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산업사회에서의 삶을 지배하는 기본원리는 ‘남보다 먼저’였다. 만원 버스를 타기 위해 ‘남보다 먼저’ 뛰어야 했고, 동료보다 앞선 승진을 위해서 ‘남보다 먼저’ 출근해야 했고, ‘남보다 먼저’ 부동산 투자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었다. 교장 앞에서 교사들은 무기력했고, 사장의 명령에 사원들은 말없이 복종했으며, 여성은 남성의 지배를 받았고, 부하는 상관의 명령에 절대복종했다. 심지어는 학교시험조차도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일방성의 횡포가 만연했다. 이처럼 근대 산업사회는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이어서 가정, 학교, 사회 등의 모든 조직에서 요구하는 보편적·총체적·일방향적·위계적인 질서에 순응해야 했다. 즉,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요구하는 표준화된 질서체제와 생산체제에 길들여짐으로써 사람의 인성까지도 표준화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근대 산업사회에서는 몰개성, 획일적 사고와 행동, 위계적인 권위구조에 대한 일방적인 복종, 자기통제 및 욕망의 억압 등이 미덕이었다. 그러나 정보사회에서는 일방적인 것들을 거부한다. 산업사회에서의 삶을 지배하는 대서사로 통용되었던 일방성을 거부한다. 그래서 정보화 시대, 즉 디지털 시대의 교육은 ‘남과 함께하는 협동성’과 ‘나만의…
2011-04-21 09:16수학여행은 단순한 여행의 개념에서 벗어나넓은 세상을 배운다는 교육 효과를 내포하고 있다. 자라나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견문과 지식의 함양은 물론이고 단체 행동을 통하여 질서와 도덕, 삶의 가치를 깨닫고 자기를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한마디로 지·덕·체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현장체험교육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수학여행을 학급단위로 실시하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침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청의 간섭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학여행을 어디로, 또 어떤 방식으로 가느냐 하는 문제는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소규모·테마형 수학여행’ 관련 지침을 통해 각 학급마다 수학여행 장소와 기간, 프로그램 등 여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 같은 교육청의 발상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학년 전체가 수학여행을 갈 때도 교통편, 숙소, 식당, 탐방 장소, 활동 프로그램 등 기획에서 사전답사와 예산처리에 이르기까지 수개월의 준비기간이 걸린다. 그런데 학급 단위로 수학여행을 갈 경우 담임 혼자서 이 모든 일을 한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수업 준비는…
2011-04-18 11:59교원의 전문성 제고와 교실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 1952년부터 시작된 한국교총 주최 전국현장교육연구 대회는 매년 1만 명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교원연구대회였다. 그동안 이 대회는 학교현장의 연구풍토를 조성하는데 기여를 했고, 현장교사들의 고민과 노력이 농축된 귀중한 연구물을 통해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학교교육의 질 개선에 이바지해 왔다. 그런데 지난 9일 광주교대에서 발표대회를 마친 제55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는 우리 교육계에 중요한 숙제를 남겼다. 교사들의 연구 풍토 조성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2006년에 1284편이던 본선 출품작이 올해는 354편으로 거의 1/4 수준으로 격감했고, 발표대회를 찾는 교사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주최한 교총관계자들의 평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교사들의 연구의욕을 감소시키는 정책에 있다. 그간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원의 수업능력 향상과 학교수업 개선을 주장하면서 실제 정책은 오히려 반대로 펴온 측면이 강하다. 승진규정 개정으로 연구점수에 대한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입상작품수도 줄여 교사들의 연구의욕을 떨어뜨렸다. 교사들의 연구풍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입상
2011-04-18 11:58과거에 학교에서는 엄한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다. 학습 지도는 물론 기본생활 습관 지키기에서도 잘못하면 따끔한 충고와 함께 벌을 받았다. 그뿐인가 학교는 엄한 징계가 있어 교칙을 어기면 정학 및 퇴학 등의 순서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 학교는 교칙을 엄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담배를 피우고 징계를 하려면 기호 식품이라고 대드는 학부모가 있다. 어떤 학부모들은 징계보다는 반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하라고 논점을 벗어난 제안을 한다. 왕따와 약한 학생에게 가한 폭력으로 인해 전학이나 퇴학 처분을 내리면 교육청부터 청와대까지 진정을 내며 문제화시키고 결국은 학교에 힘(?)을 과시한다. 이것이 극단적인 예이기도 하지만 학교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더 이상 학교의 아이들은 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90년대 이후 ‘교실 붕괴’란 말이 돌고 2000년대 와서 학교는 무질서의 온상이 되었다.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것은 기본이고, 교내 폭력, 집단 따돌림 등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을 나무라지 않는다. 나무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무라지 못하고 있다. 나무라면 대들고 심지어 폭행으로 되돌아온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비
