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는 시간이었던 ‘3월의 기억’ 그때를 기억하시나요? 3월은 우리 모두 설레고 긴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학급별로 학생 임원진을 선출하고 나면 교실 대청소와 환경미화를 했습니다. 우리는 1년의 서사를 짓는 공간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야간자율학습이 있던 시기에는 자율학습 도중에 교사는 학생 얼굴을 확인하면서 학생의 이름을 외우기도 하고, 학생의 교과 관련 질문에 답하기도 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상담하러 오시는 학부모님들도 많이 있었지요. 이 모든 ‘함께 머무는 시간’은 ‘함께 공간을 만드는 경험’으로 ‘관계 짓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서로를 존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곧장 각자 학원으로 갑니다. 요즘 우리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학원 시간을 고려해서 상담 일정을 정합니다. 예전에 교사의 상담 시간은 학생에게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담임교사와 상담 후에 학생은 특별한 관심을 받고 기운을 얻은 듯 묘한 자신감으로 밝았지요. 이것이 바로 상담의 교육적 의미였습니다. 방과후 늦은 시간까지 상담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불편한 기색이 없었습니다. 그때를 기억하면서 지금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노라면 회한이
3월 진단평가, 그 이후 우리는 3월 진단평가 결과를 통해 학습지원대상학생 명단을 받아 든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상황이다.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1수준(기초 미달 비율)은 국어 10.1%, 수학 12.7%, 영어 7.2%를 차지하였고, 고등학교 2학년은 1수준 국어 9.3%, 수학 12.6%, 영어 6.5%로 나타났다. 중2·고3 수학 및 고2 영어 과목을 제외하면 예년보다 1.2~1.7%P 증가한 수치로 나타났다(교육부, 2025. 7. 22.). PISA 2022 평가 결과에서는 1수준에 속하는 하위 성취수준 비율이 수학의 경우 16.2%로 2018년 결과에 비해 1.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영역은 소폭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읽기 14.7%, 과학 13.7%로 10% 이상의 학생이 하위 수준에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교육부, 2023. 12. 5.). 이렇게 하위 수준 학생들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매년 누적되는 학습지원대상학생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2~3년 이상 학습지원대상학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며, 매번 답답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학습지원대상학생이라
얼마 전 모임에서 듣게 된 신학기를 맞이하는 학교의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민원을 쉼 없이 넣는 학부모가 있는 학년에 배정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선생님들이 계신 학교, 수업 방해와 폭력성이 심한 학생의 담임이 될까 봐 그 학생이 속한 학년을 피해서 희망 학년을 선택하는 선생님이 계신 학교, 교권침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학교로 복귀했지만 담임을 거부하는 선생님이 계신 학교….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익숙하게 들어왔던 이야기들이다. 2026년 4월, 새 학기만 온 것이 아니라 「학생맞춤통합지원법」도 함께 시행되었다. 법령 제정 이유를 보면 ‘학생이 학교와 학교 밖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 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학습·복지·건강·진로·상담 등 통합적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모든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전인적 인재로 성장하는 데 이바지하려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훌륭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기대뿐 아니라 걱정과 우려가 함께 고개를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취지, 반복된 정책의 한계 지금까지 학생을 위해 만들었던 교육부의 법들은 어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학업성취도와 함께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극과 극의 교육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는 대한민국. 최근 우리 교육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것이 ‘사회정서역량’이다. 사회정서역량은 결국 나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역량이다. 하지만 감정은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어려운 것 역시 현실이다. 사회정서역량 증진의 열쇠, 뇌 사회정서역량 증진의 열쇠는 ‘뇌’이다. 그리고 지덕체(智德體)가 아닌 체덕지(體德智), 신체에 기반한 정서 조절 증진을 위한 체험적 훈련이 핵심이다. 21세기 인류 과학이 제시하는 마음과 행동 변화의 열쇠는 뇌이며, 모든 정보는 뇌의 활동을 통해 처리된다. 결국 뇌 속에 담긴 정보가 그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결정짓는 열쇠가 되며, 좋은 뇌 상태를 만드는 훈련과 습관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뇌’는 그동안 의학 영역에서만 다루던 주제였지만, 인류 과학의 정점이라 불리는 뇌과학 연구가 20세기 말 들어 급부상했고, 21세기에는 뇌융합적 흐름이 의학·공학·심리학·인지과학·교육학 등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1998년 제1차 「뇌연구촉진법」을
