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재택근무다. 나에게 베란다 창고 정리 허락을 받는다. 이사 온 지 15년 만에 하는 것이다. 알고 보니 직장 생활하면서 옷이 늘어나 창고를 옷장으로 쓰겠다는 것. 창고에서 나온 짐, 거실에 놓으니 걱정이다. 저것 치울 곳이 마땅치 않다. 덩치가 큰 것이 클래식 레코드판, 카세트테이프, 앨범, 아내 연구보고서다. 이 중 재활용 가치가 있는 것이 클래식 LP레코드판이다. 초등교사 시절,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내가 모은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기에 가다로그를 준비해 한 장 한 장 모았다. 월급 타면 용돈을 아껴 애지중지 모은 것이다. 바흐,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파가니니, 베버, 로시니, 슈베르트, 베를리오즈, 스트라우스, 멘델스존, 쇼팽, 슈만, 리스트, 바그너, 베르디, 주페, 스메타나, 브람스, 무소르그스키, 생상, 비제, 브루흐, 차이코프스키 등 우리 귀에 익은 음악 대부분 소장하였다. 이것 처분하기로 하였다. 가능하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넘기고 싶었다. 아들이 인터넷에 올리니 장사하는 분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가격은 단돈 몇 만원이다. 본전 생각이 난다. 당시 구입가가 3천 원인데 이건 아니다 싶다. 차라리 지인에
2020-03-09 10:08오늘 소속 학교에서 정년을 마치고 퇴임하는 선배 교사를 온 교직원이 조촐한 식사와 함께 작별을 고하며 떠나보냈다. 시기적으로 전국적인 감염병 확산으로 취소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희망자에 한 해 참석을 알리고 참석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거행한 행사였다. 다행히도 참석자는 우려를 불식하고 상당수가 참여했다. ‘끝마침’이란 의미가 주는 인지상정인지도 모르겠다.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한 가운데 행사를 마쳤다. 교사의 정년퇴직은 말 그대로 만 62세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퇴임하는 것이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냉정한 세상은 수많은 평교사 중의 하나로 퇴임하는 것이 뭐 그리 큰 이슈가 되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또한 세속적인 기준으로 그리 큰 명예도 부도 권력도 아닌 평범한 직업인의 과정을 끝마쳤다는 것에 별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를 주저할 수도 있다. 왜냐면 세상의 관념은 성공자에 대한 기준이 높고 엄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명예퇴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교단을 등지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를 돌아보면 이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결과다. 특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요동치는 교단에서 하나의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끝까지 소임을 완수했다는 것
2020-02-28 12:551월의 마지막 날, 수원 청개구리 마을(서호초등학교 서관) 2층 교실에서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 있었다. 경기상상캠퍼스 포크댄스(약칭 상캠포) 동호회 정기모임에 수지 만현마을 롯데캐슬 포크댄스 강사와 회원이 방문, 연합 수업시간을 가진 것. 이 날 두 시간 동안 상캠포 회원은 새로운 포크댄스 7종을 땀 흘려 배우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기쁨의 함성이 연이어 나왔다. 상캠포 회원들은 오후 1시에 서호초교로 모였다. 원래 정기모임은 매주 금요일 오전인데 오늘 수업을 위해 시간을 변경한 것. 특강 강사의 직업이 관리소장이라 그 시간에 맞춘 것이다. 원래 정기모임 장소도 경기상상캠퍼스인데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청개구리 마을로 변경한 것이다. 회원들 얼마나 모였을까? 상캠포 13명, 롯데캐슬 5명, 두 곳 강사까지 합하면 20명이다. 교실이 꽉 찼다. 오늘의 특강 강사는 서병덕 관리소장. 여기서는 포크댄스 강사다. 그는 관리소장 경력 30년인데 포크댄스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달 크리스마스 이브날, 상캠포 이영관 강사(필자)는 수지 만현마을 롯데캐슬 열린도서관에서 포크댄스 4종을 지도한 적이 있다. ‘오클라호마 믹서’, ‘징글벨’, ‘푸른 별장’, ‘굿 나