2011-04-18 11:57최근 카이스트 학생과 교수의 잇따른 자살을 계기로 카이스트 학사 운영과 서남표 총장의 거취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그대들이 좌절을 겪는다고 해서 자살에 대한 유혹을 쉽게 느껴서는 곤란하다. 그대들은 젊음과 미래를 함께 가지고 있는 패기만만한 젊은이들이 아닌가. 그래서 ‘젊은 사자’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무슨 이유 때문에 자살에 관한 유혹을 이길 수 없단 말인가. 물론 그대들은 아파서 그런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얼마나 아프면 목숨을 끊을 마음이 들 것인가. 그러나 요즘 베스트셀러가 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보라. 아픈 것은 젊음의 특권이다. 또 아프다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의 표증이고 또 아프기 때문에 나을 수 있고 면역이 생긴다는 희망도 가능하다. 젊음은 도전과 어려움의 장이다. 젊음 앞에 항상 주홍색의 양탄자만 깔리는 것은 아니다. 살다 보면 ‘루저’도 되고 ‘실패자’도 되며 ‘낙오자’도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살을 택한다면, 아픔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
2011-04-18 11:55학교 공개의 날, 학부모 참관 수업을 했다. 수업시간이 아직 남았는데 어머니들께서 궁금하시다며 미리 들어오셨다. 긴장감도 풀 겸 모두 일어서서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로 투명인간 만들기 놀이를 했다. 머리, 어깨 노래 위에 “대가리, 어깨”라는 우렁찬 목소리가 노래를 압도했다. 모든 동작이 일순간 멈춰지고 냉한 정적이 흘렀다. 이 신성한 수업시간에 모든 학부형이 모인 자리에서 힘차고 우렁차게 울려 퍼진 거친 말 한마디, 모두 놀라서 모두 미영이(가명)를 쳐다봤다. 평상시 수업시간에 거친 말을 사용한 적이 없어서 더더욱 놀랬다. “미영아, 머리!” “대가리로 할래요.” 억양에 이미 잔뜩 고집이 뻗쳐 있어서 긴말 할수록 난감할 것 같아 얼른 머리, 어깨를 투명인간 시켰다. 아이들이 틀리지 않으려고 정신 집중한 탓에 머리, 어깨가 완벽하게 투명인간이 되었다. 수업 중 또다시 돌방상황이 발생했다. 갑자기 몸을 뒤로 젖힌 미영이의 다리가 책상 위에 턱 올라온 것이다. 아이들이 모두 미영이를 쳐다봤다. “미영아, 다리가 왜 책상 위로 올라왔을까?” “쥐났어요.” “야옹, 쥐가 사라지면 다리 내려놔.” 미영이의 행동과 상관없이 수업은 진행됐다. 평상시엔 잘 간섭하지…
2011-04-18 11:51‘스승의 그림자는 밟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지만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도 있다. 간혹 식당 같은 데서 학부모인 듯한 분들이, “야, 선생은 사람 아냐? 선생도 다 똑같은 겨!”라면서 선생을 속물의 계보에 포함시키는 소리를 듣는다. 선생이 도대체 어떻게들 살기에 그런 존경과 비하, 엇갈린 평가를 받는가. 정말 비도덕적인 함량 미달의 선생이 있다면 순도를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과감히 처방을 내려야 한다. 물론 불량 교사를 계량화해 파악한다는 건 무리가 있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솎아내야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둠벙을 흐리게 한다’는 속담처럼 일부 교사일지라도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부끄럽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학생을 위해 교무실의 희미한 형광등 밑에서 아이와 상담하는 교사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낡은 교무수첩엔 학생의 생일에서부터 장래희망, 성적과 고민에 대한 기록이 빼곡히 적혀 있어 자신의 일보다 아이들을 먼저 챙기는,묵묵히 사랑을 경작하며 사는 교사도 많다는 것이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이 있으면 모아놓고 늦은 시간까지 아무런 보수도 없이 가르침을 펴는 진정한 교사, 학생이 학교를 포기하려고 할 때 집에까지 찾아가 설득하고 가출하면
2011-04-18 11:45
사교육비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생계비 외에는 거의 대학입시훈련을 위해 자녀 교육비로 쓰고 있는 가정도 있는 요즘, 사교육비 경감실적 소식은 국민적인 뉴스감이다. 정부가 전력투구한 방과 후 학교교육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징후일 수도 있다. 방과후 학교교육은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는 교육문제해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만들기 충분하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 학원 교육 같은 것이었지만, 이런 사교육 기관의 입시훈련은 가계를 위협하는 위험수위에까지 올라와 사회문제로까지 번졌다. 방과후교육은 이런 현안교육문제에 대답을 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교육의 완성을 위해서는 흑묘백묘론적인 효과를 얻어내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전인적인 성장에 도움을 준다면 굳이 학교교육이니 사교육이니 하는 식의 엄격한 이분법적 잣대로 서로를 가를 이유가 없다. 방과후교육은 바로 학교교육의 약점인 사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처방이기에 흑묘백묘론적인 교육적 처방이다. 학교교육과 사교육 간의 융합으로 교육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켜주는 교육정책이 방과후교육이다, 물론 학교교육과 사교육의 융합이…
2011-04-07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