최근 한국 교육 현장에서는 사회정서교육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왜, 지금 ‘사회정서교육’인가? 이는 한마디로 우리 학교 현장이 직면하고 있는 학생들의 정서적 불안과 도덕적 행동의 약화라는 복합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학생 10명 중 3명은 일상이 힘들 만큼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고(매일경제, 2024. 11. 22.),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감 경험률은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외로움 경험률은 증가하고 있다(교육부·질병관리청,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2024. 3.). 또한 자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자살한 학생은 2019년 첫해에는 3%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다가 2023년에는 7배로 폭증한 21%, 즉 5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났다(EBS 뉴스, 마음 건강 심층기획, 학생자살사망보고서 단독 분석, 2024. 11. 12.).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0대 자살률이 40~50대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중앙일보, 2025. 9. 10.). 이와 같이 학생이 겪는 불안·우울, 충동적 공격 행동과 같은 어려움은 정서적 결핍과 감정 조절 실패 그리고 또래 갈등의 심화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몇몇 특별한 학생의
거리의 상가들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기괴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1층을 제외하면, 2층부터는 학원과 병원이 빼곡하다.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공부하라면서도, 동시에 마음 건강을 위해 사회정서교육을 받으라고 하는 요즘 학교의 풍경과 닮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사회정서학습은 마음을 치료하라는 교육이 아닌데’라는 생각에 안타까워진다. 사회정서학습과의 만남 중학교 도덕교사로 9년을 보낼 즈음, 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말로 ‘악한’ 아이는 거의 없었다. 다만 아이들은 잘못된 선택과 행동을 하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어떻게든 개도(開導)해 보겠다고 교무실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던 날들의 반복이었다. 그 무렵, 대학원 지도교수님의 권유로 사회정서학습을 알게 되었다. 사회정서학습은 그동안 내가 목말라했던 것, 즉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사회정서학습을 공부하게 된 계기였다. 그 후 사회정서학습을 주제로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받고, 이를 교실에 적용해 보며 동료교사들을 설득해 연구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교사를 하
현장 교사들에게 던져진 과제 지난 1월 교육부가 ‘모든 학교에서의 사회정서교육 확대를 위한 맞춤형 현장 지원 강화’를 발표했다. 사회정서교육의 효과를 인정하여, 이를 학교교육과정 전반으로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지난 1년은 교육 당국이 사회정서교육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고군분투한 한 해였다. 사회정서교육 교사연구회와 중점학급 운영은 교육부의 지난한 노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회정서교육이란 무엇이고, 이를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현장에 여전히 남아있다. 교과수업·창의적체험활동·생활지도 전반에 걸쳐 사회정서교육을 실천하라는 지침과 달리 현장의 교사들은 당장 매일의 수업과 업무를 소화하기에도 하루가 벅차다. 정책 입안자는 지침이 가져올 변화를, 현장은 지침이 불러올 현실적 부담을 먼저 고민하기 마련이다. 사회정서교육의 활성화는 이 둘의 괴리를 좁혀나갈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이 괴리가 좁혀지기를 희망하며, 사회정서교육 수업 구현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실천적 단서를 제시하고자 한다. 사회정서교육 수업 구현의 세 가지 키워드 ● 첫 번째 키워드 _ 기술의 체화 사회정서교육의 첫 번째 키워드는 기술의 체화(體化)이다. 사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