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고가 심각한 존립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실업고 위기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교육정책 잘못에 기인한다. 93년 정부가 신경제 5개년 계획으로 실업고 확대정책을 추진하였지만, 96년 교육개혁방안 발표 이후에는 이의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다보니 최종 수요자인 산업체의 인력요구는 간과한 채 중간 수요자인 학생 및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인문교육 및 고등교육의 팽창을 촉진하는데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고학력 실업자 양산은 물론 기능 인력난을 심화시키는 등 결과적으로 불합리한 이원구조를 초래하게 하였다. 인문교육 편중 및 고등교육 팽창 정책의 와중에서 실업고는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왔고, 드디어 오늘의 실업고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2000년 '실업계 고등학교 육성대책'을 발표하고, 2001년 11월, 실업고 학생들에 대한 대학입학 문호 확대, 투자확대와 같은 '실업교육 육성방안'을 내놓았으나 실업고 구성원들의 기대는 그렇게 밝지 않다. 사실 교육부 대책은 양질의 기능인력 양성 공급이라는 근본
2002-08-17 10:28제7차 교육과정에 의해서 고등학교 2, 3학년 학생이 선택하도록 되어 있는 '한국 근·현대사' 과목의 최근 검정 교과서 파동은 우리 모두에게 중대한 문제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고 관계 당국에게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노출된 문제점을 간과하지 말고 보다 높은 안목을 가지고 멀리 내다보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라는 경고 신호를 보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수많은 과목의 검정 교과서 중에서 역사 교과서였다. 또 역사 교과서 중에서도 '근·현대사'과목이었기 때문에 현 통치체제에 직접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정치, 사회, 언론, 국민 등 모두가 더 깊은 관심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처럼 예민한 체제의 이해관계 때문에 더욱 우려와 비판이 높았고 여러 가지 의혹, 억측, 갈등, 과장, 오해 등도 따랐다. 그래서 한 과목의 검정 교과서를 대상으로 편향 기술의 의도성과 고의성, 검정 방법 및 과정의 적절성과 투명성, 문제된 교과서 내용의 교육적 타당성과 적합성 등이 비판자의 입장 본위로 제각기 논의되었다. 또 검정 제도와 방법의 개선 방향까지 깊은 연구와 검토도 없이 즉흥적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근·현대사' 한 과
2002-08-17 10:26최근 검정통과된 고등학생용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과 관련해 교육부·청와대·평가원 간의 책임공방을 바라보는 교원들은 물론 국민의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다. 청와대는 교육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평가원은 국회 교육위에서 검정기준과 심의회 모두 교육부가 만들며 추천인사도 전혀 반영이 안됐으므로 권한도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고, 교육부는 평가원의 입장에 대해 불쾌해하고 있다. 교육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정신은 물론 교육 본연의 모습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는 검정과정에 외압의 작용 여부와 검정위원 선정과정의 투명성, 그리고 현 정부에서 발생한 일을 교과서 내용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타당성의 문제로 압축할 수 있다. 국정교과서의 최종 책임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에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속 시원히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조속히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교과서 검정위원의 비공개는 원칙적으로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평상시의 논리다. 교육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진실을 밝히기…
2002-08-14 17:40
얼마전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내 성희롱 예방 및 근절대책'은 과거 '촌지고발센터 운영'이 그랬던 것처럼 교육자의 자존심을 짓밟는 전시, 졸속,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이런 정책을 보면 '교육부는 정말 교육의 本末이 무엇인지나 알고 있는지', '교육부에 대한 현장 교원들의 생각이 어떤지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하는 의구심이 든다. '교육부가 없어져야 이 나라 교육이 살 수 있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얼마 전 S중학교에 방문했을 때, K교장은 '이 따위 공문 생산해 학교에 내려보낸 사람이 도대체 누구요?'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 공문은 '교원자율출퇴근제' 공문이었다. K교장은 그 공문 때문에 8시 30분 출근, 오후 4시 30분 퇴근이 일상화돼 학교장 중심의 학교 경영, 교사의 사명감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출퇴근제 이전에는 교사들 스스로 오전 8시에 출근해 자율학습 지도, 교과보충 지도를 하는 교사가 있었는가 하면 오후 6시에도 남아 부진 학생 지도를 하는 교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중앙부처 '체육부'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낸 월드컵 4강 신화를 보면서 과연 교육부도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했다면 논리의…
