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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직생활 디자인] 교직을 떠나는 사람들

#.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 네트워크가 발표한 ‘초·중·고 교사들의 교직 이탈 의도와 명예퇴직자 증감 추이’ 교육통계보고서에 따르면, 명예퇴직 규모가 최근 16년 사이 7.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나타났다. 특히 초등 교사 명예퇴직자 수는 2018년부터 정년퇴직자 수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퇴직한 근속연수 5년 미만의 전국 국·공립 초·중·고 퇴직 교원은 589명이었다. 2021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303명이 퇴직한 것에 비하면 94.4%가 늘어났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311명, 중학교 176명, 고등학교 102명이었다.

 

제 주변이 그야말로 들썩들썩합니다. 하루가 멀다고 추락하는 교권의 현실 속에서 자신의 교육철학을 지켜내며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큽니다. 교사라는 직업은 월급은 적어도 교육에 대한 자부심과 교육자를 향한 존경심으로 치유 받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부심도 존경심도 무너져 버렸습니다.

 

무고로 신고당하면 회복 어려워

 

선생님은 어떠세요?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교육을 펼치고 계시나요? 고백하자면, 저는 초임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움츠러든 것 같습니다. 언제 녹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남겨서 지도했다가 받게 될 민원전화 등. 그 어떤 것도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합니다.

 

실제로 얼마 전 방영된 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학대라는 미명 아래 교사 학대가 심각한 상황임이 드러났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닌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모든 과정이 진행되니, 무고하게 신고당하더라도 명예 회복이 어렵습니다. 자긍심과 명예를 잃은 교사가 다시 교단에 서기 힘든 구조입니다.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를 경험한 교사의 비율이 70%를 넘어서고, 교사 4명 중 1명이 정신과 상담 및 치료를 받은 적 있다고 조사됐다고 하니, ‘이럴 바에야 떠나자’라고 생각하는 교사가 늘어나는 것이죠.

 

실제로 주변의 많은 교사 사이에서 교사가 특별난 것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보수 역시 개인 과외를 하거나 학원 강사가 더 많이 받는 현실도 교단을 떠나도록 부추깁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한 선생님들 가운데 의원면직을 한 분들이 꽤 많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일구었거나 교직 말고 다른 일을 찾은 경우에는 미련 없이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한 분들도 정글 같은 사회에서 자리잡는 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저처럼 남겨진 자들에게 더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사회의 관심과 제도 정비 절실

 

얼마 전, “내가 능력이 없으니까 이렇게 앉아서 시키는 거 하고 있지”라고 말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능력이 없는 사람들만 교직에 남아있는 걸까요? 우리는 왜 여기 남은 걸까요? 무엇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교육하기 위해서 굳건히 자리를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앞서 언급한 교사로서의 만족감과 사명감이 없으면 참으로 버티기 힘든 요즘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총이 실현한 ‘생활지도법’ 통과 소식이 반가울 따름입니다. 교사만을 위한 법이 아닌 교육을 교육답게 할 수 있는 권리,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이 생활지도법이 추락한 교권을 바로 세우고 교사의 자존감에 큰 힘이 되어주길 희망합니다.

 

우리 사회의 관심도 필요합니다. ‘교사들이 도대체 왜 떠나지?’로 그치지 말고, 교사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고, 보수체계 및 (외부) 강의료 등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합니다. 사명감이라는 말로 교사들의 희생을 요구하지 말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하는 것이 정당하니까요.

 

심리적으로 지쳐있는 교사들을 위한 제도도 더욱 촘촘히 마련돼야 합니다. 심리상담, 전문성 강화 연수 등을 지원해 힘든 시기를 버티고 이겨낼 힘을 보태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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