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은 9월 26일자 사설을 통하여 국사교육의 부실에 대해 강하게 우려한 바 있는데 이것은 시의적절한 자세라고 본다. 이 사설에 대한 보완 설명으로 오른 10월 11일자 신문의 교육부 이충호 장학관의 글은 전체적으로 올바른 설명이었지만 현실적으로 답답함을 가지게 한 몇 가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교육과정에 편성되어 있다고 정상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현실감이 부족한 것이다. 예를 들어 3학년 자연계열에 사회과 필수 이수과목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설정했다고 하자. 수업을 안 해본 사람을 그 고통스런 심정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필요도 없는 과목을 내신 때문에 할 수 없이 듣고 있으니 시간이 아깝다고 여기고, 교사는 학생들의 호응이 전혀 없는 속에서 1시간을 가르쳐야 하니 지옥이 따로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문과 계열이라고 상황이 다르진 않다. 과학수업이 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과 과목이라 해도 11개 선택과목 중에서 자신이 필요한 1개에서 4개까지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평가에 이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게 된다. 학생들은 내신이 필요하니 시험공부는 하되 불평을 늘어놓고, 교사는 시험을 치르게…
2004-10-28 17:41심각한 출산율 감소 때문에 정부의 대책이 쏟아져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실효성 없는 대책 때문에 지금 각급 학교에서는 교원간, 또는 교사와 관리자간에 갈등만 고조돼 쓸데없는 논쟁으로 교육력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 하나가 `여교원 한 달 일회 보건휴가 제도’이다. 사실 여교원 보건휴가제도는 출산율 때문만이 아니라 여성보호, 여교원 건강유지차원에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단언하고 싶다. 그런데 이 좋은 제도를 법제화 시켜놓고서도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실시하기에는 너무나 필요한 것이 많다. 그중 하나가 그 날 보건휴가를 간 교사 자리를 메워 보충수업을 대신할 증치교사인 것이다. 예를 들어 50학급 규모의 도시 학교라면 여교원이 50여명이다. 그러니 평균 1달에 25일 수업일수로 보면 1일 2명의 보결 수업 교사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런데 보충수업을 위한 강사 확보는커녕, 강사를 운영할 예산 또한 달리 확보된 게 없다. 문제는 그뿐 아니다. 1일 평균이 2명이지 어찌 개인의 사정을 평균으로 맞출 수 있겠는가. 경우에 따라선 어느 날에는 10명도 될 수 있고, 또 특별한 경우 하루에 40~50명 전원이 교단을 비
2004-10-28 17:40초등학교 삼학년의 경우, 일주일에 세 시간의 체육시간이 있다. 나는 세시간의 학습활동 중 한 시간 정도는 실내에서 체육교과서에 따라 건강을 위한 보건 위생교육, 안전생활, 실기에 앞선 이론 등을 충분히 지도하고 싶다. 그런데 학생들은 체육시간만 되면 언제나 운동장이나 강당으로 나가 체육 실기를 하길 원한다. 의자에 따분하게 앉아서 하는 학습보다는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달려보자는 욕구 때문이라고 본다. 어느 날 체육시간이었다. 삼십여명의 학생들을 종횡으로 반듯하게 줄 세워 정지간 방향전환, 이동 중에 방향 전환, 체조, 순환운동 등을 하다 보니까 어느새 정해진 수업시간이 반을 넘고 있었다. 한참 수업을 하던 중 체육부장으로 선임된 하람이란 아이가 나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선생님, 빨리 저희들이 좋아하는 체육해요.” 애들이 좋아하는 `체육’이란 보나마나 놀이와 게임이다. 우리 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축구경기다. 삼학년이 여섯 번이나 되는데 축구경기에서 언제나 우리 반이 이기고 있으니 그 우승의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체육시간에 게임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게 아이들의 주장이다. 연습이나 시합을 할 때 선생님이 정확한 심판을 봐
2004-10-28 17:39`고교등급제 적용’ 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지켜보며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으로서 몇 마디 적고자 한다. 먼저, 교육부는 고교등급제 적용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려면 전국의 고교 간 학력차가 없음을 근거로 제시하여야 한다. 고교등급제는 현재의 교육제도가 원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간, 고교 간의 학력차가 너무 현저하고 교육부가 공교육에 의해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이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평준화 고교와 특목고 등 비평준화 고교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소속 학교에 따라 입시전형에서 차별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교육기회 균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결과를 낳는다. 