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경찰서입니다. 한번 나오시죠”
“김기홍 선생님 맞으시죠? 여기 T 경찰서입니다. 학부모가 아동폭행과 상해로 고소를 했어요. 서에 한 번 나오셔야 하는데….” 2017년, 나는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며 경찰에 고소하고, 교육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일을 겪었다. H 부모님께서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협박한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담담할 줄 알았지만, 이 과정이 마무리되는 1년여 기간 동안 답답함·자책·분노·두려움 등의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혹시 잘못되어 교사를 못할 수 있다는 실존적 위협에 처했었다. 이는 주변 동료교사들까지도 교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은 타인에게 드러내기 힘든 치부로 여겨져 감춰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박사과정에 있던 나에게 지도교수님은 개인적인 일로 보이는 이 사건을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해 보길 권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에 대한 성찰적 글쓰기와 학문 공동체에서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의 논의를 통해, 이러한 일이 운이 나쁜 누군가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육체제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다. 연구
- 김기홍 충남 옥동초등학교 교사
- 2025-12-0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