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풍경] 세비야에서 그라나다까지
한겨울인 1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마주한 공기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햇살 아래 거리를 걷는 일이 즐거웠고, 겨울 여행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밝은 햇빛을 머금은 건물과 오렌지나무, 낯선 문양과 색채로 채워진 거리는 화사하면서도 이국적이었다. 그 아름다웠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정취를 함께 느껴보자. 세비야 _ 오렌지 향으로 가득 찬 안달루시아의 다채로움 세비야에 도착해 처음 마주한 것은 눈부신 햇살이 아니라 세찬 겨울비였다. 그런데 흐린 풍경 속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는 것이 있었다. 거리 곳곳에 줄지어 선 오렌지나무였다. 짙은 초록색 잎 사이로 주렁주렁 매달린 주황빛 열매는 흐린 하늘 아래에서 오히려 더욱 선명해 보였다. 이 낯설고도 화사한 풍경을 마주한 순간, 이것만으로도 세비야 여행은 이미 다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찬 비바람에 떨어진 오렌지 몇 알은 돌바닥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껍질이 터진 열매에서는 상큼하면서도 쌉싸래한 향이 퍼졌다. 비가 내리는 세비야의 좁은 골목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일도 즐거웠다. 화려한 관광지를 찾아다닌다기보다 비를 피해 처마 아래로 몸을 옮기고, 작은 상점과
- 김하늘 인천 온라인고등학교 교사
- 2026-09-08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