대학들은 외국처럼 신입생 선발이 자율에 맡겨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우리의 고교평준화 정책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제도다. 다른 나라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문제는 `얼마나 공정하고 믿을만한 평가기준을 만드느냐’ 이다. 수학능력시험은 교육을 황폐화시킨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서열이 매겨졌기에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수능성적이 반영되지 않는 수시모집의 경우, 학생을 평가할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결여되어 있는
2004-10-21 16:41아이들의 가정교육 시간이 줄어들면서 학교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지만 교육 제공처가 학교 중심에서 인터넷 등으로 다원화된 점,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세계화 사회로 변모하면서 전통적인 단선형 가치관이 다양하게 변모한 점, IMF 구제 금융기를 거치면서 돈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최고의 가치로 확산된 점 등은 본질적인 학교 교육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교권이 떨어지고 사회 지도층의 각종 비리가 끊임없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아이들은 본받을만한 역할모델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부모의 내 자식만을 위한 양육방식으로 학교 교육력도 크게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된 모든 책임을 교원에게 전가하려는 정부의 새로운 교원 평가제는 즉각 재검토되어야 한다. 애초에 교원 평가제 도입은 올해 2월 교육부장관이 현장의 여론 수렴 없이 매스컴에 단독 공언한 것이다. 이후 교육단체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현재는 관련 학자들을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밀실 계획,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새로운 교원평가제가 불가피하다면 선진국의 여러 교원평가 모델을 현장 여론수렴을 거쳐 한국적 교육 상황에 맞게 합리적, 점진적, 순차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정
2004-10-21 16:39오늘날 한국의 학교교육은 심각한 위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교교육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교직의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교실붕괴’, ‘학교붕괴’라는 현상도 교원들의 불만과 사기저하, 의욕상실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교사들의 권위는 크게 위축되고 심각한 역할갈등에 빠져있으며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존경은 크게 약화되고 사회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조건, 고삐 풀린 신세대 학생, 거칠어진 학부모 잡무부담, 교원들을 두들기기만 하는 언론 등 많은 교원들이 허탈감과 분노를 안고 교직을 떠난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유능한 젊은이들을 교직으로 유인하는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어두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보화·세계화 시대의 사회는 교사들에게 중대한 역할과 책임을 이행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교사들은 어린이들이 미래사회의 변화에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서 국민 기초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초등교사의 교육적 역할을 다음과 같이 열거할 수 있다. 첫째, 초등학생의 추후 학습과 장래생활에 기초가 되는 지식·도덕·사회·정서·신체적 발달을 돕는 기초교육에 충실해야
2004-10-21 16:29점심시간이다. 오늘도 급식소를 찾아 어린이들과 같이 배식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4학년 남자 어린이들 서너 명이 내 옆에 앉았다. 옆에 있는 아이를 보니 젓가락질을 전혀 하지 못하기에 “젓가락질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야”라고 말하면서 시범을 보일 찰나였다. 앞에 앉았던 아이가 눈을 부릅뜨고 나에게 소리친다. “사생활 간섭하지 마세요.” 어안이 벙벙하였다. 참으로 맹랑한 아이가 아닌가. 젓가락 사용에 대한 얘기는 집에서나 하는 잔소리쯤으로 들리는 모양이었다. 아이와 대화를 더 해 보려고 아이의 이름을 물어 보았다. 대답이 없다. 보다 못해 옆에 있는 친구들이 이름을 알려준다. “채영식이에요.” “영식아! 젓가락질도 중요한 공부야.” 큰소리로 말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다. 오히려 나에게 한심하다는 표정이다. “밥 먹고 교무실로 와!” 얼마 후 그 아이가 의기양양한 자세로 교무실로 들어왔다. “사생활이 무엇인지 모르니? 사생활이란 개인간의 사사로운 생활을 말하는 거야!” 대답이 없다. “급식지도와 사생활은 다른 거야. 젓가락질을 비롯한 식사의 바른 자세도 중요한 공부가 되는 거야.” 나는 영식이에게 완전히 이해를 시키지 못하였다. 시원한 대답도 듣지 못하였고 영식