2002-08-14 16:04"엄마, 우리 집에 콩이나 뭐 싹을 내서 기를만한 그런 거 없어요?" "그런 건 왜?" "식물이 뿌리를 내릴 때 볼 수 있는 생장점을 찾아보라는 생물숙제가 있어서요." "그래? 그럼 이걸 한 번 길러보렴." 비닐봉지에 담아 두었던 검은콩을 서너 알 꺼내 아들에게 주었다. 아들은 곧바로 '싹 틔우기'를 시작했다. 우선 콩을 물 속에 넣어 하루를 불렸다. 그런 다음 조그만 유리그릇에 솜을 얇게 펴서 깔고 솜에 물을 흠뻑 먹인 후, 불린 콩을 그 곳에 담아 햇빛이 잘 드는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날마다 솜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마음을 썼다. 물이 너무 많아도 썩을 염려가 있고 물이 너무 없으면 말라버릴 것이 걱정이 되어 우리는 '싹 틔우기'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나자 콩에서 싹이 나기 시작했다. 서너 알의 콩 중에서 싹을 틔운 건 우연히도 딱 한 알. 얼마 후, 아들의 책상 위에 있던 콩나무는 화장실 창가로 이사를 갔다. 책상 위에서 살기엔 콩나무의 범위가 너무 넓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화장실에 빛이 가장 많이 든다. 화장실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하루의 대부분 동안 눈이 부시다. 그 곳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는 걸 보니 콩나무도 화장실
2002-08-14 16:03집이 고등학교 앞이라서 원하지 않아도 학생들을 많이 보게된다. 그런데도 여름방학을 맞은 요즘도 아침 시간이면 학생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등교한다. 방학이어서 여유 있게 거니는 이 길을 저 아이들이 왜 저렇게 허겁지겁 달려갈까 하는 생각에 어른으로서, 또 교사로서 참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더 가르치려고 저 아이들을 불러내는가. 이 나라 어른 모두, 특히 교육에 어떤 이유로든지 관계가 있는 어른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학생들에게 쉴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우리 어른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그들을 옭아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을 위한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또한 모두가 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시도를 하지 않고 세월을 보내니 이 지친 아이들의 얼굴에 아름다움과 기쁨이 멀어져 가는 것이다. 육체적으로도 고교 시절은 전 인생을 통해 가장 왕성한 활동력과 에너지를 가진 시기이며 자신과 이웃을 위한 경험과 능력을 축적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이럴 때, 사회는 그들을 학교에 가두어 영어, 수학으로 지치게 만들 것이 아니고 탁 트인 산하를 누비며 자신을 위해, 이웃을 위해, 또 자연을 위해
2002-08-14 16:03영어 교사인 김 선생님이 조퇴를 하러 왔다. 무슨 일 때문인가를 확인했더니 목이 컬컬하고 잠겨 말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직원조회시간에 교사의 생명인 성대를 보호하기 위해 늘 조심해야한다고 강조했는데도 목소리 때문에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여교사가 온 것이다. 벌써 7년 전 부천 성곡중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동료였던 이현영 교사는 교육활동에 남달리 정열적이고 적극적이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도 맡은 업무처리는 물론 수업준비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젊은 교사였다. 학생들과 학습자료를 만들면서 학생들과 대화하기를 언제나 좋아했던 선생님이었다. 신명나게 일하는 그를 대할 때마다 동료 교사로서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났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교사가 병가를 내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다음 날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 보니 목구멍에 혹이 생겨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병원 담당 의사가 휴직을 간곡하게 권유했다는 것이었다. 순간 뜨끔했다. 이렇게도 정열적인 처녀 교사가 휴직을 하게 되다니! 결국 그는 1년간 휴직을 했다. 참으로…
2002-08-14 16:01말은 기막히게 잘 하는데 막상 글을 써보라면 난색을 표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물론 말솜씨와 글 솜씨가 모두 훌륭한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또 어떤 사람은 말솜씨와 글 솜씨는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도 한다. 이 같은 오해는 학교 교육의 부실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본인의 노력 부족과 독서의 부재에서 오는 현상이 대부분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작문을 지도하다보면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글쓰기 공포증의 하나인 'Paper Phobia'를 심하게 겪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백지를 앞에 놓고 글을 쓰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 지는 증상이다. 이 같은 글쓰기 공포증은 각 대학들이 앞다투어 논술 시험을 입시의 주요 전형 자료로 삼으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논술의 또 다른 변형 형태인 구술 시험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는 생각처럼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중에는 수많은 글쓰기 교재들이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모두 간단한 방법들이다. 두괄식 문단의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대개의 글들은 서 너 개의 문단들로 구성된다. 각 문단의 첫머리에 자기가 하고 싶은 요지의 문장을 쓰면 된다. 나머지 문장은 첫 문장에
2002-08-01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