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방과 후, 학부모님 두 분이 학교로 무작정 찾아와 교장실에 가야겠다며 소리를 지릅니다. 사연을 듣고 보니 전날,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싸웠는데 학교에서 조치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무조건 교장실에 들어가야겠다고 고성을 지르며 난리를 피우는 상황. 들여 보내주지 않으면 현관문을 부숴버리겠다는 엄포도 놓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이런 상황을 맞이한다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어요? 1. 그래도 민원인인데 교사로서 차분하게 응대하고 학부모를 진정시켜서 돌려보낸다. 2. 강력하게 응대하며 필요시에는 똑같이 소리를 지른다. 3. 경찰에 신고한다. 선생님마다 판단하는 준거가 다르기 때문에 위의 세 가지 말고도 여러 가지 대응법이 나올 수 있어요. 여러 대응법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3가지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을 듯합니다. 우선, 1번의 태도는 투철한 대민봉사 정신으로 친절하고 공손하게 민원인을 대하려고 노력하는 태도입니다. 비록 악성 민원인이라도 말이지요. 2006년 7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발간한 ‘교육 민원처리 e-매뉴얼 1.0’에는 따지고 들거나 불평을 하는 유형의 민원인에게는 ‘고객의 요구가 정당하고 잘못이 우리에
2021-05-13 16:03교총은 매년 교권실태보고서를 내놓는다. 올해도 ‘스승의 날’을 맞아 13일 ‘2020년도 교권보호 활동 지침서’를 발표했다. 매년 교권 사건의 경향성과 교직 사회의 고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교권에 대한 실태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학폭 감소, 사이버폭력 늘어 첫째,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학교폭력 관련 교권 사건이 감소했다. 반면 원격수업에 따른 욕설‧민원 등 새로운 유형의 교권 사건이 증가했다. 교권침해는 2019년 513건에서 402건으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학교 교육환경이 달라지면서 원격수업 중 욕설, 악성 민원과 SNS상 교원 개인정보 유출, 명예훼손 등 이른바 ‘사이버 교권침해’가 증가한 것이다. 둘째, 매년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절반을 차지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교직원’에 의한 교권침해가 1위였다. 402건 중 △교직원에 의한 피해 143건(35.57%) △학부모에 의한 피해 124건(30.85%)으로 순위가 바뀌었다. 코로나19로 학사가 급변하고 방역, 급식, 긴급돌봄, 원격수업 등 다양한 업무에서 구성원 간 갈등이 늘
2021-05-13 15:58
1990년대 후반, 드라마와 아이돌 음악으로 시작한 한류 열풍은 2000년대에 들어와 진화하고 발전했다. 중화권 국가와 동남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가 방탄소년단과 K팝에 열광하고, 한국 영화 '기생충'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배우 윤여정 씨가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는 쾌거가 이어졌다. 또한 다양한 국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케이팝을 소재로 한 논문이 쓰이고 있다고 하니 세계 문화의 중심축은 돌고 돌아 이제 대한민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눈부신 문화 발전의 이면에 주변 국가의 문화 약탈 시도와 역사 왜곡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도 넘은 문화·역사 왜곡 2000년대 초, 중국의 역사 왜곡 프로젝트인 동북공정에 이어 최근에는 이른바 ‘新 동북공정’이라 불리는 중국의 문화 왜곡이 도를 넘고 있다. 중국은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를 자기 문화라고 우기면서 심각한 문화 약탈을 시도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한복, 판소리, 삼계탕, 한류 아이돌의 중국 기원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저 황당해 말문이 막힐 뿐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에서는 첫 회부터 월병 등 중국식 소품과
2021-05-13 15:46
한비자의 ‘오두’에서는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을 모르며 스승의 지혜가 더해져도 끝내 미동도 하지 않는 어리석은 인물을 비유한 대목이 나온다. 