2004-10-21 16:22지금까지 학생의 징계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에 의해 이루어져 왔지만 올해 7월30일부터는 학교폭력 관련 보호 및 선도 또는 징계·분쟁해결 등은 반드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르게 됐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많은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설치, 상담실설치, 학교폭력책임교사 선임, 학교폭력 예방교육 계획 등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선도위원회 등에서 징계하는 사례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법령이 정한대로 반드시 구성해야 하며 가해·피해 학생간의 폭력으로 인한 분쟁을 조정하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련된 사항과 학생회 대표 등의 요구사항을 심의하게 된다. 심의결과는 학교장이 조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위원회의 심의 없이 가해·피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부득이 분쟁조정기간 내에 가해·피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위원회의 긴급심의 안건으로 하여 이 건에 대해 결정한 후 조치해야 하며, 가해학생이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학교폭력의 문제가 아니므로 학칙에 정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등 전반업무를
2004-10-14 15:54초·중등교육법의 큰 줄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초·중등 교육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공립을 원칙으로 사립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사립학교는 통학구역을 정해 1학교 1통학 구역으로 만들었다. 이런 규정이 없었던 예전에는 학교는 지역범위 안에서 자유로 선택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학생과 어머니는 학교를 몇 군데 돌면서 “저기 교장 선생님은 좋으신 분 같다”, “저기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많다는 소문이 있다”는 식의 정보를 모아서 가고자하는 학교를 선택 결정했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따라 초등학교 중학교 학군은 지역교육장이 정하고, 고등학교 학군은 시·도 교육감이 정하여 1구역 1학교로 국한되었다. 어디어디에 살면 반드시 무슨 학교에 가야 되고, 어디 중학교에 다녀야 하도록 만든 것이다. 왜 이런 제도를 만들었을까. 통학구역을 한정하면 흔히 말하는 평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떤 학교로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만 모이거나 어떤 학교로 수학을 잘하는 아이만 모이는 일이 절대로 없다. 어느 학교든 간에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체육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산수를 잘하는 아이도 있고, 국어능력이 우수한 아이도 오는 것이다. 그런데 선
2004-10-14 15:53올 여름에는 유난히 태풍이 잦았다. 이틀 동안 쉼 없이 내린 비로 다른 곳에 비해 지대가 낮고 물 빠짐이 좋지 않은 교실 밖 공간은 물바다가 됐다. 옆문을 이용해 복도로 통행하면 비를 피할 수 있는데도 아이들은 굳이 우산을 쓰고 첨벙거리며 그곳으로 지나다녔다. 점심시간이 되자 3층에 있는 아이들까지 내려와서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물속을 뛰어다니며 좋아하는 것이었다. 신발이 물에 젖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장난기가 좀 심한 아이들은 바지와 셔츠까지 흠뻑 적신 채 물 속을 마구 뛰어 다녔다. 몇몇 아이들이면 비를 맞지 않도록 주의를 주겠는데 수십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환호성을 지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아수라장을 만들어놓으니 아예 말려 볼 엄두도 못 내고 창밖을 내다보고만 있었다. 더욱 말릴 수 없었던 까닭은 평소에 자연을 만끽하며 마음껏 뛰어 놀 수 없는 요즘 아이들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내가 자란 곳은 그다지 시골이 아니었지만 동네 옆으로 흐르는 개울이 있어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돌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엉덩이를 올려 놓을만한 돌을 찾아 개울물에 첨벙 발을 담그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개울가에서 갖가지 모양의 돌멩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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