2020-02-17 09:51오늘 아침,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다. 평소 뒷베란다에서 보이는 북쪽의 광교산, 앞베란다에서 보이는 서쪽의 칠보산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21 때문에 벌써 2주간 경기상상캠퍼스, 경로당, 복지관 휴강이다. 강사로서 달콤한 휴식이지만 기간이 길다. 몸이 근질근질하다. 역시 강사는 수강생들과 어울리며 땀흘려가며 ‘하하호호’ 웃을 때 행복하다. 오늘은 구청 주관 경로당 문화교실 강사 최종합격자 발표의 날. 면접시험 볼 때 대기장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합격자 발표날도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작년엔 자신 만만했는데 올해는 조금 자신감이 부족하다. 작년과 다른 점은 올해 경쟁률이 엄청 세다는 것. 작년엔 응시자 중 유일 남자였다. 올핸 남자도 여럿이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헤아리니 10명이 넘는다. 작년에 준비한 면접 예상질문과 답변 출력물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그리고 달달 외웠다. 아마 10여 차례 이상 보고 읽었다. 면접 심사 기준은 ‘당해 직무에 필요한 능력 및 적격성’이다. 본인 소개, 포크댄스의 장점, 지도상의 유의점 등을 준비하였다. 작년엔 첫 질문이 인생관이었다. 올해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다만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피교육자의 ‘피’자가 문제
2020-02-17 09:511학년 학부모님들이 많이들 걱정하시고, 입학전 부터 많이 들은 내용은 한글 부분이다.초등학교 교육과정은 1학년 국어시간에 한글 자음 모음을 배우고 익혀야 하지만,사실 많은 아이들이 배우고 온다.문제는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지 못하기에배우지 못하거나 한글을 잘 쓰지 못하는 학부모님들의 걱정이 크다.자녀에 대한 믿음이 낮기 보다는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이 배우고 왔기 때문에우리 아이가 늦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큰 것 같다. " ㅇㅇ은 유치원 때 부터 배웠는데, 우리 ㅁㅁ가 잘 할지 걱정이에요" " ㅁㅁ가 따로 한글을 배우지 않아서, 요새 1학년 아이들은 학교 입학 전부터 배우고 안다는데.." 학부모님들의 걱정은 모두 공감이 된다.나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가 또래 보다 뒤쳐지면 어쩌나..." / "친구 딸은 ㅇㅇ 이는 5살 때 ㅁㅁ을 했다는데 우리딸은..." 비교를 안해야지 하는데도 어쩔 수 없다.아마, 부모라면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그래도, 작년 1년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은아이들은 자란다는 것,느려도 온전히 자란다는 것이다. 2019년 3월, 우리반에는 몇 몇의 한글을 온전히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있었다.1학년 담임을 처음해본
2020-02-17 09:50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경험은 자기가 저 자신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몽테뉴 ▲ 그리움으로 남은 풍경, 운동장에서 썰매 타던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인생의 소중한 동반자 제2차 세계대전 때 어느 유대인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나치군 장교는 잔인하게도 매일 가스실로 보낸 사람들을 골라냈습니다. 유대인들은 모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청년이 우연히 유리 조각 하나를 줍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자신의 삶을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하던 그는 유리 조각으로 제멋대로 자란 수염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면도를 끝낸 그는 말쑥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또다시 가스실로 갈 사람을 뽑을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나치 장교는 유대인들을 살펴보다 청년에게 눈길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깔끔한 얼굴에 삶에 대한 의지로 반짝거리는 두 눈을 보자, 도저히 그를 끌고 갈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깔끔하게 면도한 청년은 제외되었습니다. 마침내 전쟁이 끝남으로써 청년은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외수의 『마음의 열쇠, 뼈』중에서 자기 자신을 소중한 동반자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줍니다. 극한 상
