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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왜 나이가 들어가면서 공부가 점점 어려워질까?

어른의 뇌도 성장할 수 있다

"나도 너처럼 20대 때는 한 번 보면 다 외우고, 한 번 들으면 다 이해했어. 너도 나이 먹어봐라."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책을 봐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한 번 쯤은 들어보시고, 어쩌면 한 번 쯤은 해보셨던 이야기 아닌가요? 저도 동생이나 후배들을 만나면 장난으로 했던 말들입니다. 마치 진리인 것처럼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공부는 젊었을 때 하는 것이고 늙어서는 노화가 진행되서 성장하기 어렵다."

 

정말 그럴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우리 뇌는 변하고 성장합니다. 뇌에는 '가소성'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소성이란 뇌의 기능이나 구조가 환경이나 경험에 의해 변화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여기서 가소성은 기능적 가소성과 구조적 가소성으로 나뉩니다. 기능적 가소성은 뇌의 특정 부문이 원래의 기능이 아닌 다른 기능을 수행하도록 변하는 것을 말하며 구조적 가소성은 외부 환경에 의해 뇌의 일정 구역이 두꺼워지거나 얇아지는 등 구조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구조적 가소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뇌에 연결된 신경과 시냅스들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기도 합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 사이에 있는 연결 부위로 여기를 통해 각종 정보가 오고 갑니다. 이런 시냅스가 생성과 소멸을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우리 뇌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뜻입니다.

 

시냅스가 소멸되는 예는 어린아이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2살배기 아기는 100조개가 넘는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성인 시냅스 양의 두 배에 해당합니다. 어떤 시냅스들이 살아남을까요? 바로 자주 쓰여서 연결이 강화되는 시냅스들이 살아남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영어의 L과 R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주 인식되지 않는 소리에 대한 민감함이 서양권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떨어지기도 합니다. L과 R 소리를 구분하는 경험이 자주 없으니 그것을 구분하는 시냅스가 강화되지 못한 것이죠. 잘 안쓰이는 시냅스는 이렇게 '가지치기' 됩니다.

 

이와 반대로 시냅스는 생성되어 강화되기도 합니다. 2000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길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런던의 택시기사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해마와 기억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크게 발달하였습니다. 런던지식(knowledg of London)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4년 동안 훈련을 받고 학습을 한 택시기사들은 복잡한 길을 외워야 했기에 기억에 관련된 뇌 부위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 덕분에 해당 부분의 시냅스가 계속 강화됐던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경력이 오래된 런던 택시기사일수록 해마의 변화가 더 크다는 것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자주 사용하지 않는 뇌 부위는 약화되고 자주 사용하는 부위는 발달되어 두꺼워지며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뇌를 우리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운전과 같이 반복적이고 항상 해왔던 일에만 사용하지는 않았나요? 이제는 우리 뇌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해보시면 어떨까요? 가장 좋은 방법이 학습과 운동입니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 "다 늙어서 뭘 더 하겠느냐"라고 말씀들 하시지만, 이것은 거짓말 입니다.

 

US 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은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뉴로레이서'라는 이름의 3차원 레이싱 게임을 4주간, 점차 난이도를 높여가며 연습시켰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피험자들이 4주 전에 비해 멀티태스킹 능력, 단기기억 능력, 집중력 유지능력 등 다양한 능력이 4주 전에 비해 향상되었고 이 연구는 2013년 권위있는 과학잡지인 '네이처'를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팀 주도의 한 연구에서는 하루 30분씩 매일 3차원 슈퍼마리오 어드벤쳐 게임을 한 20~30대 일반 성인이 2달 후에 공간 지각, 기억, 운동 능력 등 담당하는 해마나 배외측전전두피질, 소뇌 등의 피질 두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3차원 게임을 통해서 새로운 자극을 지속적으로 뇌에 가하고 안 쓰던 뇌 부위를 사용하니 뇌가 변하면서 능력이 발전된 것입니다.

 

특히, 독서가 정말 좋은 학습법입니다. 독서는 두정엽, 측두엽 등 거의 전체적인 뇌에 자극을 주어 발전시킵니다. 또 나에게 영감과 깨달음을 주는 좋은 글을 계속 곱씹으며 생각하는 것은 독서를 통해 연결된 시냅스를 지속적으로 강화시킵니다.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죠. 뇌가 변하니 당연히 내 생각과 행동마저 변화할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아서였을까요? 윈스턴처칠은 유명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정말 틀린 게 하나 없는 명언입니다.

 

학습과 더불어 뇌 발달에 좋은 것은 운동입니다. 운동을 하면 뇌신경 연결이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던 60세 이상 노인들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자 인지능력이 향상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이 성인 뇌의 백질과 회백질 부피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백질은 신경세포의 축삭이 지나는 곳인데 축삭은 우리 대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회백질은 뇌 신경세포로 구성된 조직으로 회백질량이 줄어들면 인지기능이 줄어듭니다. 즉, 대뇌에서 원활한 정보 전달 및 인지기능 활성화에 운동이 매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과 더불어 근력운동을 병행하시면 뇌 활성화에 매우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10살이든 100살이든 나이는 우리의 내적 성장에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뇌는 사용하지 않는 부위는 퇴화시키고 자주 사용하는 부위는 강화시키며 매순간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 됩니다. '이렇게 그냥 사는 거지, 뭔 성장이고 발전이야!'라는 생각이 아직도 드시나요? 그렇다면 가볍게, 정말 부담없이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책 한 권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오고 가는 길에 가볍게 산책까지 나에게 선물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학습과 운동으로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하루 되시길 바래봅니다.

 

* 이 칼럼의 마크 E. 윌리엄스의 '늙어감의 기술', 한소원 '변화하는 뇌', 박수원 '뇌 가소성에 대한 이해와 교육적 시사점', 데이비드 스노든 '우아한 노년', 임창환 '나이들어서도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방법'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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