이어서 정직하고 성실한 인물을 양성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하고 조정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선 시대의 교육자이자 공직의 청백리인 퇴계 이황은 ‘사생지간 우당이예의 위선 사엄생경 각진기도(師生之間 尤當以禮義 爲先 師嚴生敬 各盡其道)’라고 했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더욱 마땅히 예의를 우선하며 스승은 엄하고 제자는 공경해 각자 그 도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관계가 깨어지면 가르침이 될 수 없고 배움이 될 수 없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존경 문화 찾아보기 어려워 교육은 엄함과 존경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의 사회와 학교 그리고 가정에서는 엄하게 가르치는 이도, 존경하는 이도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 방역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방역수칙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짐에 따라 아이들의 태도 역시 느슨해졌다. 비말 전파 차단을 위해 설치한 칸막이는 교실에서 학생 상호 간 대화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사와의 상호작용도 위축시켰다. 설상가상으로 몇몇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조
2021-05-13 15:44지난 3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교육이념으로 자리 잡아 온 ‘홍익인간’ 이념을 삭제하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법안을 철회한 촌극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민주시민’ 교육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냈다가 스스로 접은 것이다. 유명 역사 강사는 이를 발의한 12명을 ‘을사오적’에 빗대어 ‘신축 12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민 의원은 또, 같은 날 ‘학교민주시민교육촉진법’ 제정안도 함께 제출했다. 교육이념을 민주시민으로 내세운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학교 교육에서 실제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이다. 지난해 같은 당 남인순 의원과 박찬대 의원이 각각 발의한 ‘민주시민교육지원법안’,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과 법체계와 내용이 사실상 같다. 대한민국 정체성·교육이념 뒤흔든 촌극 골자는 이렇다. 교육부 장관이 3년 주기의 학교 민주시민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민단체 활동 경력 인사 등으로 구성되는 학교민주시민교육촉진위원회를 장관소속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또, 민주시민 교과를 의무적으로 신설해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분히 특정 세력 중심의 논의 구조에서 탄생한 기형적 법안으로 사회적 통합보다는 갈등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2021-05-06 17:28
아이들과 학급 캠프를 시작한 지 7년이 넘었지만, 처음 준비하면서 두근거리던 때가 기억난다. 문제상황은 없었지만, 고착화한 아이들의 관계를 개선하고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서 막 군대를 다녀온 저경력 교사가 무작정 시작한 게 학급 캠프였다. 우여곡절 끝에 1박 2일 캠프를 허락받았다. 부족한 경험, 소통으로 채워 처음 캠프를 계획하면서 ‘추억이 샘솟는’을 주제로 삼았다. 학교 밖이나 운동장에서 잠을 자기에는 안전 문제도 있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자는 것도 큰 추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교실에서 캠프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학급만의 특색을 살린 1박 2일 캠프가 탄생했다. 캠프 활동의 백미는 요리였다. 가정과 학교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먹기만 했던 아이들이 직접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히 하룻밤 자고 일어나 먹는 아침 라면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캠프를 진행한 다음 날, 다른 반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라면 냄새가 진동한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지만. 학급 캠프를 통해 강조한 것은 ‘교육공동체’였다. 학부모 상담에서 독서가 고민이라는 학부모가 많았다. 필요하지만, 어떻게 지도해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2021-05-06 17:24
나의 어린 시절, 농촌의 시골에 살면서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이 되어도 특별히 한 것은 없었다. 아마도 365일이 나의 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겐 5월 5일만 특별해 즐거운 날이 아니라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했다. 공부보다는 자연과 함께 노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내가 사는 마을이 나의 성이었고 물가의 물고기, 하늘의 참새와 꿩, 들의 여치, 메뚜기, 방아깨비 등이 나의 친구였다. 부모님은 들에 나가 일하다 밥시간이 되면 노는 것에 정신 팔린 나를 찾는다. “갑철아, 밥 먹어!” 마을에서 나를 크게 부르면 난 벌써 대청마루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부모님과 마흔 살 넘게 차이가 나서 그런지 종아리 한 대 맞지 않고 잔소리 한 번 듣지 않고 자랐다. 유일하게 혼난 것은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교감 선생님에게 종아리 맞은 것뿐이었다. 종아리 맞은 아픔은 자연 속에서 놀다 보면 금방 다 잊혔다. 아픔보다는 즐거움과 행복이 더 컸기에 나에겐 365일, 일상이 어린이날이었다. ‘이놈’, ‘저놈’, ‘애 녀석’, ‘애자식’, ‘아해 놈’이라는 비속어 대신 ‘어린이’라는 말을 보급한 ‘어린이’의 영원한 벗,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가 소유의 대상이 아닌 섬김의 대
