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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현·답] “아직은 ‘뒤죽박죽 러닝’… 학급당 학생수·교육과정부터 줄여야”

블렌디드 러닝, 한국교육 변화 모멘텀 될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월 5일 교육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정책 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원격·대면수업이 혼합된 ‘블렌디드 러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등교를 매일 하더라도 대면 토론수업 전 원격수업으로 미리 준비하는 등의 방식으로 블렌디드 러닝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진행 중인 원격·대면 병행수업을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오는 2022년 예정된 교육과정 개편에 블렌디드 러닝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22년 교육과정 개편을 준비하면서 겪은 코로나19 사태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교육과정이 필요해졌고, 이런 내용을 담아 새로운 교육과정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불가능해지자 원격수업 전환을 거쳐 등교와 원격수업 병행이란 블렌디드 러닝이 이제 한국교육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태세다. 하지만 블렌디드 러닝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 사실. 개별 맞춤형 수업에 효과적이란 장점이 있는 반면 교육용 콘텐츠 및 인프라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새교육>은 초·중·고 교사 3명을 초청, 블렌디드 러닝에 대한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담아봤다. 좌담회에는 강석경 서울 영신초 교사, 전영은 서울 구암중 교사, 고재현 경기 소래고 교사 등이 참석했다.

 

 

사회 _ 4월부터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에 병행돼 고충이 많았을 것 같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강석경 서울영석초 교사 “처음 원격수업이 시작됐을 땐 좀 당황스러웠다. 학교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함께 학교무용론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와 소통을 통한 교육공동체 성장’이 학교의 역할이란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원격수업은 오히려 평범한 일상에 묻혀있던 ‘학교’란 존재를 다시 한번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김영은 서울구암중 교사 “지난 3월 신규 임용돼 교직에 첫발을 디뎠다. 그토록 꿈꾸던 발령이었지만 지난 학기 동안 학생들을 만난 시간은 일주일 정도에 불과했다. 속상하고 많이 아쉽다. 게다가 아직 학교라는 조직문화를 잘 몰라 늘 긴장 속에 생활하는 데 원격수업까지 겹쳐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고재현 경기 소래고 교사 “전례 없는 원격수업에 처음엔 교사들이 많이 어려워했다. 그래도 지금은 조금씩 안정을 찾는 모습이어서 다행스럽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비판보다는 학교와 교사를 믿고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사회 _ 최근 떠오르는 화두가 블렌디드 러닝이다. 일명 온·오프라인 혼합수업이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재현 “고등학교는 대학입시라는 특수성이 있어 블렌디드 러닝이 다양하지 못하다. 개인적으로 2·3학년 수업을 들어가는 데 2학년은 줌과 EBS 온라인클래스를 활용하고 있고, 3학년은 EBS 온라인클래스를 주로 이용한다.”

 

강석경 “우리 학교는 주 1회 등교수업에 e학습터를 이용한 콘텐츠 제공형 수업과 카톡·문자서비스·유선통화를 이용해 학습과제를 제시하고 피드백도 하고 있다.”

 

전영은 “개인적으로 포털 카페를 플랫폼으로 이용하고 있다. 선생님들에 따라서는 구글클래스룸 등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교과목의 기초적인 이론이나 지식을 학습하는데 중점을 두고 오프라인은 수행평가나 실습위주 수업을 한다. 담당과목이 가정인데 실습을 거의 못해 안타깝다.”

 

 

 

 

사회 _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을 것 같다.

 

강석경 “원격수업엔 금방 적응했는데 오히려 가끔 만나는 등교수업 때 어색했다.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종일 생활하다 점심시간에 잠깐 벗으면 아이들 얼굴이 다르게 보이더라. 우리 반 아이를 다른 반 아이로 착각할 정도였다.”

 

전영은 “포털 카페를 플랫폼으로 이용하다 보니 모든 반의 출석부와 교과게시판이 보여 공개적인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간혹 선생님들이 다른 반 수업에 영상을 올리는 경우도 있고 엉뚱한 반에서 종례를 하기도 했다. 학생들 출결 확인 과정에선 동명이인이 많아 진땀 흘린 기억이 있다.”

 

고재현 “수업이 시작돼도 침대에 누워 눈만 깜박거리는가 하면 기르는 강아지가 화면에 나와 짖어 댄 적도 있다. 무엇보다 서버에 문제가 많아 중간중간 튕겨 나가는 등 원활하지 못해 아쉬웠다.”

 

사회 _ 현재 진행 중인 블렌디드 러닝 수준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혹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 정도 줄 수 있을까?

 

전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일정이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교사들이 이중 부담에 시달렸다. 급작스레 방역기준이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돼 준비했던 수업을 모두 뒤엎은 적도 있다. 농사를 망쳐 밭을 갈아엎는 농부의 심정으로 일한다는 선배교사도 있었다. 또 영상제작이 익숙지 않아 오프라인 수업은 능숙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학부모들 역시 자녀가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걱정들을 많이 했다. 점수를 매긴다면 65점을 주고 싶다.”

 

고재현 “교육부는 블렌디드 러닝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교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직은 기대만큼 운영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내 점수는 70점이다.”

 

강석경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 짧은 시간에 이 정도 수준의 원격수업이라면 대단한 것 아닌가. 앞으로 발전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90점은 너끈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학생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또 교사 간 협업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높일 수 있어 좋았다. 디지털교과서와 원격플랫폼 활용이 활성화되면 교육의 장이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영은 “발전 가능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블렌디드 러닝의 장점은 뭐니 뭐니해도 학생들 스스로 학습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배움이 느린 아이는 천천히 자기 속도에 맞춰 학습을 진행할 수 있고 배움이 빠른 아이는 심화 학습이 가능해 효과적이다.”

