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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학이 100년 만의 위기?

 

학령인구 감소가 불러온 위기 
최근 몇 달 동안 교육대학교의 위기를 다루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수시 입시가 끝나고 나서는 ‘교대 1차 합격한 수능 9등급…초등교사 인기는 옛말?’과 같은 기사가, 정시 입시 후에는 ‘교육대학 정시모집…13곳 중 11곳 사실상 미달’과 같은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이러한 언론보도는 현재 직면한 위기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책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조회수 경쟁을 하는 언론환경으로 인해서 많은 기사가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과장된 보도를 하여 보도의 원래 취지와 관계없이 구성원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향후 입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위험성을 초래하였다. 

 

‘사실상 미달’이라는 제목을 뽑은 수십 편의 보도내용이 대표적이다. 교육대학교는 원래 정시 경쟁률이 크게 높지 않았다. 초등교사를 희망하는, 강한 의지를 지닌 수험생들만 소신 지원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정시 경쟁률이 모두 3 대 1 이하였지만, 한 번도 실제 미달사태가 발생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 언론이 이 점을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사실상 미달’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글머리에 이 점을 언급하는 것은 초등교원 양성대학이 위기가 아니라고 항변하려는 것이 아니다. 질 높은 교사양성교육의 중요성을 진지한 관심으로, 더 나은 양성체제를 만드는 생산적 계기로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교대·초등교육과의 경쟁률 저하를 교직의 인기 하락으로 바로 연결하거나, 혹은 문제의 해법을 종합대학교에 흡수 통합하는 것에서 찾으려는 보도는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헌법」이 보장한 초등교원 양성
교육대학교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촉발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임용 경쟁률 저하 등 초등교원수급과 관련된 위기가 100년 만의 위기라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안정적으로 예비 교원양성과 수급 관리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공급 부족으로 임시교원양성소를 운영했던 초기를 제외하고, 오랫동안 초등교원 양성의 수요와 공급은 일정한 범위에서 잘 관리되었다. 많게는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중등교원 양성과 비교하면 이 점은 극명하다. 교원수급 관점에서 보면 중등교원 양성체제는 저출산 현상이 생기기 오래전부터 이미 만성적 위기상태였다. 과잉공급이 워낙 구조화되어 있어서 개선도 쉽지 않고 심지어 위기로 인식조차 되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수급 관리 실패로 중등교원 양성체제는 21세기에 필요한 양질의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 쉽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비해 초등교원 양성대학들은 우수한 고등학교 졸업자를 유치하여 안정적으로 교사를 길러내는 목적형 양성체제를 유지·발전시켜 왔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초등교원과 중등교원 양성체제는 왜 다른 길을 걸어왔을까? 초등교원 양성이 비교적 단일한 목적형 체제를 유지해 온 연원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중요한 이유가 건국 이후 현재까지 초등교육의 헌법상 지위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제헌헌법」을 보면 제16조에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초등교육이 무상의무교육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모든 국민의 균등하게 교육받을 기본권과 관련짓고 있다. 이것은 현행 「헌법」에도 계승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제31조 1항에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2항에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서도 초등교육은 헌법상의 유일한 의무교육이다. 다른 학교급의 교육은 법률에 따라서 의무교육의 지위를 얻게 되어 있다.

 

초등교육은 헌법상 의무교육이었기 때문에 국가가 공적 책임을 지고 관리해왔다. 당연히 초등교원 양성도 그 연장선에서 국가의 강한 공적 책무성 하에 관리되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어렵고 성가신 일이지만, 초등교원 양성대학을 목적형으로 유지하고 양성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국가 관리형 양성체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핀란드·싱가포르 등 공교육 개혁을 선도하는 우수한 나라들은 대부분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통일된 교사 전문성 기준을 정하고 정원뿐 아니라 교원양성의 질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교육의 지방분권 전통이 강한 미국의 학자도 “미국은 중앙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교사의 질을 관리하지 않는 비전형적(atypica)l 사례”라고 언급하고 있다. 
  
