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수처 1호 사건’은 상징적이다. 조 교육감은 2018년 10월부터 12월까지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등 5명을 부당한 방법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조 교육감의 첫 공판을 열었다. 부당 인사의 총대를 멨던 전 비서실장도 재판에 넘겨졌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이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고, 검찰은 같은 해 조 교육감과 A씨를 구속기소했다. 현직 교육감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인사는 공정의 거울, 권한 남용은 독 교육감의 권력은 막강하다. 인사와 인허가권은 기본이고 학습조정권, 평가방식, 교복과 두발, 휴대폰 허용 여부까지 결정한다. 그 중에서도 교육감의 인사권은 대통령 못지않다. 전국 17명의 교육감이 행사하는 인사권은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을 합쳐 40만 명 가까이 된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할 수 있는 행정부와 공공기관의 인사 규모가 7000명 남짓인데 얼마나 막강한가. 교육감을 ‘교육 소(小)통령’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에게 ‘인사는 곧 공정의 거울’이다. 학생들이 당당하게 실력을 겨뤄 공정한 평가를 받는 것이 교실의 정의이듯 말이다. 그
2022-04-17 09:51
‘게임’과 ‘공부’ 하면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게임을 더 하려는 아이와 공부를 더 시키려는 부모 사이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게임은 그간 ‘공부의 적’이라는 시선으로 다뤄졌고, 지금도 물과 기름처럼 공존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여겨진다. 게이미피케이션 가로막는 선입견 2010년 전후로 나온 게임과 교육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국내외를 불문하고 자녀와 부모 간에 극명한 시각 차이가 있다. 학생들은 게임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기대가 높은 반면, 부모와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 게이미피케이션의 교육적 효과성에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은 강한 선입견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필자는 사실 게임의 교육적 활용에 반대 입장이었다. 게임과 가까운 세대지만 그동안 경험한 게임들이 공부와 크게 관련이 없어서다. 그럼에도 게임을 수업에 적용한 이유는 바로 아이들 때문이었다. 시골 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을 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수학에 흥미를 갖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에 좌절했다. 어떻게든 수포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노잼'이었다. 사실 상처도 많이 받고 포기하려던 찰나 우연히 칸 아카데미를 접했다.
2022-04-16 17:40
[김병진 경남 구산중 교장] 새 학기, 생동감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인성 덕목을 선정하고 실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에 바쁘다. 교장으로서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무언선행(無言善行)’의 마음가짐으로 인성교육 실천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지원의 부족함은 없는지 살피고 격려해야겠다. 학생들의 바람직한 인성 함양을 위해서는 생태 감성과 문화 예술적 감성을 풍부하게 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학교 교정에 사과나무와 감나무를 심었다. 사과와 감이 열리기까지 꽃과 잎의 생동감을 보며 학생들이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떤 이는 사과와 감을 따서 나눠 가진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에서는 애써 많이 수확하려 하지 않는다. 어느 겨울 눈이 내린 날, 감나무 가지와 빨간 홍시 위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를 상상해 보면 그 풍경 하나하나가 우리 학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할 것이고 그 따뜻한 감성이 바람직한 인성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학교 1층에는 아트공간을 조성하고 여러 점의 회화 작품과 조각 작품을…
2022-04-13 15:44
코로나19 팬데믹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육 가족들은 우리나라의 미래와 학생들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경우 조직개편을 통해 코로나 담당 부서 인원을 증원하고 있으며, 학교 역시 보건 보조교사, 방역 인력 등 인력증원이 이뤄지고 있다. 업무량 폭증…가장 힘든 자리 학교 중간관리자인 교감 역시 교육과정 운영과 방역의 중심에서 업무량이 갈수록 폭증해 학교에서 가장 힘든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증원되는 인원 관리도 오롯이 교장, 교감의 업무다. 이런 어려움으로 교감뿐만 아니라 교장 역시 교육과정 운영과 인력관리 업무가 많은 과대 학교를 부담스러워한다. 6학급 학교와 43학급 학교의 교감 업무를 단순히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업무량은 물론이고 관리해야 할 인력 차이가 실로 엄청나다. 학급 수가 많은 과대 학교의 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교감을 두 명 배치하는 복수교감제도다. 그런데 '학교 규모가 43학급 이상인 경우 복수 교감을 둘 수 있다'고 명시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36조 1항이 2013년 2월 13일 폐지된 이
2022-04-11 08:52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7개 분과위원회로 출범한 후 활동기간의 절반을 넘겼다. 분과위의 구성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 우선순위를 엿볼 수 있는 척도가 되기에 어떤 명칭을 쓰느냐는 세간의 관심이었다. 때문에, 교육이 과학기술교육분과위에 속하며 뒤로 밀릴 때부터 우려가 나왔다. 공동정부를 꾸린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대선 후보 시절 교육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분과위 간사와 인수위원 3명이 모두 정보통신과 재료공학 등 이공계 출신인 점도 교육 홀대론이 크게 부각된 이유다. 다행히 한국교총이 면담과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한 ‘교육부 존치’와 ‘교육 중시 국정 운영’ 요구를 인수위가 수용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논란은 가라앉고 있다. 한동안 시끄러웠던 교육부 존폐 논란이 존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그사이 안타깝게도 소중한 인수위 활동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제는 교육 과제의 대강을 확정 짓고,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교육계와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전한다. 교육력 회복 등 교육본질 우선해야 첫째, 교육의 본질에 입각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심각한 기초학력 저하와 학력 양극화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학력은
2022-04-10 08:53
