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일 사립학교법 재개정안을 발의하였다. 2005년 12월 정부·여당이 사립학교법을 파행적으로 통과시킨 지 1년 여 만이며, 7월 개정법 시행일로 부터는 5개월만의 일이다. 그동안 개정 사립학교법을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이 있었는지는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열린우리당이 그동안의 교육계와 종교계의 강력한 재개정 요구, 법학자들 사이에서의 위헌적 요소에 대한 심각한 우려, 청와대의 재개정 검토 필요성 시사 등등 일련의 상황 속에서도 재개정 불가 방침만을 고집스럽게 지켜왔던 사실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나, 재개정안을 전향적으로 들고 나왔다는 사실만은 일단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의 재개정안 발의가 결코 곱게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재개정안이 사립학교법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사학에 대한 부정적 시각 그리고 사립학교법을 통해 사학을 규제하고 통제하여야 한다는 시각으로 점철되어 있는 편향된 가치관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먼저, 이번 재개정안이 발의된 시점이 재개정 논의를 일으킨 의도의 순수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심
2006-12-07 12:41
30여년 전, 새내기 교사 시절의 일이다. 어느날 오후, 글씨를 읽지 못해 나머지 공부를 하던 녀석이 내가 교장실에 결재를 맡으러 간 사이에 장난을 치다가 유리창을 깨뜨리고 말았다. 그 일이 아니라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하루해가 모자랄 판인데 유리창까지 깬 것에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아이를 의자 위에 올려 세우고 긴 회초리로 종아리를 몇 대 때렸다. “오늘은 나머지 공부 그만하고 집으로 간다. 책보 잘 챙기도록 해. 그리고 오늘 배운 것 집에서 써 가지고 와. 알았어?” “…….” 대답이 없다. “빨리 집으로 가!” 교실 밖을 나갈 때 보니 아이의 종아리가 벌겋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미안했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교실 모퉁이를 돌아가는 녀석을 다시 불러서 교실로 들어오도록 했다. 그리고는 누런 찌그러진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고 종아리를 담그게 한 뒤 종아리를 주물러 주었다. 녀석은 의아한 듯 놀란 눈으로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미안하다. 화를 참지 못해서 너를 심하게 때렸구나.” “선생님, 괜찮아요. 별로 안 아팠어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앞으로 우리 좀 더 열심히 잘해보자.”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 밖으로 나
2006-12-05 11:17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립학교에서는 자판기 탄산음료의 판매를 규제하고 있고, 미국 의사단체에서는 맥도널드, 버거킹 등 미국의 7개 패스트푸드 업체를 대상으로 위험한 발암성 물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법원에 제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영국은 학교에서 ‘JUNK FOOD 추방을 위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인도에서는 탄산음료 캔에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경고문 삽입을 위한 법 규정이 정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우리나라 역시 어린이 비만 3명 중 1명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고, 특히 비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비만을 전 세계적인 건강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832만 3567명으로, 이 숫자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시대를 우려하면서도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 갈 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나 정부차원의 대책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2년마다 학생들의 식생활 종합에 관한 ‘청소년 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건강 실태를…
2006-11-29 12:45교육부는 지난 10월 ‘개방형 자율학교’ 시범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전임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공교육을 혁신하고 전인교육을 지향하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학교 시스템이다. 전국에서 5~10개 학교의 추진을 목표로 하였으나 최종 4개교만이 선정되었다. 서울(원묵고), 충북(청원고), 부산(부산남고), 전북(정읍고)에서 각 1개교씩으로 모두 공립학교들이다. 당초 계획보다 축소하여 2007학년도부터 서둘러 시작하려는 인상을 준다. 그간 개방형 자율학교의 운영 방식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다.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연기를 주장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서는 현 정부가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를 죽이기 위해 개방형 자율학교를 띄우려 한다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 그래서 시범학교 운영 자체가 무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향후 4년간의 시범운영 과정을 거치게 될 개방형 자율학교가 본래 취지대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첫째, 진정으로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현재 개방형 자율학교에 대한 예측은 ‘전인교육과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등 대안적 교육을…
2006-11-23 16:32
대선예비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정책투어에 돌입했다. 15일 교총회관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교육계 인사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22일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동일 장소에서 같은 성격의 행사를 가진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측도 교총과 정책토론회 개최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 사회각계의 비중 있는 단체가 미래의 유력한 국가정치지도자를 초청해 교육에 대한 소신과 비전을 들어 보고 진지한 토론을 벌이는 것은 국가와 교육발전을 위해 매유 유익한 일이다. 온 국민의 과잉관심이 교육에 쏠려있는 한국적 지형에서 정치지도자의 교육에 대한 해법과 비전 찾기 차원의 방향설정과 초기 정책구상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기본 사고의 틀을 벗어 던지지는 못할 것이지만 현장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데는 이것만한 것도 없다. 캠프에 포진하고 있는 자문인사들의 책상머리 아이디어와 실태조사만으로는 교육현장의 정서나 요구를 제대로 읽어 낼 수 없어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정책실험과 혼선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교육부문은 물론 정치와 많은 사회부문에서 이념적 경향성과 아마추어리즘이 성행하고 있고 교육의 논리가 실종된 지 오래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비전문가와 현장경험이 없는 정책입안자들에…
2006-11-17 16:19
30여년만에 전공과목인 동물자원과 교사로 부임했다. 학교 농장을 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별일 없이 한우사와 사슴사를 관리하고 있었다. 농장에는 담당기사들을 보조해서 장학금을 받으며 봉사하는 ‘당번학생’들이 배치돼 있다. 당번을 하면서 힘든 일은 요리조리 빠지는 잔머리의 달인 종선이. 비축해놓은 생초를 매일 뒤집어야 하는데 종선이가 겉만 살짝살짝 뒤집는 바람에 절반이나 썩어서 애써 벤 풀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당번을 그만두게 했더니 이번엔 더 큰 말썽을 부렸다. 종선이가 같이 일하던 학생들을 협박해 당번 학생들이 일시에 그만두게 된 것이다. 수업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10분쯤 지나 어슬렁거리며 교실로 들어와 수업 중엔 잠만 자고, 자지 않으면 잡담에 온갖 산만한 행동을 했다. 종선이를 벤치로 불러 한 시간이 넘도록 타이르기를 세 차례나 시도했지만 늘 그때뿐이었다. 어떤 선생님은 징계조치를 취하자고 했지만 그렇게 해서 고쳐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동물자원과 수업에 들어갔다. “교직 삼십년이 다 되어가도 이렇게 무능하구나. 종선아, 이리 나와라.” 종선이를 교단 앞에 세우고 “종선아, 내
2006-11-16 13:50지난 11월 7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는 예상을 뒤엎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하 교육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예상을 뒤엎고’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당시 교육계가 교육위원회를 시·도 상임위원회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는 상황이었고, 제5대 교육위원 선거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교육자치법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사중계 시스템을 통해 현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법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시작하면서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무거운 마음’이라는 말과는 달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끝내 일을 저지르고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개정 교육자치법이 발효되어 정치판으로 바뀌어 가는 교육현장을 보면서도 그들이 계속 미소를 지을지 의문이다. 17명 중 15명이 초선의원으로 구성된 초보 교육위원회는 용감했다. 그들에게서 고뇌와 진지함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교육계로서는 교육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법률안이었지만 그들의 관심의 초점은 표결을 할 것인가, 관례에 따라 여야 간사의 합의를 존중하여 만장일치로 의결할 것인가에 있었다. 법안이 교육에 미칠 영향을
2006-11-16 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