2021-05-04 16:31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교사 특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교육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브레이크가 없는 교육감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가히 교육감 인사 비리의 종합판으로 불릴만하다. 감사 결과 드러난 특채자 5명은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특정 후보를 100회 이상 비방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과 벌금 등을 선고받은 선거사범들이다. 이들을 특채하면서 ‘과거사 청산’, ‘포용의 관점’, ‘교육양극화 해소’, ‘민주화운동 관련자’라고 포장했다. 그 포장술의 참신함에는 경악을 금하기 어렵다. 특채과정의 비리도 과거 교육감 본인이 언급했던 ‘최순실 교육 농단’에 버금가는 ‘조희연 교육 농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희연 교육감이 당시 최순실 자녀의 입학 특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1세기 한국의 학교에서 이런 노골적인 압력, 기망, 특혜가 자행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발언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을 정도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희연 교육감은 선거사범으로 해직된 이들을 특별채용하기 위해 이를 반대하는 담당 중등인사과장과 국장을 결재 라인에서 배제했고, ‘2
2021-04-29 14:55
동서고금을 통틀어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늘 중차대한 논제이고 화두였다. 국가 동량(棟梁)인 미래 인재의 육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국가 대사(大事)이자 가치 활동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항상 그 교육이 문제라는 이율배반적 상황이 한국교육의 자화상이다. 한국의 역대 통치자들이 제각기 교육 대통령을 자처하고 교육혁신을 천명했지만, 대부분 공염불에 그치고 만 것도 우리 교육에 난제가 많다는 방증이다. ‘한국교육은 석가, 예수, 마호메트, 공자 등 성현들이 환생해 공동으로 다스려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에도 공감한다. 기본·본질 교육으로 나아가야 이런 위기의식에서 한국교육 희망을 말하다가 세상에 나왔다. 김주성 전 한국교원대 총장을 비롯해 국내 교육 석학, 교육전문가, 현장 교원 등 30명이 한국교육의 과거를 회고·성찰하고 현재를 분석한 토대 위에서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조망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미래 한국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기초 기본교육의 충실’과 ‘본질 교육 회복’ 등으로 수렴된다. 특히 미래 인재인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과 ‘더불어 사는 삶’을 함양토록 보듬어야 한다. 과거 한국교육이 지나치게 속도(시간)
2021-04-29 10:17
자식을 기르면서 아이와 한 번도 안 싸워 본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눈에 거슬리는 아이의 언행이나 태도, 혹은 게임, 스마트폰 사용, 학업 문제 등으로 인해 자식과 갈등하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다. 그럴 때마다 부모는 속을 끓이면서 화를 참았다가 터뜨리기를 번갈아 가며 한다. 아이와 싸우는 부모 자식을 사랑해주고 아끼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와 싸우는 부모라니…. 순간적으로 화를 다스리지 못해 아이와 다투면서도 ‘이건 아닌데’ 하고 후회한 적이 있다. 어른답게 아이를 훈육하지 못하고 감정에 휩싸여 분노를 터뜨린 자신을 자책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부모로서 효능감과 자존감이 낮아진다. 잘못된 행동을 한 자녀를 훈계하기 위해 야단친 것인데, 왜 부모는 후회와 자책감을 느낄까? 그건 훈육이나 교육을 한 것이 아니라 부모가 분노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자녀에게 화를 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녀를 잘 가르치는 역할이 강조되다 보니, 부모들의 책무가 더욱 막중해졌다. 그만큼 부모의 스트레스도 커졌다. 그런 와중에 우리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기 생각과 주장이 생기고 선택권과 결정권을 가지려고 한다. 아
2021-04-29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