‘흰 코끼리(white elephant)’는 고대 태국에서 유래했다. 태국 왕은 평소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선물했다. 신하에게 이 코끼리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왕이 하사한 선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수 없을뿐더러 병으로 죽기라도 하면 왕에 대한 도전이나 반역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쓸모없이 부담만 되는 것 게다가 흰 코끼리는 불교에서 신성한 존재로 추앙돼 일도 시키지 못하고,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렇게 코끼리를 키우다 보면 막대한 먹이로 집안 형편은 점점 어려워지고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결국 파멸을 맞게 된다. 이전설에서나온 게 ‘흰코끼리의역설’이다. 값비싸지만쓸모없고,가치에비해유지비가너무많이드는것을 말한다. 올림픽,월드컵등큰이벤트를위해만들었다가대회가끝난뒤쓸모없이내팽개친시설들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는이런저런흰코끼리가많다.지역홍보관,향토박물관,어정쩡한 테마파크,녹슨경전철,운행도못하고부셔질운명의은하레일,이용객이거의없어파리만날리는지역공항등이다.적게는 수십억,많게는수천억원의세금이줄줄새어나가고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에는 어떤 ‘흰 코끼리’가 있을까? 먼저, 오랜 교육을 받고도 자립하지 못하는 현상을 꼽을 수
2022-04-09 09:04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요즘. 학교마다 대체 강사를 구하느라 많이들 힘든 시기에요. 전담 과목으로 비는 시간이 있어서 쉬는 시간에는 교무실에서 전화가 오는 일도 빈번해요. “선생님, 보결 좀 부탁해요.” 하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리지요. 다들 힘들고 바쁜 시기. 선생님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빈 자리를 메우고 있어요. 우리만 힘든 건 아니니까요. 교사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빈자리가 속출하고 있는 요즘. 학교로 온 지침을 보다가 놀랐어요. 그래서 눈을 비비고 다시 들여다봤지요. 눈이 이상한 것인지, 지침이 이상한 것인지 한참을 보다가 허탈해졌어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대체 강사가 될 수 있다는 한 줄의 지침. ‘교사자격증은 아무것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사자격증이 없는데 어떻게 강사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좋지 않은 상황이라 한 시간이라도 빈 시간이 생기면 보결을 하는 선생님들. 보결 수업에 여념이 없으신 교감, 교장 선생님들. 거기에 명예퇴직을 하시고도 강사 구하기가 힘들다는 말씀에 학교에 나와 주시는 선배 선생님들. 자격을 가진 교사들로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이 혼란을
2022-04-07 18:07정부는 지난달 24일 국무총리 주재로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개최해 2022년 학교폭력 예방대책 시행계획안을 심의했다. 사이버공간에서의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가·피해 학생 사이버공간 접촉 금지, '학생 보호 원스톱 온라인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구축, 전학 조치, 졸업 후 2년간 학교생활기록부 가해 기록 보존, 메타버스를 활용한 예방 교육 교구 개발·보급 등 대책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발표된 2021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비중과 언어폭력, 학교 밖 폭력이 증가하고 저연령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을 단지 코로나 팬데믹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매번 나오는 학교폭력 대책을 보는 학교 현장에서 한숨부터 나오는 것은 그만큼 학교폭력 업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학폭 정의부터 새롭게 5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학교폭력 대책을 새롭게 정립하길 바란다. 보여주기에 급급하기보다는 현장의 애환과 고충을 살펴봐야 한다.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18년 3만2632건, 2019년 3만1130건, 2020년 8357건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학교폭력 건수가 줄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2019년 9월 도입된 학교장 자체 해결 건수가 201
2022-04-04 08:59
선배 선생님들 사이에서 근무하다 보면 내가 조금이라도 더 잘하는 게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나마 컴퓨터나 온라인 수업과 관련한 몇몇 기능적인 부분을 도와드리긴 하지만, 이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수업을 잘하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 생각하곤 한다. 시골 학교 교사의 고민 '교류' 소규모 학교, 소규모 학급에서 근무하다 보면 아이들의 행동 발달을 위해 동 학년이나 동 학년군의 교류가 필요하다. 학교 내에서는 체험활동이나 몇몇 과목의 연계수업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과목도 있는 게 사실이다. 시골 지역에 근무하는 필자는 이 부분에 굉장히 고민스러웠다. 몇 년간 교내 동 학년군 선생님과는 마을교육과정을, 옆 학교 같은 학급 선생님들과는 ‘두 교실 한 친구’라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오픈 채팅, 에듀테크 등을 활용해 좋은 효과와 만족감을 느꼈다. 그래서 시작한 새로운 시도는 학생들이 요즘 유행하는 에듀테크, SW, AI, 메타버스의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생산자나 적극적 행동자가 돼 보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다른 학교 동 학년과 함께 공부하며, 자신만의 산출물 공간을 만드는 메타버스 전시 수업이었다. 학생은 마을 조사나 통합교과 활
2022-04-03 09:00
문학의 본질을 통시적으로 고찰할 때, 고대부터 현대까지 비평적·시대적 관점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중심을 흐르는 속성을 많은 학자들과 문학비평가들은 ‘실체의 재현’이라고 평가한다. 문학은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상황들의 실존적 실체 즉, 리얼리티의 재현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문학작품을 비평하는 많은 연구논문이 리얼리티를 주제로 삼는다. 현장 도외시하면 필패 마찬가지로 교육활동의 본질을 실제적 관점에서 조명하면 ‘현장의 재현’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진행되는 실체적 상황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실적이고 실체적인 상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과 교육은 본질적으로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문학작품이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실체적 리얼리티를 진솔하게 재현해야 한다. 추상적 공간에 갇혀서 현실적이고 실체적 문제를 도외시한다면 독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결국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육이 현장을 도외시한 채 수립된 정책에 따라 수행된다면 십중팔구 교육의 현실적 실체를 재현하지 못해 실패로 끝날 게 분명하다. 지금 교육계의 화두
2022-04-02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