주인공 ‘착한마루’의 깊고 길고 짙은 침묵을 나는 또렷한 상상으로 대면하였던 것이다. 먼저 소개 겸, 소설 들소의 이야기를 조금만 해 보기로 하자. 알타미라 동굴 벽에 새겨진 벽화 ‘들소’가 이 소설의 소재이다. 동굴 벽화 ‘들소’가 만들어진 사연을 작가가 추리하고 상상하여 한 편의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 사연에는 석기시대 부족사회에서 빚어지는 권력과 사회의 사연은 물론이려니와, 인물들의 심리적·정서적 아픔에 맞물려 있는 사연과 자기 존재에 대한 존재론적 고뇌들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놀라운 것은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그 까마득한 석기시대에 새겨졌을 동굴 벽화 ‘들소’의 내력을 비상한 상상의 리얼리즘으로 재현해 놓은 점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 소설은 ‘위대한 예술(또는 예술가)은 어떻
2016-11-01 00:00“우리를 위하여 의미 있는 것이 세계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또한 의미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미국의 유명한 교육학자 윌리엄 킬패트릭(William Heard Kilpatrick)은 새교육 제90호(1961년 3월 간행)에 소개된 ‘도전하는 새 세계와 미국의 교육’이라는 글에서 ‘미국이 교육을 통해 만드는 표준이 세계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자부심을 미국 시민들에게 심어주자고 주장하였다. 1960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닉슨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어 임기를 시작한 존 에프 케네디(John F. Kennedy)는 선거 유세 기간에 “세계 각국의 청년을 미국에 초대하는 것이 미국이 세계 각국의 이해와 신뢰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하였다. 바야흐로 세계가 미국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었고 교육은 그 시대로 가는 지렛대였다. 새 시대 교육에 대한 기대와 실망 1950년대 후반 미국의 위기는 교육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교육을 통해 미국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전파하는 데 성공한 것이 케네디의 선거 승리 배경이기도 하였다. 그는 우수한 교사가 우수한 교육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교육자치제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교사 처우개선과 소련에 대항할 수
2016-10-01 09:0001 중학교 2학년에 막 올라갔을 때이다. 3월 첫 주, 역사 시간이었다. 새 과목의 새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던 우리 앞에 나타나신 선생님은 당신의 이름을 칠판에다 크게 쓰셨다. ‘김유해(金有海)!’ 그리고는 우리더러 한 자씩 띄어서 ‘김·유·해’라고 소리 내어 읽도록 했다. 그런 다음 선생님은 그 이름 옆에 자신의 또 다른 이름 하나를 써서 소개했다. 그 두 번째 이름은 ‘백민(白民)’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이를테면 선생님의 아호(雅號)인 셈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이 뒤따랐다. 간략하지만 매우 인상적이었던 설명이었다. “백민(白民)! 이 이름에 어떤 뜻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나? 사전을 찾아보면 ‘아무 벼슬이 없는 백성’이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지. 그러니까 일반 평민을 백민이라고 하는거야. 그런가 하면 흰옷을 즐겨 입었다고 해서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백의민족을 줄여서 ‘백민’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내가 너희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우리 역사의 주인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과 백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이 이 ‘백민’이라는 이름에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저런 뜻이 두루 들어 있는 이름이다. 이 이름과 함께…
2016-10-01 09:00‘책상 위의 사과는 빨갛다’라는 명제는 경험적 진리이다. 왜냐하면 저 사과가 오랜 시간이 흘러가면서 마르고 시들어 썩어 버리면 더는 ‘빨갛다’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험적 진리는 믿을 수 없는 우연적 진리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 기쁘지 아니한가? 플라톤(Platon)은 세상을 크게 두 개로 나누었다. 하나는 감각적이고 변화무쌍한 현실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 세계 저 너머에 있는 변화하지 않는 참된 진리의 이데아(Idea) 세계이다. 그래서 플라톤에게 참된 진리의 세계는 이데아 세계이다. 눈앞에 보이는(현실 세계에 있는) ‘책상 위에 있는 빨간 사과’는 세월이 가면 썩어서 모습이나 맛이 바뀌게 되는 사과이기 때문에 참된 진리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진짜 사과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사과는 머릿속, 이데아 세계에 있다. ‘이데아’ 하면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영어로 생각(idea)이란 단어의 유래로 보면된다. 자, 그럼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사과를 생각해보자. 머릿속에 둥그런 사과가 떠오를 것이다. 빨갛고 새콤달콤한 이 사과가 가진 속성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실 속 사과는 시간이 지나면 썩어서 모습과…
2016-10-01 09:0001 예수가 골고타 언덕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되는 장면은 각기 다른 묘사와 각기 다른 강조점을 보이며 성서의 여러 대목에서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누가복음 24장에 기록된 사형장의 정황이 눈길을 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을 당할 때, 예수 혼자에게만 형이 집행된 것이 아니라, 주변에 다른 두 명의 사형수가 있었다. 흉악한 강도였던 그들 역시 십자가형을 당했다. 예수를 매단 십자가 옆 좌우로 흉악한 강도 둘이 함께 십자가에 매달려 사형이 집행된 것이다. 성서는 이 장면에서 두 강도의 상반된 태도를 보여 준다. 한 강도는 예수를 욕하면서 네가 구세주라면 우리를 당장 이 처형의 위기에서 구해보라고 조롱하며 불신의 태도를 보인다. 다른 한 강도는 예수를 욕하는 그를 나무라며, 이렇게 말한다. “너는 나쁜 짓을 하여 십자가형을 받으면서도 신을 두려워하지 않느냐?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악행 때문에 벌을 받지만, 이 분은 아무런 잘못을 한 적이 없으시다.” 그리고는 예수께 말을 한다. “예수님 주의 나라에 들어갈 때, 저를 기억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예수가 말한다. “내가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네가 오늘 나와 함께 천국에 있게 될 것이다.
2016-09-01 09:00여름은 미래다 영어 spring은 ‘봄(春)’이다. spring은 ‘샘솟다’의 의미가 있다. 얼어붙은 땅에서 새로운 기운이 샘솟듯 솟구쳐 오르는 시기가 봄이다. 새싹이 움터 나온다. 그래서 젊음을 봄(春)으로 비유한다. 청춘(靑春)은 봄이다. 그러나 어찌 봄만 좋으랴. 파릇한 봄만 있어서는 종결될 수 없다. 풍성한 가을이 있으려면 봄 다음의 계절, 위대한 여름이 있어야 한다. 여름은 한자로 ‘夏’이다. 이는 화려하게 꾸민 귀인의 모습에서 유래되었지만, 훗날 화려함(華)의 의미와 혼용되어 쓰였다. 여름은 화려하고 번창하고 무성함의 시기를 뜻한다. 음력 5월 5일은 민속 명절인 단오이다. 음양으로 볼 때 홀수는 양(陽)이고, 짝수는 음(陰)이다. 5월 5일은 양기가 겹치는 날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이다. 음력 5월은 양력으로 6월 즉, 여름의 시기이다. 따라서 청춘을 봄으로 비유하기보다는 여름으로 비유해야 한다. 여름을 나타내는 단어 summer는 인도유럽어 ‘su’ 즉, hot의 의미가 있다. 여름은 1년 중 가장 뜨거운(hot) 시기이다. 청춘의 시기도 인생이라는 시기 중 가장 열정을 가질 시기이다. 그러면 20~30대만 청춘일까? 아니다. 마음속에 뜨
2016-09-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