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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직생활 디자인] 일도 육아도 잘하고 싶은 워킹맘에게

“그 집 며느리가 초등 교사라며? 일찍 퇴근하지, 방학 있지. 교육에 종사하니까 애들은 오죽 잘 키워~!”

 

오랜 기간 지켜온 신붓감 1위 초등 여교사. 애들도 잘 키울 거고 전문직 남편 뒷바라지도 잘 할 거라는 기대. 어떠신가요. 저는 때로는 버거운데 말이지요. 일과 가정 사이에서 수없이 고민하며 나의 자아실현과 가정의 행복 속에서 뒤뚱뒤뚱 균형을 잡느라 힘들거든요.

 

‘육아휴직 쓰면 되잖아’라는 말에 마음 편히 아이 한 명당 3년씩 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평생 쉴 수 없으니 언젠가는 복직해야 할 텐데 쓸 수 있는 범위에서 휴가와 휴직을 최대한 활용한 후 복직하는 그 시기는 누구나 참 힘들거든요.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도망치듯 학교로 향하는 그 발걸음에는 “내가 내 애도 못 챙기면서, 지금 다른 애들을 챙기러 가는 건가?”라는 수많은 의문과 고민이 겹칩니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잡기

 

최근 젊은 부부들은 번갈아 육아휴직을 쓰기도 하고 육아시간을 쓰며 육아를 함께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라떼’ 같지만, 예전 선배님들은 딱 한 달 쉬고 나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저 역시 학교에 피해 주지 않겠다며 휴일에 결혼하고 단기방학 맞춰 신혼여행을 가고 아이도 방학 맞춰 낳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일인지 알게 됐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너무나 큰 용기가 필요하고 너무나 큰 인내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요. 첫째, 우선순위를 정하는 거예요. 내 인생의 우선순위 말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인생을 5년 단위로 나누어봅니다. 저의 경우는 발령받고 5년간은 정말 열심히 일하고 배웠습니다. 학교 업무, 연수, 교육지원청 업무를 열심히 하면서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던 시기였지요. 그리고 마음껏 제 삶을 즐기는, 인생에서 가장 꽃핀 시기를 보냈습니다. 여행도, 배움도, 학교 안에서 온전히 누렸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40살까지, 5년은 큰아이, 또 5년은 작은 아이가 최우선이었습니다. 그다음이 일이었지요. 결혼 후 10년은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키워내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자아실현도, 경제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양보했지요. 최우선 과제를 위해 손해 보는 부분도 있겠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가장 잘한 일이 될 거라 믿었습니다. 주어진 일들을 구멍 없이 열심히 하면서도 가정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엄마니까요. 둘째 아이가 크면서 자아실현의 욕구를 다시 충족해내고 있습니다. 우선순위에 변동이 생긴 것이죠.

 

둘째, 도움이 필요합니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애 키울래, 일할래? 하면 일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일하면서 애도 키워내야 하니 그 힘듦이 오죽할까 싶습니다. 엄마 직업이 교사라고 하면 그 자체로 엄마들 모임에 끼기 어렵다는 분도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움받을 곳을 만들어둬야 합니다.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 아니면 친척, 돌봄교실. 태권도장, 블록방, 그것도 안 되면 애들 친구 엄마라도 사귀어 두세요. 급할 때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한, 두 군데는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길 때 뛰어가지 못하는 죄책감으로 버티기가 힘들어질 수 있거든요.

 

셋째, 닮고 싶은 멘토를 찾으세요. 주변에 분명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면서도 균형을 맞춰가며 살아가는 멋진 멘토들이 있을 거예요. 선배 교사 중에 말이지요. 주변의 또래들과 경쟁하듯 아이를 키워내지 마시고 나보다 10년 정도, 최소한 5년 정도는 앞서서 아이들을 키워내신 분들의 지혜를 담아보세요. 나와 비슷한 시기에 가졌던 고민과 그걸 이겨냈던 방법들을 듣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의 우선순위 먼저 정해야

 

저 역시 워킹맘으로서 수많은 고민과 함께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더라고요. 학교에서도 자리 잡으며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도 가정도 놓치고 싶지 않은 워킹맘!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닮고픈 멘토를 만드는 것. 이 3가지를 잘 지키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덜 흔들릴 수 있을 거예요. 우리나라의 모든 엄마 교사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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