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웅크리게 했던 꽃샘추위도 봄기운에 한 풀 꺾이고 이제 완연한 봄이다. 교실 밖 창가로 차이코프스키의 뱃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어제는 과수원 길을 느린 걸음으로 산책했다. 밭고랑엔 온몸에 푸른 색소를 갈아입는 냉이들이 한창이다. 봄의 청명함 때문일까. 문득 대청소를 하고 싶어졌다. 나는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 시시콜콜한 것들을 버리기로 했다. 뭐가 아까워서인지 그동안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살아온 것들이 얼마 만큼인가! 때가 타고 낡은 문들은 새롭게 페인트칠 하고, 비가 새는 외벽을 손질하기로 했다. 페인트칠하는 분과 방수하는 분, 두 분을 모셨다. 방수하는 사람은 집의 외벽을 살피더니 이내 나가서 쓱싹 쓱싹 일을 시작했다. 둘 다 전문가여서 일하는 모습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 듬직한 모습에 나는 잠시 외출을 하고 다시 돌아왔다. 방수 기술자는 벌써 일을 끝냈는지 돌아간 뒤였다. 점심이나 대접하려고 서둘러 왔는데 아쉬웠다. 하지만 나는 이내 그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방수는 잘 해결했는지 모르지만 일을 한 흔적을 너무 흉하게 남겨놨다. 실리콘 나부랭이와 흙 묻은 발자국, 까만 방수액 등으로 외벽 언저리가 엉망이었다. ‘왜 마무리를 함부로 하고 갔을까’하는…
2012-03-29 13:23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룡의 해, 국운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던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420년, 그 후로 여섯 번째 흑룡의 해를 맞았다. 저마다 흑룡의 기운을 받아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출발한 임진년도 벌써 달력에서 두 장이 떨어져 나갔다. 역사(임진왜란)를 통하여 알 수 있듯이 흑룡의 해는 그만큼 기회이기도 하고 위기가 몰려오는 전환기로도 볼 수 있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교육계만큼은 흑룡의 기운은커녕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학교폭력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모 중학교 교사가 형사입건 된 이후, 학교와 교사를 고소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연초부터 학교폭력으로 언론이 들끓더니 급기에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뒤집어씌우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하기야 교사가 사회적 존경은커녕 개혁의 대상으로 몰린 지 오래니 그럴 만도 하다. 정년 감축, 교원평가제 도입, 성과급 차등 지원, 학생인권조레 제정에 이어 급기야 사법적 책임까지 묻겠다니 교직은 더 이상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사대나 교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급감하는 현상만 봐도 알 수 있다.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 기간제 교사로 채운
2012-03-26 11:54지금 교육현장이 커다란 혼란에 빠져있다. 가뜩이나 우리 교육이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있는데, 거기에다 평지풍파와 같은 혼란이 더해져 참으로 안타깝다. 특히 이번 교권조례를 둘러싼 혼란의 책임은 진보교육감들에 있다. 당초에 필요하지도 않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겠다고 밀어붙이더니 이번에는 교권조례를 만들겠다며 새로운 혼란과 갈등만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교육감들은 교육의 수장직을 맡자마자 마치 교육의 제일 시급한 현안이 학생인권이라도 되는 양 인권조례를 들고 나왔다. 교육전반을 책임진 교육감이라면 시대정신을 바로 보고 그 때 학교현장에서 시급하다고 느껴지는 인성교육방안을 내놓았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체벌금지와 같은 학생인권조례를 우선적 어젠다로 내놓았으니 앞뒤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뀌어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인권은 중요하다. 하지만 학교는 인권문제를 넘어 인성전반에 걸친 전인교육을 담당해야 할 곳이 아닌가. 권리못지 않게 의무와 책임의식을 불어 넣어주어야 할 곳이 또한 학교다. 그러다보니 “빗나가려는 아이들을 학교에서라도 잡아줘야 하지 않느냐”하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치게 됐다. 또 “교사가 지시라도 할라치면 막말도 서슴지 않
2012-03-22 18:03한국교육신문사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교직사회의 전반적인 여론은 현행 교육감 선출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응답 교원 56.3%가 교육관련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축소된 직선제를 바람직한 선거제도로 보고 있고, 현행 주민직선제에 유지 의견은 23.5%에 그쳤다. 교직사회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로 교육감 주민직선제에 대한 교원들의 선호도가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교육감 직선제 개선에 대한 교원들의 적극적 의지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국민들의 무관심, 과도한 선거비용, 출마자의 자질 검증 미흡, 당선 후 과도한 자기사람 심기 등으로 그동안 교육감 선출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과도한 선거비용은 합리적 교육철학과 교육계의 신뢰를 갖춘 인물이 교육감으로 출마하는데 가장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출마자의 자질 검증과 정책선거를 위한 제반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 또한 교육감 선출제도 개선의 주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개정 이전에는 교육감의 자격을 ‘학식과 덕망이 높은 자’로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직선제가 시행되
2012-03-22 18:01교사와 학생들이 폭력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데이비스시 몽고메리 초등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나눠준 ‘데이비스 통합 학구 지역교육청(Davis Joint Unified School District)’의 정책 자료에서 그 단서를 찾았다. 학생들이 이 지역교육청 학구 내에 입학을 하거나 전입한 경우 교육청은 학교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매뉴얼 형태의 책자를 배포한다. 이 책자는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안내하고 있는데 필자는 그중에서도 ‘학부모·보호자·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매뉴얼에 주목했다. 매뉴얼에는 초․중등학교에서의 ‘징계’에 관한 지침이 포함돼 있다. 이 지침에는 학생의 ‘교칙위반행위(offenses)’ 정도에 따라 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세세한 가이드라인이 소개돼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교실수업을 방해’할 경우, 해당 학생은 교칙위반행위 1단계로서 학생상담, 구두 또는 문서상의 공식적인 사과, 권리 제한, 휴식 중지, 부모 또는 보호자와의 면담 등과 같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학생이 계속해서 위반행위를 한다면 ‘권리 제한’이나 ‘휴식중지’ 기간이 길어지거나 ‘수업
