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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듣는 수업? 소규모학교는 ‘지못미’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포용과 성장의 고교 교육 구현을 목표로 하는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학점제 교육과정은 2025년 입학생부터 적용될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고등학교에 적용되면 학교는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 학교에서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이 증가할 것이다. 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선택과목이 존재했다. 하지만 다수의 학교가 제2외국어·사회·과학 등 일부 교과 내에서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에서는 교과 구분 없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일까.

 

고교학점제에서 학생들은 과목 선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목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기존에는 과목당 별도의 이수기준이 없었다. 학생들은 학년 수업일수의 2/3 이상을 출석하면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점제 체제에서는 과목별 출석률과 학업성취수준을 바탕으로 이수기준이 설정되고, 이수기준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그리고 취득 학점 192학점 이상이 되어야 졸업할 수 있게 된다.

 

고교학점제에서는 성적 산출방식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상대평가에 의한 석차등급을 산출하는 평가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동일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 간에 성적 경쟁을 유발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의한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학점제에서는 성취평가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선택과목에 대한 석차등급을 산출하지 않는다. 학생 개인의 성취수준을 절대 기준에 의해 평가하여 성취도를 부여하게 된다.

 

실질적 진로교육 확대 필요

이러한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이 학교에서 잘 적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진로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면 진로·적성에 대한 탐색이 강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학업 설계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학업 설계는 과목 선택을 통해서 구체화될 것이다.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진로교육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바탕으로 한 과목 선택 지도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지도할 수 있는 인력의 확보가 시급하다. 학교마다 1명씩 배치되어 있는 진로진학전문상담교사만이 아니라 학생수를 기준으로 하여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교사가 학교마다 수명씩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과목을 고르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전면 개방형 교육과정이 필수적이다. 대도시에 있는 학교들은 대부분의 보통교과 담당교사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들은 상황이 다르다. 학교에 특정 교과의 과목교사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하게 강사 채용을 위한 예산 지원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부 학교는 강사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많다. 교육청에서는 강사 채용을 위한 예산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학교가 원하는 과목의 교사나 강사를 파견해 주는 방식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학생들이 골라듣는 수업이라고 하지만 자칫 소규모학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대입 제도의 변화 역시 중요하다. 일반고의 교육목표에서 상급학교 진학은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정부는 선택과목에 대해서는 기존의 상대평가에 의한 평가 대신에 절대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매우 다행스러운 선택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위 16개 대학이 수능 위주 전형 40% 이상을 요구하는 정시 확대를 내세우는 대입 제도는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 선택에 대한 욕구를 방해한다. 학생들은 수능에 유리한 과목을 중심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질과 적성에 따른 다양한 과목 선택을 강조하는 학점제 교육과정과 전국의 모든 수험생을 대상으로 객관식 지필고사를 통한 상대평가를 실시하는 수능 중심의 대입제도는 서로 모순일 뿐이다. 수능 중심의 대입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학점제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수 희소교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학생·학부모·교사·국민들을 대상으로 학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하여 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학점제가 실시되면 학생들은 자유로운 과목 선택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해당 과목에서 정하는 일정한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해당 과목을 미이수하게 된다. 물론 학교는 학생들의 미이수를 예방하기 위하여 수업의 질, 평가의 타당성, 미이수 예방을 위한 지도 노력, 학생에 대한 상담 등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도 과목의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학부모도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생의 평가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보통교과영역은 학교와 교육청의 노력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여 이수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의 희망은 다양하다. 가수를 희망하는 학생, 바리스타를 희망하는 학생, 애견 미용을 희망하는 학생, 군인을 희망하는 학생 등 다양한 진로 희망이 존재한다. 이런 학생들을 위한 특수한 과목들은 현행 교사 체계로는 제공해 줄 방법이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학교 밖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과정의 연계이다. 지역 사회에 있는 각종 시설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학교 정규과목으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과목의 내용,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강사의 질 등 학교 밖 교육과정의 운영과 질 관리 문제도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 외에 학생들의 과목 선택과 이에 따른 이동수업을 지원할 수 있는 학교 내 시설의 문제, 학점제에 부합하도록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지원 체계의 구성 등 고교학점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면서 각 지역이나 학교에서 학점제 교육과정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들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학교에서 제대로 된 모습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국가·지방정부·교육청·학교·교사·학생·학부모 모두가 학점제형 교육과정의 모습을 이해하고, 이를 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