 

고재현 “약간 다른이야기 인데 원격수업을 하면서 등교수업 땐 알 수 없었던 아이들의 모습을 새롭게 볼 수 있어 좋았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어서 잘 몰랐는데 온라인수업에 적극적으로 댓글을 다는가 하면 말썽꾸러기들도 자신의 잘못엔 죄송하다는 채팅을 보내는 등 의외로 얌전한 모습을 보였다.”

 

사회 _ 시행 초기다 보니 보완할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있을것 같다.

 

강석경 “블렌디드 러닝을 하기엔 아직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 성능부터 마이크·웹캠·AP 등 설비는 물론이고 수업에 적합한 콘텐츠도 빈약하다. 개인적으로 불안한 온라인 시스템 탓에 학생과 소통이 제대로 안 돼 래포형성이 어려웠다. 평가와 피드백에 대한 고민도 컸고 방역 및 수업 관련 메뉴얼이 자주 바뀌면서 피로도가 높았다.”

 

전영은 “맞는 말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노트북·프린터 등이 없는 학생이 의외로 많은데 놀랐다. 또 교사들은 출결을 위한 과제 내기에 급급했고 학생들은 영상도 보지 않고 아무 말이나 대충 적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고재현 “어떤 플랫폼을 이용해야 좋을지, 교육과정과 수업 및 평가와 기록은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치 않아 혼란스러웠다. 인근 학교는 물론 타시도에 근무하는 친구들한테 매일 전화를 해 자문을 구했던 기억이 난다.”

 

사회 _ 원격수업 이후 교육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또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전영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힘들어했다. 교사들의 손이 일일이 미치지 못하는 바람에 학습동기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의 얼굴과 표정을 즉각적으로 볼 수 없다 보니 얼마큼 이해했는지 파악이 힘들었고 피드백도 바로 제공하질 못했다. 학습부진아들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잡아줄 1대1 멘토가 꼭 필요하다.”

 

고재현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블렌디드 러닝의 가장 큰 단점은 학생과의 상호작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학교에 나오면 밀린 수행평가 하기 바쁘다. 가정에 디지털 여건이 잘 갖춰져 있거나 케어가 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학교가 고민해야 한다.”

 

강석경 “맞춤형 원격수업 프로그램이 충실하고 세심하게 보완돼야 한다. 아울러 교육격차나 학습소외 현상이 학생들의 자존감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정서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_ 블렌디드 러닝은 앞으로 우리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강석경 “맞춤형 교육콘텐츠 등 교육방법의 다양화가 촉진되지 않을까 싶다. 자연재해나 감염병 발생 등 위기상황에 학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도 소득이다.”

 

전영은 “온라인수업이 도입되면서 다양한 학습도구와 플랫폼들이 등장했다. 교사들도 새로운 학습도구를 받아들이고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다양한 시도들은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함양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믿는다.”

 

고재현 “학교 공간의 재구성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될 것으로 본다. 오프라인에 맞춰져 있는 학교 공간 구조를 원격수업 확대에 대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블렌디드 러닝으로 학생들이 수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고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 또한 자연스레 늘어날 전망이다.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기 어렵다며 거실에서 온가족이 TV로 수업을 보았다는 말도 들었다. 솔직히 매일 매일 학부모 공개수업을 하는 기분이어서 부담스런 측면도 있다.”

 

사회 _ 교육부나 교육청에 대한 학교현장의 불만이 큰 것 같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재현 “줌이나 구글·카톡·밴드 등을 쓰고는 있지만, 사기업에서 언제까지 무료 혜택을 줄지 의문이다. 또 학생과 교사들의 정보를 이렇게 쉽게 넘겨도 되는지 등도 생각해볼 문제다. 학교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든지(예를 들면 EBS 온라인클래스에 실시간 수업과 출석 점검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함께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모니터 앞에서 50분 수업을 듣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그것도 하루 6~7교시를 듣는 것은 성인에게도 벅차다. 블렌디드 러닝의 성공을 원한다면 교육과정 재구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영은 “학생들의 사이버윤리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교사들이 올린 유튜브 수업영상에 종종 욕설과 성희롱성 댓글이 달린다는 보도를 본 적 있다. 학생들의 미디어 사용이 많아지는 것에 맞춰 디지털시민성 교육도 절실하다.”

 

강석경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참 좋은 말이라고 감탄한 적이 있다. 요즘 블렌디드 러닝을 운영하면서, ‘가보지 않은 길은 함께 가야 빨리 갈 수 있다’는 말을 절감한다. 다만 학교에 필요한 정책들을 언론을 통해 듣는 사례가 많아 아쉬웠다. ‘네이버 공문’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고재현 “기왕 말이 나온김에 한마디 보태고 싶다. 앞서 잠깐 언급이 있었지만 교육당국이 좀 솔직했으면 좋겠다. 지난 4월 원격수업 시작 이래 교육부나 교육청은 걸핏하면 학교에서 논의해서 결정하라고 했다. 그런데 학사일정부터 교육과정 운영에 이르기까지 정말 재량껏 결정하고 진행할 수 있는 학교가 얼마나 될까? 학교 자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필요할 때 적절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교육당국이 해야 할 책무다. 지난 학기는 상황이 워낙 긴박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행정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 _ 과거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 꼭 우수사례를 널리 알리곤 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잘 안 먹히는 경우가 많았다. 성공적인 케이스도 좋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들의 사례들을 분석, 반면교사로 삼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아울러 블렌디드 러닝·하이브리드 러닝·온라인수업·원격수업·랜선수업·포스트코로나·뉴노멀 등 온갖 용어들이 넘쳐나는 것이 불편하다는 지적에도 많은 교사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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