2012-03-22 13:54한국교총 대학교수회(회장 이창준)가 공식 발족했다. 지난달 28일 연수회를 곁들여 출범한 대학교수회 창립으로 교총은 명실 공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교원단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게 됐다. 대한민국 교육 공동체를 대표하는 완전한 의미의 구심체가 된 것이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고등교육법상의 두 주체인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으로 관심 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간 교총 운영은 회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초중등 교원에 비중을 많이 뒀다. 대학을 외면한 것은 아니나 소홀히 취급해 온 게 사실이다. 대학교수회 회원 수가 전체 회원에 비해 소수인 사실이 이를 대변한다. 이 부분은 대학교수회 창립 이후 가장 큰 현안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학교수회 발족의 제일의(第一義)는 누가 뭐래도 우리 대학이 구조조정으로 집약되는 위기를 이겨내고 상생공존의 틀을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교육 선진국 수준에 맞먹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행태의 부작용으로부터 대학교원의 교권을 수호하는 일도 발족 취지라 할 수 있다. 두루 알다시피 대학교수회는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의 대학교육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2012-03-22 13:50새학기를 맞아 창의적 체험활동 기록 시스템, 에듀팟이 활성화 됐다. 그러나 이를 반기는 학생이나 교사는 그리 많지 않다. 아니, 단 한 명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모두 울상만 지을 뿐이다.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증대하는 나만의 보물단지라고 홍보하는 에듀팟이 학생은 물론 교사마저도 외면하고 있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에듀팟은 인터페이스가 복잡하다. 디자인에만 크게 신경을 썼지 실제로 사용하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복잡할 뿐이다. 최적화된 인터넷 환경을 접하던 신세대 청소년들이 에듀팟을 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또 에듀팟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는 공인인증서를 통해서만 접속이 가능한걸 보니 보안에 꽤나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보안시스템이 학생들의 에듀팟 접근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많은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해야 하다보니 이것저것 설치하다가 정작 에듀팟은 제대로 실행도 해보지 못하고 컴퓨터를 끈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학교장이 승인한 활동만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벗어나 학생이 자유롭게 활동을 찾아 참
2012-03-22 13:40
지난 14, 15일 미국에서 개최된 2012년 국제교직정상회담(2012 International Summit on the Teaching Profession)에 참석했다. 교사선발, 교원양성·연수, 교육복지, 평가 등에 대해 논의한 2011년의 1차 회의에 이어 2차 회의는 “21세기 교육환경을 위한 교사와 학교장 양성”이라는 대주제로 진행됐고, 3개의 세부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세부 주제는 학교장 역량 강화, 21세기의 교원양성, 교사 수급 조절이었다. 기조발표로 대주제 선정의 배경에 대한 OECD 교육담당관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고, 핀란드, 싱가폴 등 몇 국가에서 학교장 역량 강화와 교원양성 분야에서 우수한 통계치들을 보여주며 우수 성공사례를 짧게 발표한 후 자유토론이 시작됐다. 각국 교원단체 대표들은 토의 주제와 관련해 자국의 사례를 소개했을 뿐 아니라 각 교원단체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핀란드의 경우 학교장 뿐 아니라 교사들 전원이 석사학위 자격을 지니고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 항상 현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철학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었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정받은 결과 각급 학교 교사들은 사회적으로 최고
2012-03-22 13:34불과 2년 전 만해도 회장님과 저는 일면식도 없었습니다.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려고 노력하다보니 한국교육신문 편집국에서 논설위원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있었고 위촉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회장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그 자리는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님, 박효종 서울대 교수님 등 함께 논설위원으로 위촉된 분들도 함께 했습니다. 간단한 의식을 마치고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습니다. 조금은 어색한 자리이기도 했지만 회장님께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편안하게 해 주신 덕분에 참석한 분들 모두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담소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교총 사무국에서 근무하시는 분으로부터 전남 지역의 모 중학교 선생님께서 교권침해를 당했다는 보고를 접하고 교총의 모든 조직력을 동원해 해당 선생님을 도와드리라는 말씀을 듣고 참으로 든든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사실 제 차례가 되면 글을 쓰는 것 말고는 회장님을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지면(紙面)을 통해서 회장님의 활동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교육현장의 문제와 교권 수호를 위해 정부 당국자를 만나 설득하고 때로는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에서 항의 시위에…
2012-03-20 09:43서울대가 2013학년도 입시에서 전체 정원의 80%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하되 전원 입학사정관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홍익대도 미대 선발 인원의 실기시험을 축소하고 100% 입학사정관제로 뽑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포스텍(포항공대)과 카이스트는 이미 모집 정원의 100%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교대를 포함한 전국 10개 교대가 입학사정관 선발을 두 배 이상 늘린 12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교대는 모집정원을 입학사정관제로만 100% 선발하는 파격적인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먼저 도입한 광주교대와 부산교대는 전체 정원의 절반 가까이를 선발한 뒤 점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교대는 상위권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내신이나 수능점수가 월등한 경우에 한하여 지원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후 정량화된 점수보다는 진로를 미리 설정하고 교사가 되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한 학생이 입학하면서 교대내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활성화된 광주교대의 경우, 사정관전형 입학생들이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교사로서의 자질 중 하나인 사회
2012-03-15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