2020-01-12 00:33교직 은퇴 후 인생이모작으로 시작한 포크댄스 강사, 올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2017년 수원시평생학습관 단 한 곳이었던 것이 무려 9곳으로 늘어났다. 바쁠 때는 주당 13시간의 강행군을 하기도 했다. 주요활동 장소는 경기상상캠퍼스, 벌터문화마을, 경로당, 복지관, 일월공원 등이었다. 12월 정리와 감사, 반성의 달을 맞아 1년간의 활동을 정리해 본다. 포크댄스뿐 아니라 은퇴 후의 생활 전반을 분석해 보는 것이다. 다이어리에 기록을 생활화하고 있어 개인사 누가 기록이 된다. 이 중에서 유의미한 것 50여 개 중 10개를 정리해 보았다. 1. 영통구 경로당 문화교실 강사로 활동 영통구 경로당 문화교실 강사 공개 모집에 서류를 제출하고 서류합격을 거쳐 면접을 보았다. 이후 최종합격 통지를 받았다. 구청장과 강의 계약을 체결하고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 동안 경로당 세 곳을 나가 포크댄스를 지도했다. 또 수원문화재단의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받아 벌터문화마을과 경기상상캠퍼스 동호회를 지도하였다. 2. 국회 학교도서관정책토론회 패널로 참석 전직 국어과 교사 출신 교장으로서 학교도서관 발전에 노력한 것을 인정받았다. 국회의원 조응천과 한국학교사서협회가 주
2019-12-28 09:54인터넷의 힘은 얼마나 위대할까? 페이스북에 은퇴 후 포크댄스 재능기부 사진을 올리니 페북 친구 다수와 소통이 된다. 포크댄스 강사 홍보가 저절로 된다. 1980년대 중반 총각시절 남양주 ○○중학교 때 함께 근무한 교직선배가 안부를 전해 온다. 용인 수지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 아파트 포크댄스 동호회와 교류를 하잔다. 현재 선배님 직함은 그 아파트 열린도서관장. 그 아파트 관리소장이 포크댄스를 잘 추는데 매주 5회 주민들을 지도한다고 한다. 후배교장 중에 포크댄스 강사가 있다고 하니 만남을 주선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단다. 수업을 교류해 서로 도움을 주자는 제안이다.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포크댄스 재능기부하는 관리소장이라? 처음 들었다. 알고 보니 방송 출연 경력도 있다. KBS 황금연못에 출연한 것을 시청한 적이 있다. ‘실행이 답이다’를 실천하고 있는 리포터다. 좋은 일은 지체할 필요가 없다. 만남 일정이 정해지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 수지 롯데캐슬 아파트를 방문했다. 수원에서 출발하니 출근시간대라 그런지 국도로 1시간 정도 걸린다. 관리소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좀 있으니 선배교장도 합류했다. 교육선배가 포크댄스 두 명의 강사를 연결시킨 것이다.…
2019-12-28 09:39현재 내가 포크댄스를 지도하고 있는 곳은 네 곳. 경기상상캠퍼스(매주 금 2시간), 서호여자경로당(매주 월 1시간), 광교2차 e편한세상 경로당(매주 수 1시간), 무봉종합사회복지관(매주 수 1시간)이다. 올해 가장 많이 지도할 때는 경로당 5곳, 캠퍼스 1곳, 문화마을 1곳, 복지관 1곳 등 8곳이었다. 주당 지도시간을 합하니 13시간 정도였다. 강사는 같고 수강 대상자(60대∼80대)는 비슷한데 포크댄스 수준이 다 다르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날까? 그 원인은 무엇일까? 자문자답하여 보니 수강생 연령, 수강 기간, 수강생 건강과 체력상태(신체 연령), 수강생 전직경력, 수강생 의욕과 자신감, 도전정신, 수강생 댄스 감각, 수강생 성공과 실패 경험 등이 그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보았다. 오늘 ○○경로당, 세 개의 포크댄스 중 두 개는 성공적이다. ‘오클라호마 믹서’, ‘징글벨’은 복습 기회가 여러 차례여서인지 잘 끝냈다. 과거 미진했던 ‘오 스잔나’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동작구성을 보면 1열원에서 남녀 전진 후퇴 각1회, 도시도 2회, 그랜드체인 4회이다. 순서대로 지도하고 잘 안 되는 동작은 집중 반복한다. 그런데 반복한 부분동작은 잘 되는데 연…
2019-12-24 13:28세상에 이럴 수가? 포크댄스 유료 수강생을 모으다니? 포크댄스 강사, 수 십 년 경력이지만 수강생으로부터 수강료를 받은 적 없다. 은퇴 후 수원시평생학습관, 경기상상캠퍼스, 벌터문화마을, 영통구 경로당 문화교실. 무봉종합사회복지관, 서호여자경로당, 일월공원 등에서 수강료를 받은 적 없다. 다만, 경기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에서 사업계획서가 합격하거나 구청 지원금으로 수당을 받은 적은 있다. 대부분은 재능기부다. 그런데 2020년 1월 2일 수원 포크댄스 새 역사를 창조한다. 바로 광교 두산위브 노인복지주택(아주대학교 병원 인근)에서 포크댄스 교실을 연다. 그 곳 관리사무소 중등교원자격증 소지자 열정 복지사가 주민 중에서 자진하여 참가하고 수강료 월 1만원을 낼 수강생 18명을 확보했다. 이래서 강사로서 깜짝 놀라는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 동안 재능기부의 씨를 뿌린 것이 바탕이 되었다. 복지주택 함정은 복지사와 연결이 되고 뜻이 맞아 지난 10월 두 차례의 공개강좌를 가졌다. 포크댄스 회원들과 홍보물 나누어 주며 프로그램 거리 홍보도 하고 포크댄스 시연도 보였다. 공개강좌에는 어르신 3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 유년시절로 돌아가 초보 포크댄
2019-12-18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