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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감일기] 화장실에서 스쿼트를!

하루에 몇 시간이나 교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지 계산해보았다. 8시간 근무 중에 점심 먹는 시간 30분, 화장실 가는 시간 30분을 합해서 한 시간 정도를 빼고는 대부분 책상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아마 다른 교감선생님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올라온 공문을 검토하고 확인하고 결재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허리가 아파오고 목이 뻐근해지면 ‘아차, 벌써 두 시간이 지났구나’ 하게 된다. 뒤늦게라도 이때 일어나서 허리도 풀어주고 어깨도 돌리면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전화가 걸려오거나 행정실에서 교감을 찾으면 다시 일 모드로 돌아간다.

 

점심 먹을 때쯤이나 되어서야 잠깐 일에서 벗어나 주위를 돌아본다. 점심 먹고 남은 시간에 쉬면 좋겠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생각하면 다시 컴퓨터 앞으로 가게 된다. 오후라고 해서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전보다 바빴으면 바빴지 한가하지는 않다. 선생님들도 수업을 마치고 오후부터 각자 맡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오후 3시부터 퇴근까지는 결재로 올라오는 공문이 많게는 30건이 넘을 때도 있다. 에휴.

 

교감 생활을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이러다가 병 날 수 있겠다 싶다. 어떻게든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욕을 불태운다. 신규로 발령받아서 온 교감이 퀭하고 비실비실해 보이면 안 될 테니까. 교무실 안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보았다. 맞다, 스쿼트!

 

스쿼트는 특별한 공간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한 시간마다 스쿼트를 10회씩 3세트만 해보자. 그러면 기분 전환도 되고 장기적으로도 건강에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스쿼트라는 것이 엉덩이를 쭉 빼고 볼일 보는 자세로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해야 해서 교무실 안에서 했다가는 다른 직원들이 보기 영 민망할 것 같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면 된다. 내가 생각해낸 장소는 화장실이다. 학교라는 곳이 학생들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보니 일과 중에 빈 공간을 찾기 어렵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을 찾기는 더 어렵다.

 

교무실과 가깝고 아무나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 칸이 스쿼트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장소를 찾았으니 이제 실천이다! 단, 문제점이 있다. 우선 냄새가 썩 좋지 않다. 특히 누군가가 큰 일을 보고 난 직후라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다행히도 나는 천성적으로 후각이 둔하니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양복바지가 너무 타이트해서 자세를 잡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감이다 보니 옷을 아주 편하게 입을 수 없다. 학교를 찾는 외부인도 있고 간혹 교육청 관계자도 오는데 교감이 편한 차림으로 맞이하면 당혹스럽지 않겠나. 그래서 출근할 때면 늘 정장 차림을 갖춰 입고 나온다. 그런 복장으로 스쿼트를 하려니 정말 조심스럽다. 잘못하다간 엉덩이가 찢어질 수도 있고 무릎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것만 조심하면 화장실 안에서 충분히 스쿼트를 할 수 있다.

 

참고로 내가 화장실에서 스쿼트를 한다는 것은 비밀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교직원들이 경악할 테니까. ‘참, 취향이 독특한 사람이네’ 하며 이상하게 쳐다볼 수 있다. 그래도 교감 업무를 무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슬기로운 교감 생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이창수 저 『교사여서 다행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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