현장 연구능력을 지닌 석사 수준 교원양성의 필요성 
100년 만의 위기를 맞은 교육대학교의 개혁 방향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먼저 기본적인 원칙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도 무시할 수 없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조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조치가 질 높은 교원양성이라는 본질적인 목적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하여 전국교원양성대학교 총장협의회는 지난 1월 18일 역사상 처음으로 교수총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초등교원 양성대학 특화모델인 ‘학-석 연계 5년제’와 ‘6년제’ 안을 바람직한 개혁방안으로 제안하였다. 이 안은 이주호 교육부장관의 소위 ‘교전원’ 방안에 대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응답의 성격을 지닌다. 이주호 장관은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좋은 모델을 찾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장협의회는 학부를 없애고 대학원에서 교사를 양성하는 방안은 초등교원 양성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음을 주장하였다. 전 과목을 담당하는 초등교원의 특성상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전문대학원에서 2년을 수학하는 4+2 체제로는 필요한 교육과정을 다 수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현재 청주교육대학교는 총 135학점 중 85학점(교육실습 4학점)이 교육학 관련 과목이다. 여기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교육실습을 하는 해외 우수사례를 반영한다면 최소 3년의 대학원 과정이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인 모델이 아니다. ‘학부 4년+대학원 1~2년’이 초등교원 양성의 가능한 대안 모델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학부 없는 교전원’안이든, 총장협의회의 ‘학-석사 연계 5~6년제(안)’이든 여론의 큰 지지를 얻지는 못한 것 같다. 몇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교육부가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개혁을 급하게 진행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이전의 개혁 시도가 여러 번 좌절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다 지나갈 것이라는 냉소주의도 존재한다. 교대 재학생들의 경우, 시범 시행 시에 해당 학생들에게는 임용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에 대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점에 더하여 필자는 학부 4년이면 교원자격을 얻는 데 충분하며, 수학 기간 연장을 통한 석사 수준의 양성체제 변화는 불필요하다는 사회적 통념이 개혁의 가장 큰 장벽으로 보인다. 이는 일반 시민뿐 아니라 교사들도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 교사의 역할과 전문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눈높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초등교원 양성대학은 1960년대 초에 2년제 대학, 1980년대 초에 4년제 대학으로 승격되었다. 그런데 핀란드는 이미 1970년대 말부터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서 석사 수준의 교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핀란드는 그 후 40년 동안 꾸준한 개혁을 통해서 높은 수준의 교사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공교육 성공모델을 만들었다. 미국의 국립연구소에서 간행된 저서는 현재 교육양성의 세계적 추세를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핀란드는 1978~1979년까지 석사학위 과정을 설치하여 수십 년 전부터 교육개혁 노력을 시작했다. 당시 세계의 많은 다른 나라는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모든 교사에게 학사학위를 요구하지 않았는데, 핀란드는 모든 교사에게 석사학위를 요구했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많은 선도적 국가들은 이제 이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 전환에는 19세기 산업화시대 공장모델에 기반하여 설계되었던 공교육제도를 위해 마련된 교원양성시스템에서 21세기의 연구능력을 지닌 전문가 양성 모델로 바뀌어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4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교원양성체제를 전문적 연구능력을 지닌 석사 수준으로 승격할 필요가 있다. 개혁 시도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이 아닐까 한다. 

 

교원양성체제 개편 논의가 성공적 열매를 맺으려면  
오랜만에 논의가 시작된 교원양성체제 개편이 이해집단의 기득권을 넘고 여론의 지지를 얻어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교원양성체제 개편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것이 첫 출발이다. 캐나다의 교육학자 키천과 페트라르카는 세계의 교사교육을 이론지향·성찰지향·실천지향으로 나누고, 세 가지 모두를 균형 있게 교육하는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핀란드를 예시한 바가 있다. 문화적 힘과 국격을 고려할 때 한국의 교사교육도 개혁에 성공해서 세계를 선도하는 모범사례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 공교육이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모든 학생이 최대로 성장하도록 교육할 뿐 아니라 우리 교사 문화와 교사 전문성이 세계의 본보기가 되는 담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둘째, 일관된 방향을 지닌 점진적인 개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비전을 구체화하는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 로드맵이 있어야 하며, 광범위한 소통을 통한 합의와 갈등관리도 필요하다. 그리고 제도가 정착되려면 국회 입법을 통한 안정적인 제도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여야는 당리당략을 넘어서서 초당적인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정원 관리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정원 관리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으나, 우수한 교원양성체제 유지를 위해 정원 관리는 본질적으로 중요한 수단이다. 예컨대 법학전문대학원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원인을 한 가지만 뽑으라면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원래 의도했던 정원 설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 교사교육 개혁의 성공사례 중 하나인 웨스트버지니아 주립대학의 경우 의대 모델을 적용한 5년제 석사과정으로 양성체제를 개편하면서 개혁 초기에 250명의 입학생 수를 120명으로 줄여서 운영하였다. 매우 어려운 이 결정은 양보다 교사양성의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학령인구 감소의 시대에 우리 정부도 기존의 정책에서 탈피하여 교사양성의 질과 수월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정원 관리정책과 재정적 지원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 임용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우수한 인력이 초등교원을 희망하는 현재의 장점을 살리면서 필요한 개혁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다. 이런 모든 개혁이 성공을 거두어 우리 공교육이 21세기 환경에 맞는 새로운 모델로 거듭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사례가 되기를 뜨겁게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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